화온의 명상이야기 86
찐사랑
동학을 공부하며 ‘동귀일체(同歸一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한 몸으로 돌아감’이란 뜻입니다. 덧붙이자면 ‘모든 것이 하나에서 나와 하나로 돌아가는 이치’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존재들이 ‘하나, 한가지 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불교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동체대비(同體大悲)’-‘모두가 한 몸인 큰 자비’란 말입니다. 즉 부처나 중생이 모두 차별없이 평등하게 한 몸이고, 그리하여 일체중생이 한 몸임을 깨닫는 데서 오는 자비심을 말합니다.
모든 만물이 ‘한 몸’이란 사실! 손과 발이 제각각 기능하지만 한 몸을 이루듯, 눈과 귀가 서로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루듯,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서로에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위해 일한다.”라는 식으로 내세울 것도 없고 “나는 너를 사랑해서 일한다.”고 따로 고백할 것도 없습니다. 너는 나이고, 나는 너이니까요. 손과 발이 언제 그렇게 내세워서 일하던가요? 그냥 하나의 몸으로 맡은 기능을 묵묵히 수행하며 서로 유기적으로 화합해 나갈 뿐이죠.
대자비란, 큰 사랑이란, 그렇게 너와 나란 구별조차 없는 일입니다. 굳이 ‘사랑’이라고 내세우지 않고 크게 돕는 일입니다. 원래 자연은, 이 우주는 그렇게 큰 사랑, 대자비의 이치로 움직여 돌아갈 뿐입니다.
글을 쓰고 오랜만에 반가부좌를 하고 고요히 앉아 깊은 명상에 들어갔습니다. 편안하고 따듯하고 밝은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크고 깊은 에너지와 연결되는 듯했습니다. 큰 사랑의 빛이 편안히 저를 감싸 안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듯했습니다. 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무심하게 순수히 마음을 열 때 우주의 대자비, 큰 사랑과 연결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것만이 나의 깊은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