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척 하지 않기.....
백두대간 길을 북진할 때
노인봉을 지나 진고개에서 잠시 숨 돌리고
동대산을 향해서 빡센 숨을 몰아 쉰다.
향락의 휴유증과 생존의 무게는 실존이다.
턱까지 차오른 호흡을 정리하고 두로봉을 향할 때 익숙한 친구처럼 비가 내린다.
바람과 어우러 놀던 빗방울이 대간을 만나면 하나는 빨치산의 우편 동쪽으로 떨어지고 또 하나는 좌편 서쪽으로 떨어진다.
동쪽으로 길을 떠나는 친구들은 부연동 산 십오륙사 앞에서 정렬을 가다듬고 법수치 계곡을 돌아 양양 남대천으로 내려간다.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떼를 마중하러....
그 길은 그리 멀지 않다.
마음만 제대로 먹는다면 막내둥이 독도가 있는 바다까지도 하루면 갈 수도 있는 거리이다.
그저 마음 먹기 나름이지....
능선의 서쪽으로 떨어진 물방울들은 표면장력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중력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병내리에서 흘러 내리던 물줄기는
병내천 이라는 이름에서 오대천으로 갈아타며
머나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널머리골천등 작은 지류와 만나며 체중과 부피를 늘려가던 오대천은 정선에 들어서며 골지천과 합류하면서 드리어 강이란 체급으로 부상하게된다.
조양강....
조양강은 가수리에서 물을 더 모으며
하마터면 ... 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뻔 했었던
한뼘 하늘과 굽이 굽이 물줄기.....
이제 동강으로 나아간다.
다른 한편
평창의 긴 거리를 내달려 온 평창강은
영월에서 숙명적으로 동강을 만나게 된다.
평창강은 본의 아니게
동강의 서편에서 흐른다 해서 서강이 되고 다시 짧은 밤을 지새운 뒤 팔자 억센 년처럼 남한강이란 이름으로 개명하게 된다.
반도의 절반을 돌아 온 남한강은 두물머리에서 보다 거칠게 살아 온 놈 ......북한강을 만나고
드리어
아리수가 된다.
한강....
바다를 꿈꾸며 한반도의 절반을 달려온 한강은 서해 바다로 나가기 전에 꼭 만나야할
그 누군가가 있다.
임 진 강
그와 하나 되어 장산곳으로 나아가는 꿈을 꾸자
그리고 ......그렇게 바다가 되자.
어쩜 그렇게 힘든 이야기를......
한강은 오월 광주를 뼈 아파하며 이야기 했고
한라산 중턱의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을 달래며
결코 그들과 작별하지 않는다는.....
초혼의 의식을 보여준다.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고 한강에 대한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동시대를 살아 간다는 것에 대해서 기쁘다.
시대정신이 살아있는 작가
한강
첫댓글 장산곶 마루에~~
기승전 한강이 모든걸 아우르는 진리가 되는 때입니다! 👍👏👏👏
참으로 오랜만의 소식입니다~
한강의 풀이를 이렇게도 살려내는군요^^
물길따라 걷는 산길을 아름답게 표현하신듯
계속 읽게 되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