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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 방우달
- 斷想天國 463 -
새 중에 가장 빠르게 나는 새는
어느새였다.
어느새 날개를 타고
나는 어느새 예순 언덕에 올랐다.
어느새 양 날개는
날아온 날개 중에 가장 늙은 날개이며
살아갈 날개 중에 가장 젊은 날개이다.
백세 언덕에 오를 날까지
어느새 날개는
가장 젊은 피로 퍼득여야 한다.
느리게 오래 날아라, 어느새여!
"주말산행" / 방우달
오늘 하루는 제 생각대로 살았습니다
제 생각대로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저 산에 들고나오며
오늘 하루는 제 생각대로 살다가 왔습니다
하늘도 홀로였고
태양도 홀로였습니다
숲속의 나무도 안아보니 홀로였습니다
홀로 사는 것만이 제 생각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대로 사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면 저는 족합니다
해질녘이면 내려가고 싶은
제 생각대로 살 수 없는 세상이 그리워지기 때문입니다
하루만 제 생각대로 살면
일주일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 길을 가다 만나는 모든 이들을
따뜻한 웃음으로 맞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방우달
○ 1952년 경북 영천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행정학과 졸업(석사)
○ 1994년 7월 예총발행 '예술세계'로 등단.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 서울시에서 공직생활 34년 서기관 정년퇴직 후 2012년 3월 춘천으로 이주하여 시를 쓰며 자칭 '행복사냥꾼' '도시자연인' '호반산책자'로 은퇴생활을 즐김
○ 틈틈이 자원봉사, <글쓰기의 기본과 행복디자인> 강의
○ 작품집으로 『보리꽃』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풍선 플러스』 『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 『쬐끔만 더 우아하게』 등 21권의 시·단상·수필집 출간
※ 블로그 : <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http://blog.daum.net/wdbang
이메일 : wdbang@daum.net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 초판 1쇄 인쇄 2002년 9월 15일
◈ 초판 1쇄 발행 2002년 9월 20일
◈ 지은이|방우달
◈ 펴낸이|정기옥
◈ 펴낸곳|도서출판 리토피아
◈ ISBN-89-59530-09-1 < 값 5,000원 >
1. 프로필
방우달(野塔) 시인은 1952년 영천 생으로, 예술세계』신인상(시)으로 등단했다.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시집으로 『보리꽃』,『전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아니되옵니다』,『테헤란로의 이슬』등이 있으며, 산문집 『지갑을 던지는 나무』가 있다.
2. 차례
▣ 제1부 억수로 행복한 비가 내립니다
엄마! 21
인생 사직서 22
남을 가르치려 드네 23
더덕캐기 24
휘청거릴 때마다 25
꽃은 암이다 26
더 잃을 것이 없을 때 27
분당 가는 마음 28
나비는 꽃을 소유하지 않는다 29
큰 잎을 떨군 나무는 더 춥다 30
불행과 행복 31
이유 32
사랑이 언제나 죄가 됩니다 34
억수로 행복한 비가 내립니다 35
그대 앞에서 절망합니다 36
아우를 생각하며 37
입 38
꼬치안주 39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40
비둘기 같은 사람들 41
▣ 제2부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 45
건너면 그리워진다 46
물안개 피듯이 47
동백꽃 48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 49
시인과 영혼 50
바람의 사계四季 51
치매들기 52
그래서 밟지 못한다 53
머물다 간 자리가 아름다우면 머문 사람도 아름답습니다 54
님 생각 55
꽃무릇 56
주말 산행 58
고독 59
눈들끼리 60
모래알은 스승도 제자도 없다 62
나는 얼룩인가 무늬인가 64
겨울 호수에 앉은 오리의 동상 67
밥값을 위하여 70
별이 뜨고 달이 지는 72
▣ 제3부 삶의 바탕은 사람마다 다르다
바다를 바라봄 75
그 사람 76
삶의 바탕색은 사람마다 다르다 77
불영사 78
발길 닿는 곳에 79
별똥별 80
나무의 집 81
두타청옥산 82
삼겹살을 구워놓고 84
균형 86
머리가 작은 새 그 가슴이 따뜻하다 87
어떤 행복 88
노老 목련 89
엽시葉詩 90
고드름 91
하늘에다 세월이라 쓰면 92
고사목枯死木 93
슬픈 나무 94
바람맞이 95
호수에서 만난 잠자리 96
▣ 제4부 부처의 자리에 앉아 웃고 있다
고무줄 99
뱀딸기 100
참한 눈물 101
단풍나무 102
가시들의 잔치 103
말은 없어도 서로 알리라 104
인생이 짧게 느껴지는 것은 105
실패한 사랑이 눈꽃으로 피어날 때 106
떠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데 107
허무虛無 108
귀가하는 손 109
나비가 꽃들에게 110
독백 111
위로 112
만삭의 석류 113
석모도 114
❚해설|삶의 지혜와 향기, 그 따뜻한 인간애人間愛․이기애 115
3. 자서
"내 詩의 길"
나의 시는 대개 체험 그대로다
느낌 그대로다
그래서
시 한 편의 비용이 남들보다 많이 들지도 모른다
미련하기 짝이 없다
억지로는 시를 쓰지 않는다
시를 만들지는 않는다
지렁이처럼 온몸으로 기어가므로
짜맞추거나 치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앞에 길이 있는지 없는지
지나간 길에 흔적이 남는지 어떤지
어느 것도 중요시하지 않는다
시詩의 길에서 절대 재주를 부리고 싶지 않다
그냥 걸을 뿐이다
분당 야탑동 매화마을에서 방우달
4. 수록작품
오늘 하루는 제 생각대로 살았습니다
제 생각대로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저 산에 들고나오며
오늘 하루는 제 생각대로 살다가 왔습니다
하늘도 홀로였고
태양도 홀로였습니다
숲 속의 나무도 안아보니 홀로였습니다
홀로 사는 것만이 제 생각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대로 사는 날이
일 주일에 하루면 저는 족합니다
해질녘이면 내려가고 싶은
제 생각대로 살 수 없는 세상이 그리워지기 때문입니다
하루만 제 생각대로 살면
일 주일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 길을 가다 만나는 모든 이들을
따뜻한 웃음으로 맞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그녀는 아침마다 다림질한다
와이셔츠 목도리 바지
부위별로 뜨겁게 다림질한다
그녀는 이제 구겨진 내 마음까지 다림질한다
오늘 잘 구겨지라고
구겨져야 우리 식솔들 굶지 않는다고
가늘게 물을 뿜는 그녀의 사랑에
나는 아침마다 잘 다림질된다
웃으며 구겨지기 위해
찍소리 없이 다림질된다
5. 작품평
다원화된 시대 ~ 물신주위와 세기말적 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그 정신적 위기감을 때로는 냉철한 직관력으로, 때로는 따뜻한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자신을 향한 성찰의 시간으로 갈고 닦아 가닥가닥 올곧게 뽑아내는 시어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이 지향해야할 근본 정신을 통하여 시의 본령인 서정성을 구축하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지혜와 그 지혜의 아름다움이 내재된 시정신을 가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이기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