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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장소 : 2015년 6월 14일(일) / 청계산입구역 2번출구 300m지점(느티나무, 10시30분)
▣ 참석자 : 11명 (종화, 양주, 형채, 윤환, 경식, 삼환, 동준, 정한, 문형, 영훈, 양기)
▣ 산행코스 : 청계산입구역 →원터골→길마재 정자→헬기장→돌문바위→매바위→매봉→헬기장→옛골(뒤풀이)
▣ 동반시 : '그리운 말 한마디' / 유안진
▣ 뒤풀이 : 골뱅이, 수육 및 해장국에 생맥주와 막걸리 / "방이해장국"(옛골)
청계산의 높이는 해발고도 618m로,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경기도의 성남시와 과천시 그리고 의왕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청계산은 남북으로 길게 능선이 이어지는데 주봉인 망경대(618m)를 비롯하여 옥녀봉, 매봉, 석기봉, 이수봉, 국사봉 등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다양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계곡이 맑다고 해서 붙여진 청계산은 흙산이라서, 바위산인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능선이나 계곡 산행 길에 바위나 돌이 거의 없어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라면 무릎에 무리 없이 걷기에 아주 좋아 보인다.
원터에서 계곡과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같은 참나무 종류가 주류를 이루고, 물푸레나무, 물오리나무 등 잎 넓은 나무들로 한결 신록을 만끽할 수 있다. 허옇게 드러낸 바위가 없으니 온 산이 나무로 덮여있는 신록의 산이다. 나무들도 조금씩 휘어져 전나무나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등 곧게 자라는 나무들보다 정감이 있다.
새벽 비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오늘 산행을 걱정했는데, 우리 시산회는 하느님, 부처님도 도움을 주시는지 날씨는 화창하고 땀 빼고, 다이어트 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 되어 버렸다.
메르스 공포로 각종 모임이 연기되고 있다고 하는데 오늘 시산회 참석인원 11명. 우리 회원들은 매사에 자신만만한 건아들이라고 치부한다.
뙤약볕을 받으며 장쾌한 능선길을 걸으며 발을 옮길 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땀의 의미를 느끼는 것이 여름산행의 묘미라는 기대감을 갖고 출발한다.
시산회 가입 1년이 되어 가는데 체력도 많이 좋아지고, 당뇨수치도 조금은 호전되어 등산이 나의 마지막 동반자라는 다짐과 함께, 그냥 산이 좋아서 산에 가는 기분을 간직하고 출발했지만 힘이 많이 들었던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원터골에서 등산객이 적은 천개사 옆을 지나 정자까지 가는데, 등반대장인 위 총장이 아주 무난한 코스라 하여 모두들 쉽게 보았으나 오르막길의 연속이고, 바람도 전혀 없고, 약간 습한 날씨에 땀이 온몸을 적셔 오늘의 기자는 기진맥진하여 중간에 휴식을 반복하였다. 기자의 지친모습에 동반휴식에 참가해 준 산우들... 영훈, 정한, 종화가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사람들!
겨우 정자에 도착하여, 우회코스를 택하여 헬기장에 도착, 헬기장에서 매봉까지 600m, 15분이라는 이정표를 보고는 남아 있는 힘을 보태본다.
돌문바위도 한 바퀴 돌고 오늘은 스님이 보이지 않는다. 바위 앞에 보시함을 놓고 목탁을 두드리면서 주인행세를 했는데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일까. 두 개의 바위가 천연의 삼각형 돌문을 만들어 놓았는데, 한 바퀴 돌면 소원성취 한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는 바위다. 기자도 최근 우울해 하는 큰아이를 위해 한 바퀴 돌아보고 온 적이 있다.
매바위 바로 아래 오른쪽으로 청계산 추모비가 있는데, 1982년 6월에 군작전중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53명의 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추모비라고 한다. 공군출신인 정한 산우의 수송기 해설과 함께 그때 상황을 상상해 보면서 먼저 간 젊은이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본다. 이곳에 오면 시작하는 정한 산우의 단골 해설이 질리지 않는다. 그의 기억이 가슴 아프게 심장에 낙인처럼 찍혀있는가 보다.
매봉에서 컵라면 냄새를 뒤로 하고 매바위 아래 능선에 점심을 차렸다. 매번 별미를 가져오는 산우들은 집에서도 인기가 많은가 보다.
영훈 / 매실주스와 흑마늘
정한 / 오미자차와 커피
문형 / 홍어회
양기 / 묵은 김치
삼환 / 죽순
경식 / 족발
종화 / 초밥
형채 / 떡
양주 / 초밥
윤환 / 막걸리 등
'산해진미'를 앞에 차려두고 시 낭송의 시간이다. 전에는 시장기라는 성찬이 더해져 군침이 돌아 참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군침이 돌아 시 낭송을 하기에 도움이 된다. '세상사 새옹지마'이고, '일체유심조'라, 마음이 내 세상을 만든다 했으니 시낭송 후에는 밥맛이 더 좋다. 정남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역시 '침묵은 금이다'. 명상까지 곁들이면 더 좋은 일...
"그리운 말 한마디" / 유안진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나고 살고 싶다
막걸리를 곁들여 성찬으로 배를 채우니 '함포고복'의 상태가 되어, 위 총장이 기자를 하산길 향도로 정해 주면서 50분 하산코스를 2시간으로 늘려서 가자는데, 시간을 늦추느라 휴식타임을 2번, 그리고 양반처럼 천천히 하산하여 해장국집에 신발을 벗었다.
언제나 대동소이 하지만 이야기 주제는 다음 산행, 맛있는 음식, 건강비법, 약간 살을 붙인 여성관 등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도움이 되는 말씀들이다. 오늘 하루도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새삼 느끼고 와이프의 술 냄새 타령이 마음에 걸리지만, 다음 산행을 기약해 본다. 좋은 산과 시, 산우들이 있어 좋았던 날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좋은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어디에 있든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대는 행복할 것이다. 비록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었지만, 수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고통을 겪지 않은 친구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사실 그들은 그 기간 동안 자신들의 영적인 삶 속에서 더욱 성장했고, 그래서 나는 그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틱낫한"의 '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 중에서 -
2015년 6월 22일 정동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