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한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 정희연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평생 농사일을 하셨다. 나이가 80이 넘다 보니 힘에 부치시는지 이제는 그만 두겠다 하신다.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줄여 나가다, 전기시설과 지하수가 있는 땅만 남기고 모두 넘겼는데 이제는 이것 마저도 동네 젊은이에게 맡기겠다고 하신다.
2필지 1500평 가량의 대농 비용은 일년에 50만원으로 큰 돈이 아니었기에 나무를 심어 내가 가꾸어 보겠다고 요청했다.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알기에 아버지는 반대 하셨고, 어려운 것은 알지만 아들이 하겠다 하는데 못하게 말리는 것도 잘 못된 일인 듯 싶다며 어머니가 아버지를 설득하여 승낙을 얻어냈다.
나무를 심으려면 먼저 땅심을 키우기 위해 로타리 작업을 친구인 영상이에게 시키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시라 하였다. 몇일 후 전화 밸이 울렸다. 혹여나 비가오게 되면 로터리 작업을 했던 것이 허사가 되버리니 비닐 멀칭을 서둘러야 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주를 넘기게 되면 또 일주일 동안 걱정속에 계시겠다 생각되어 서둘러 준비하여 주말에 멀칭작업을 끝냈다. 순서에 맞게 준비하고 있는데 늘 한 발 앞섰던 부모는 나무심기의 주체가 되셨다. 건설현장에 근무했던 터라 가로수는 손 쉽게 팔 수 있겠다 싶어 그 해 유행하던 이팝나무로 정하고 성인 높이 정도로 자란 3년생 묘목 3000그루를 2000원씩을 주고 구매 하였고, 로터리, 멀칭작업, 나무심기, 지주목 구매등에 600만원이 들어갔다. 아내의 흔쾌한 도움으로 일은 순로롭게 진행되었다.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 정희연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무쇠솥 아궁이 가지고 싶다
아궁이 하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화단이 있는 마당 있는 집을 가지고 싶다
화초를 심어 일년 내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바다가 닿는 언덕이 있는 집을 가지고 싶다
언제든 발 담글 수 있는 넓은 마음의 바다와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짝꿍이랑
추억을 이야기 하며 현재를 같이하고
내일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부모님은 나무를 심은 후 하루가 멀다하고 밭으로 출근을 하셨다. 멀칭은 하였지만 골과 나무를 심기위해 구멍을 내다 보니 그 사이에서 올라오는 풀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자랐다. 가로수는 지하고를 중요시 여기다 보니 큰 키를 그대로 심어야 했고, 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하나둘 생기더니 태풍이 불어 지주목을 하지 않은 나무들은 모두 넘어져 버렸다. 어느 순간 나무의 주인은 바뀌어 있었다. 어머니는 풀을 매는 일로 늘 밭을 찾으셨고, 아버지는 지주목을 세우고 계셨다. 나는 주말이면 잠시 시간을 내는 것과 뒷정리 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우여곡절이 많은 7년, 지금은 1500평의 땅에 이팝나무, 배롱나무, 홍가시나무가 빼곡하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따지면 사업자를 내려야 할 상황이지만, 자투리 시간으로 만들어 낸 것을 생각하면 소득은 없지만 든든한 노후 대책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나무도 많이 자라 자생력이 생겨 스스로 잘 성장해 주고 있다. 혼자서라면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일을 부모와 아내가 도움으로 풍성한 농원이 완성되었다. 다시 시작하라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가로수는 지하고를 일정하게 하고 나무의 키, 굵기, 모양을 일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애지중지 노력을 다할 때 만들어 지는 일이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수종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약용, 식용, 그리고 도료로 유용하게 쓰이는 황칠나무를 선택했다.
2~3년 전부터 황칠 묘목을 나무 중간 중간에 심어 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파종판을 만들었다. 땅을 고르고 제초매트를 깔고 상토를 구입하여 10cm 가량 깔고 씨앗을 촘촘하게 뿌린 후 2cm 정도로 흙을 덮어 반 그늘의 작은 비닐 하우스를 만들었다. 주말이면 물 주는 일을 열심히 하였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는지 30일이 지나고 60일이 다 되어도 싹은 나오지 않았다. 흙을 거두고 씨앗을 확인했다. 씨앗이 싹을 트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쭉정이만 남아 있었다. 물, 씨앗, 온도, 흙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다시 봄을 왔다. 도전은 또 시작된다. 황칠씨앗 발아를 목표로 작년 가을에 씨앗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상토가 아닌 황토가 섞인 마사토로 바꾸었고, 제초매트도 제거 했다. 비닐 멀칭 작업도 끝냈다. 정성을 더 기울이고 있다. 혹여 운이 좋거나 성사로운 날을 잡아 씨앗 파종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담았다. 바다가 보이는 마당이 있는 집을 하늘에 그리며 황칠씨앗 파종의 날을 기다린다. 무슨 일이든 시작 한다는 것은, 시작 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첫댓글 본업이 있는 데도 나무를 가꾸셨군요.
대단합니다.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봐야지요.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는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맞아요. 뿌린대로 거둔가 봅니다. 그리고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만들어 지는 듯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해 이길 바래 봅니다. 고맙습니다.
일을 무서워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것을보니 올해는 성공할것 같습니다. 황칠나무는 묘목을 심는 줄 알았는데 씨앗 심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아주 작은 씨앗에도 생명이 있어 보통 조금의 도움이면 싹을 틔우는데 뭔가 큰 잘못을 한거 같습니다.
멋진 시 한편까지 쓰셨네요. 응원합니다.
부끄럽지만 용감을 선택 했습니다. 교수님의 충고가 예상 되네요. 맘 단단히 붙잡고 강의에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희연 시는 넘 어려워요. 내일 수업 때 뵐께요.
쉬운 묘목 두고 씨앗부터 심으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올해는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부모님이 하는 걸 봐와서 대단한 것은 아닌듯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