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 장사 이야기>
내물치에서 고기를 잡으면 대포에 가서 경매로 넘기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관광객을 상대로 길거리 장사를 하게 되었어요.
“여기 항에 있는 분들이 다 대포에서 장사했잖아요.”
남편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잡은 고기를 팔거나 다른 배에서 잡은 고기를 도매로 떼어서 팔았습니다. 대포동 항구 쪽에는 길거리에 길게 난전이 이뤄졌어요.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도시 사람들은 그런 풍경을 좋아했어요. 흥정하고 물건 깎고 하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이 덜 되었어요. 요즘 속초중앙시장과 주문진어시장이 잘 되는 원인입니다.
“이제 옛날에는 복작복작하고 고기 입찰하고 거기서 팔고 다라 장사도 많고 이랬었는데, 지금은 그게 없잖아요. 낭만이 없어진 거지요.”
횟집만 늘어나고, 주변에 건물만 들어서고, 항구 앞이 막혀 바다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바닷가다운 고기 경매 장면과 난전에서 흥정하며 돌아보는 재미가 없어졌어요. 도시인들이 느끼는 어촌의 낭만을 빼앗았습니다. 볼거리가 사라졌잖아요.
“어차피 회를 먹을 바에 서울도 있고, 부산도 있고 횟집이 널린 게 횟집 아니에요.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다는 거지. 안 그러겠어요?”
그렇습니다. 어촌에서 사람 사는 모습과 바다의 풍경과 낭만을 빼앗았으니, 대포항에 손님이 끊어지고, 장사가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횟값이 싸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대포항에 사람이 찾아들지 않아요.
“시에서 설악항을 짓고 회센터를 만들어서 동네 배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회를 팔 수 있게 점포 하나씩 준 거예요.”
대포항 길거리에서 다라이를 놓고 고기를 팔던 사람들이 이제 어엿한 가게 하나씩 갖게 되었습니다. 26개가 들어섰어요. 횟집과 매운탕집, 분식집 등이 생기면서 내물치에 새로운 명소가 생겼어요. 그러나 예전의 추억을 불러올 난전은 없습니다. 낭만이 사라진 모습이라 아쉽습니다.(구술 제보: 원종갑 수협장, 용종호 어촌계장, 문태일 슈퍼사장, 2023.10.20.이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