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입니다.
설날을 보름 지나서 맞이하는 정월 대보름은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됨을 알리는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오곡밥을 먹고 부럼을 깨기도하고 개천가에 볏짚을 높이 쌓아놓고
쥐불놀이를 합니다. 어릴적엔 깡통에 구멍을 뚫고 긴 줄로 매달아서
나무토막에 불을 붙여 개천에서 힘차게 돌리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명이 모여서 돌리면 흥이 더나고 재미있어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재미있던 기억이 1973년 정월 대보름은 내겐 충격적이고 슬픈날이었다.
논산 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마치고 배출대로 이동해서 연병장에 모여
한사람 한사람을 호명하며 전입하는 부대를 알려 주는데 호명되는 훈련병 마다 트럭에 올라
전출지로 출발했다. 후방에 전출되는 훈련병들은 안도의 표정으로 101보,103보 등
전방에 전출되는 훈련병들은 낙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떠났다.
시간이 얼마 흐른후 넓은 연병장에는 그 많던 훈련병들은 다 떠나고 겨우 백여명이 넘는 훈련병들만
남게 되었다. 그 때부터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논산훈련소 훈련이 끝날 즈음 훈련병중에 단기하사 차출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도 설마 내가 차출되진 않겠지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남은 병력들은 웅성거리며 불안해 했다.
그렇게 기다리며 시간이 흐르고 장교가 나타나서는 우리를 집합시키고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여러분들은 영예로운 대한민국의 육군하사가 되기위해 육군제2하사관학교에 입학한다."
청천병력같은 소리로 들렸다. 다른 훈련병들도 마찬가지로 낙심하고 실망한 표정으로 먼 산과 들판을 바라 보았다.
머리를 숙이고 나누어준 군용 배낭에 머리를 박고 한참을 지난후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 보는데
배출대 철망으로 만든 담장을 넘어 멀리 추수를 마친 논에서 쥐불놀이를 하는 동네 꼬마들이 보였다.
꽤 많은 아이들이 깡통에 불을 지르고 힘차게 돌리고 있었고 어느 아이들은 논두렁에 불을 지펴서 타오르는
불 주위를 도는 모습도 보였다. 마침내 쥐불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과 다른 마을에서 온 쥐불놀이 하러온 아이들간에
쥐불놀이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수십명의 어린이들이 편을 갈라서 싸울 무렵 군용 트럭 여러대가 연병장 안으로 들어 와서는
우리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차량에 탑승시켰다. 그리고는 여산에 있는 육군제2하사관학교로 출발했다.
훈련소에서 날짜 가는것을 매일 손꼽으며 기다렸지만 훈련을 다 마치고 일반 부대로 배치 되는것이 아니고
하사관 차출이라니 기가 막혔다. 트럭안에서 누군가가 얘기한다.
"오늘이 정월대보름이야!"
그날 저녁 소대 배치까지 마치고 소대장이란 사람이 오랫동안 지껄이는 말중에 하사관학교 훈련 기간이 26주란다.
헉!!! 한여름이 끝날 무렵 훈련을 마치는구나.
그날밤 하늘에 걸린 달이 정월대보름 달이었다.
어릴적 부르던 동요가 생각났다.
"달달 무슨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떳나
남산위에 떳지"
이렇게 내가 하사관학교에 차출되어 입학한 날이 정월 대보름날 이었다.
그날 보름달은 유난히 크고 둥글게 보였지만 내게는 고된 훈련을 예고하는 슬픈 달이었다
훈련은 예상했던대로 지옥과 같이 고되고 힘들었다.
훈련소에서의 몸무게가 68kg 이었는데 하사관학교 마칠때는 59kg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군복무는 36개월을 하고 제대했다.
첫댓글 ㅎㅎㅎ 복이 터졌네요 군생활도 빡시게 하셨군요 강철로 다져진 근육질 꿀벌지기 조건을
모두 갖추었군요
군생활 아름다운 추억 젊은날의 패기
생각납니다 즐감~
헤헤,하사관학교 마치고 사단수색대에 배치되어 또 허벌나게 달렸습니다.
저는 겨울에 논산훈련소에서 전반기 훈련 받고 후반기 박격포 훈련받고 105주특기로 생활하게 되었는데 206보충대에서 중위님이 오시더니
G펜 글씨를 쓴 줄 아는 사람 손들어 하기에
두손을 번쩍 들었더니
사무실로 대려가 글씨를 쓰게했습니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국방부장관 김성은
쓰게 하더니
사령부 부관부로 보직을 주었습니다.
6개월 후 709 주특기 받고 생활했습니다.
그 시절 사병으로 행정직이면
카츄샤같은 생활하셨겠네요.ㅎㅎ
저는 논산에서 태어나고 대전에서 젊은 날 보내고 지금도 논산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논산이 자랑스럽답니다.
제대하고서 논산에 가보질 못했습니다.
언젠가 여건이 되면 논산과 여산을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