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장 이충희
한국은 지난 60여 년간 압축 고도성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3년 전부터 선진국에 진입했다. 이에는 학계, 연구계, 산업계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한 1세대 과학기술인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치하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의 3대 요소는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 R&D 예산, 연구개발시스템이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의 확보이다.
과학기술 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저출산·초고령사회 진입과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수년 내에 과학기술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저출산 시대의 출생아들이 대학 졸업을 시작하는 2025년 전후로 이공계 일반 대학원의 입학자원 절대 규모가 감소하고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2050년경 이공계 석·박사과정생 수는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과학기술 인력 확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수학, 물리, 화학 등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최우수 성적을 얻은 한국의 청소년들은 최종적으로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고 의과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KAIST에 입학 후 최근 4년간 500명(재학생의 10%)이 학교를 떠났고 이 중 200명은 입학한 해에 다시 대학입시 준비를 하여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공계 기피 현상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의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예와 고수입으로 정년 없이 평생을 의료 활동을 할 수 있어서이다. 의사의 연봉은 평균 3억∼6억 원(안과)으로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 과학기술인의 연봉은 정부 출연연의 경우 1억 원 정도이고 이공계 대학교수의 경우 1.2억∼1,6억 원이다. 의사와 과학기술인 간의 지나친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이공계 출신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둘째는 의사의 수입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이 실현되면 자연스럽게 의사의 연봉이 자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의 경우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변호사 배출 숫자가 2.5배로 증가해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권이 개선되고, 변호사의 평균수입은 감소했다. 의료계에도 일정 부분 이러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의대 정원 증가는 이공계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공계 지원 인력을 흡수할 블랙홀 역할을 할 것이다. 의료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내수산업으로 국부를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을 향상하는 데는 기여할 수가 없다. 이에 반해 이공계 과학기술 인력은 과학기술의 상용화로 제조업을 통해 수출이 증가하고 국부를 창출하며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 따라서 국가가 경쟁력을 갖고 발전하려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에 진출해야 할 것이다.
인재의 이공계 진출 촉진 방법은 이공계에 진출을 선호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의 수입을 증대시키고, 과학기술인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을 갖게 하고, 과학기술 관련 국가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 보호 우대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게 한 과학기술인 1세대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임을 국민에게 인식시켜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과학기술 R&D 투자를 증대시키고 과학기술인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대학 교수와 이공계 정부 출연연 연구원의 정년을 65세(61세)에서 70세로 늘리거나 65세 은퇴 후 70세까지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연봉을 연차적으로 대폭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 및 국회는 과학기술인 우대정책을 펴나가고 청소년의 이공계 진학을 격려하는 정책을 펴주시길 바란다.
필자소개:
미국 Brown대학교 이학박사(물리학)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 종신회원
한국시니어과협 초대, 2대, 3대 회장, 현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