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게사
김미순
오이하우스에 그녀가 온 건 몇 달 전 화창한 봄날이었다. 점심 시간이라 밥을 퍼서 자리를 넓혀 주었다. 요즘 새로 나온 실손 보험을 홍보하고 지금 들어야 손해를 안 본다고 종용했다. 없는 돈에 남편 것과 내 것을 함께 들기가 어려워서 남편 것만 들었다. 나는 다음 달에 들기로 하였다.
입맛이 좋았던지 밥을 깨끗이 비우고 누룽지까지 훑어 먹었다.
"한 석달 찾지마"
"뭔 일 있어?"
"대박 날이 있어?"
나는 또 무슨 일을 꾸밀지 궁금하기는 했다 나한테 손해불 끼친 일은 없어 서 약간의 호기심만 밌었다.
그녀를 다시 만난 건 한 달 후였다. 관절염 때문에 진료를 받으려고 정형외과 로비에 가서 앉아 있었다. 그녀가 정형외과 원장실에서 나왔다. 무릎 위까지 하얀 기브스를 한 채. 나는 깜짝놀라 그녀를 부축하여 앉혔다.
"아니 이게 뭔 일이여?"
그녀는 찡긋 오른 눈에 윙크를 날리고 소리없는 웃음을 날렸다.
" 가만히 누워 돈 버는 방법을 찾았어
. 두 달만 더 버티면 삼백 정도 벌어"
"뭐?"
놀리서 입을 못 다물고 있는데 그녀의 딸이 그녀와 똑같은 모습으로 원장실에서 나왔다.
"우리 둘이니까 육백이지"
나는 요즘 유행하는 가짜 환자라는 걸 알앛챘다. 보험설계사가 돈 빼내는 방법을 아주 잘 알아 어련히 하였겠는가?
"나도 그래 볼까?"
나는 아무말도 안하고 진료 순서에 맞춰 로비에 앉아 있었다. 신통방통 재주를 부리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였다.
또 한달이 지났다. 일을 마치고 고단한 옴을 추스려 저녁밥을 먹고 티비를 켰다. 특집이라며 가짜환자의 실태를 방영하고 있었다. 얼굴에 뿌연 연기가 색칠해지고 목소리도 이상하게 씩씩거리는 사람이 악을 쓰고 있었다. 환자복을 입고~~
"오죽했으면 보험금이라도 받을라고 스스로 다리른 뿔라 이 지경꺼지 왔긋소. 다 생계형이니 한 번만 봐주시오"
화면에서는 대 여섯명이 경찰들 손에 이 끌려 순찰차에 탔다.
"내 그럴 줄 알았어? 진봉숙이는 아니긋지?"
나는 진봉숙이가 검거 되었는지 몹시 궁금하였다. 휴대폰도 꺼져 있고 병원에는 이미 퇴원했다고 하였다. 그녀의 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들기로한 실손보험을 다시 늦추었다.
날이 더워 오이하우스가 휴가를 맞았다. 두 달 쯤 숴고 구월 초에 다시 모종 심고 가을 겨울에 수확할 오이를 기대하였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하느작하느작 티비를 보고 있었다. 불쑥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진봉숙이 들어왔다.
"이게 누구여?"
"나여"
진봉숙은 그때 조사받고 보험금도 받지 못한 채 보험회사에서 짤린 일이 원통하다며 한참을 애석해 하였다.
나는 점심을 챙겨 먹으며 손해가 극심하겠다며 위로하였다. 아무렇지 않은 듯 엄청 큰가방에서 종이 뭉치를꺼내었다 임웨이 홍보 팜플렛이었다. 벓써 십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단다. 백명을 확보하면 골드설계사가 된다고, 나에게 회원이 되달라고 애걸복걸하였다. 언제 이렇게 빨리 살 길을 찾았나?
나는 제일 쌀 거라 생각하는 치약과 칫솔을 샀다. 생각보다 비쌋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상품도 자주 사 주기로 약속하였다. 진봉숙은 정말 고맙다며 나에게도 설계사로 등극하라 부추겼다. 오이하우스보다 배나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들쑤셨다.
나는 배운 게 없어 오이 키워 파는 것
도 벅차다고 손을 저으며 그 자리를 마무리하였다.
며칠 후 그날도 엄청 바뽀고 힘들어서 그만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싶었다. 겨우 저녁을 차려 먹고 자리에 누웠다. 자연스럽게 티비를 켰다. 소바자원에서 다단계혐의로 임웨이가 고발당하였다. 무슨 일일까? 진봉숙에게 전화를 하였다. 전화가 꺼져 있었다. 딸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왜 하는 일마다 이 모양인지, 내가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겨우 연락이 된 것은 일주일 후였다. 하나로 마트의 케셔로 근무 중이었다. 잽싸게 일자리를 얻었다. 생활력 하나는 역대급 금메달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도 경쟁력이 세서 석달ㅇ가량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이후 진봉숙은 건물 청소, 도배일 보조, 식당 서빙 일을 전전긍긍 하고 다녔다. 한때는 하도 자주 식당에 오는 남자와 눈이 맞아 일이 끝나는 밤에 진한 데이트를 즐겼다. 나는 그녀가 자랑칠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또 망칠까봐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그녀가 내민 다음 일자리는 어느정도 맏음이 갔다. 요양보호사였다. 우리 지역에도 몇 군데 유명한 요양병원이 있다. 그 중에서 중대형급 요양병원에 취직을 한 것이다. 진봉숙은 버스 두번을 갈아타고 부지런히 ㅂ근무하였다. 나는 오랫만에 아무 걱정을 안하고 편안히 지냈다.
벌써 어버이날이 가까워졌다. 요양병웬에 자식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어이, 진봉숙이 잡혀가게 생겼네"
남편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일은즉슨 여자 환자가 거리에서 발견되었는데 죽어가는 목소리로 "밥 줘" 를 외치며 쓰러졌다. 사태를 추적하던 경찰에게 그 환자가 극도의 굶주림에 이르렀다는 게 밝혀졌다.cc티비를 돌려본 결과 진봉숙이 그 환자의 밥을 훔쳐먹었다는 게 핵심이다.다른 요양보호사는 쿠꾹 머리를 쥐어박았단다. 그래서 둘은 바로 경찰서로 가고 자식들은 울며불며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했다. 당사자들은 힘이 팔려 침대에 누워 있는 게 티비에서 방영되었단다
나는 진봉숙이 식탐이 많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환자의 밥까지 훔쳐 먹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발현일까? 배고프에 대한 심한 트라우마가 있을까?
심신미약으로 100만원 벌금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주위 사람들 보기가 챙피하다며 한달이나 바깥 출입을 안 하였다. 정신 차려서 다시 살 길을 차려보자고 달래도 진봉숙은 꿈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하고 쳐졌던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고 일어선 것은 꼭 한 달 후였다. 진봉숙이 개업식을 한다고 지라시를 돌렸다 <진봉 수련원> 주 종목은 요가와 명사미었다. 그럴 듯 하였다. 요가 실력은 전혀 없었고 전문 강사가 처리했다. 명상은 진봉숙이 했는데 나는 진봉숙이 그동안 살아 오면서 겪은 많은 부침을 씻어낸다고 이해했다. 아주 작은 종지를 나무막대로 치면서 뭐라 읊조리면서 도인처럼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한쪽 소파에 앉아 명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한 30분이 흘러가셔야 끝났다.
"진봉숙, 대단한데!"
"뭐 별거 있겠냐? 다 그렇고그런거지"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배우긴. 책 ㅜ권이면 만사 땡이지"
"그래도 꽤 도인같더라"
"회원들한테 전문가라고 자신있는 모습이 첫째고 살살 꼬시는 기술이 둘째지"
진봉죽의 그대로 드러났다. 살아가는 요령을 금방 터득하는 센스가 대단했다. 나는 집에 돌아오면서 진봉숙이 쳐대던 종자기 소리가 댕댕 우리는 이명에 시달렸다. 또 어는 때 그 종소리가 멈출지 몰라 걱정스러워 걸음을 걷지 못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