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등명낙가사 살구나무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산17
봄의 복판을 알리는 나무
살구나무는 이 땅에 자생하는 나무로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우리나라에서 문자 기록에 등장하는 살구나무는 삼국유사에 나온다. 살구꽃을 보고 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살구꽃은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지표종이다.
4월 중순이면 나뭇가지에 달린 연분홍 빛이 바람에 흔들리며 아름다운 자태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여름에 과실이 열리기 때문에 관상수로도 과실수로도 만족감이 크다.
살구나무와 관련된 속담은 부정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빛 좋은 개살구’가-겉모양은 그럴 듯하나 실속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 열매가 먹음직하게 생겼지만 떫어서 먹지 못하는 개살구 열매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또 ‘개살구 지레 터진다’고 하는 말도 있다. 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떤 일에 먼저 덤비거나 못난 주제에 조급하게 덤벼드는 상황을 말한다.
‘산 살구나무에 배꽃이 피랴’라는 북한 속담도 있다. 근본이 나쁜 데에는 좋은 것이 나올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공자를 부르는 나무
살구나무를 뜻하는 한자 이름은 행(杏)이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던 곳을 행단(杏壇)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의 전역에 있는 향교는 조선의 통치이념인 성리학을 가르치는 공립학교이다. 향교 주변에는 은행이 주로 심어져 있어 원래의 공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부여한다면 살구나무로 심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꽆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고향을 떠오르게 하는 나무들이다. 고려말 문장가인 행촌(杏村) 이암선생은 춘천이 고향이다. 행촌리라는 마을 지명도 있을 정도로 살구나무와 인연이 깊다.
살구나무는 보릿고개를 허덕이며 넘길 즈음인 초여름 먹음직스런 주황색 열매가 가자마다 잔뜩 달 어머니의 고민을 덜어주는 고마운 나무다.먹고 난 후 씨앗은 약으로 사용했다.
행인(杏仁)이라고 부르며 주로 이비인후과와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며 각종 체증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열매는 비타민 A가 풍부하고 구연산과 사과산이 들어 있어 신진대사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지방에 자생하는 살구나무는 보통 개살구라고 부른다. 열매가 살구보다 작고 떫은 맛이 강해 먹기가 적당하지 않은 탓에 들여온 살구나무가 주인장 노릇을 하고 있다. 자생하던 살구나무 앞에는 ‘개’자가 붙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등명낙가사
경북궁에서 바라본 가장 동쪽마을이 새해가 되면 해돋이 관광객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정동진이다.
정동진 기암절벽 위에 자리한 동명낙가사는 신라 성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처음 세워서 수다사라 불렀다. 고려에는 등명사로 불렀으며 많은 스님들이 수도 정진한 사찰이다.조선시대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아 숭유억불정책으로 나라의 정동에 위치한 사찰은 유생들의 빗발치는 상소에 의해 폐사되었다고 전해진다.
1957년 낙가사라는 이름으로 암자를 짓고 1980년에 중창불사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찰내에는 고려 양식이 5층 석탑이 연꽃 무늬로 장식된 기단위에 자리 잡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똑같은 탑이 3개 있었으며 한 개는 동해바닷속에 있고 그리고 해안가에 하나 있었다고 전해진다. 사찰내에 있는 5층석탑은 돌 자물쇠를 채우고 있다. 1층 탑신석 동쪽에 문틀과 자물쇠 음각과 양각이 아주 또렷이 새겨져 있다. 부처님의 집인 탑에 자물쇠를 채운걸 보면 귀중한 진리를 잃지 말자라는 일깨움이 있는 것 같다.
또 사찰 내 영산전에는 고려청자로 빚은 500나한이 자리를 잡고 수도하고 있다. 인간문화재로 우리나라 최고의 청자장(靑磁匠)으로 고려청자를 복원하는데 일평생을 바친 해강 유근형(1894~1993)이 빚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