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20)
20. 평사리 들판 돌고 흥룡마을 거쳐 하동포구로(화개장터 – 하동읍 30km)
8월 26일(수), 강력한 태풍 바비가 위력적이라는 예보가 지속되는 가운데 큰 탈 없이 19일째 걷기를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아침 6시에 밖을 살피니 아직 비가 오지 않는다. 우장을 챙기고 신발 덮개를 씌우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6시 반에 아침 식사, 7시에 화개장터를 출발하여 하동읍 쪽으로 향하였다. 하동과 구례, 광양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새로운 멤버로 경남도의회의 김경수 의원이 대열에 합류하였다. 일행은 14명. 전날 화개면에 진입할 때 본 글,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인용한 문구)를 직접 확인하는 발걸음의 시작이다.
화개장터를 출발하며 파이팅!
아직 태풍영향권에 들지 않은 듯 바람만 약간 세게 부는 상황, 곧바로 섬진강변 데크 길로 내려가 수마가 할퀴고 간 자취를 눈으로 확인하며 거칠어진 노면을 따라 걸어가니 두꺼비바위 쉼터가 나온다. 전날 구례 쪽에서 두꺼비 설화를 살폈는데 이곳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는 듯,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한다. 한 시간쯤 더 걸어 이른 곳은 팽나무 쉼터, 300년 된 보호수와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팽나무 쉼터에서 큰길로 나와 19번 국도를 따라 걸으니 악양면에 들어선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요무대인 최참판댁을 문화관광테마로 조성한 단지 쪽으로 화살표 따라 평사리 들녘 길로 접어든다. 최참판 댁 단지 입구의 파란돌천연발효빵집에 스탬프가 설치되어 있다. 빵집은 커피도 판매, 스탬프 휴게를 하며 아이스커피 등을 주문하였는데 백의종군회원에게는 무료 서비스라며 값을 받지 않는다. 호의는 고마우나 코로나 등으로 관광객이 뜸한 편이라 마음이 편치 않다. 부디 성업하시라.
평사리 들판을 삥 둘러 면소재지까지 걸어 올라가 반대편으로 한 바퀴 돌아 하신대 마을 정자에서 잠시 휴식하고 하동방향으로 접어들었다. 국도 옆 데크 길 따라 2km쯤 걸어 이른 곳은 하동읍 흥룡마을, 소나무와 참나무가 한 뿌리를 이룬 연리목이 유명한 정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흥룡마을에 얽힌 사연, 3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의 기록을 살펴본다.
‘정자에서 나오는데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찾아왔소? 오늘이 무슨 날이오?” “이순신 백의종군길 걷고 있습니다. 오늘이 19일째예요.” 하니 “이순신, 임진왜란”하며 알은 체를 한다. 나이와 이름을 물으니 “99세, 황해도 평산에서 6,25 때 피란 온 이옥기”라고 또렷이 대답한다. “어서 통일이 되어야 할 텐데”를 되뇌는 할머니께 “네, 그렇게 되어야지요.”라며 발길을 돌렸다. 통일의 기적이여, 할머니 생전에 오라.’
이틀 전 하동군청의 김성채 학예연구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옥기 할머니의 근황을 살펴달라고 말하였다. 이장에게 확인하였더니 요양원에 들어가 계신다는 대답, 거동이 가능하면 한 번 뵐 수 있기를 기대하였는데 요양원에 계시다니 어렵겠다고 여겼다. 흥룡마을 정자에서 일행들에게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가름.
흥룡마을에서 한 시간 넘게 걸어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이 이내 점심장소라서 큰 비는 피하였다. 점심메뉴는 제첩모듬정식으로 제첩국에 제첩회, 참게, 가레장 등이 푸짐한 정찬이다. 하동은 제첩이 명산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요즘은 제첩 대신 트로트 소년가수 정동원이 이곳 출신으로 더 유명하다는 김경수 의원의 설명이 흥미롭다.
14시 20분에 오후 걷기, 식사하는 동안 세차게 내리던 비가 멈춰 다행이다. 한 시간여 걸어 두곡마을에 도착하니 제법 근사한 카페가 눈에 띤다. 조선통신사 걷기 등을 함께 한 재일동포 김승자 씨가 백의종군길 걷기 기행록을 통하여 팥빙수, 아이스크림 등으로 땀을 식힌 사정을 아는 터라 그런 기회를 갖게 해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아침 출발 때 일본 발 팥빙수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한 터, 때에 맞게 카페에 들러 팥빙수 파티 열며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멀리서 갸륵한 격려를 보낸 김승자 님, 일행들의 힘찬 박수 소리 들었나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의 팥빙수파티
두곡마을에서 하동읍은 한 시간 거리,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화개장터를 시작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이순신 백의종군로 이정표 비석이 세워져 있는 길을 따라 하동읍소재지 초입의 하동나루 쉼터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반, 쉼터에 전시된 하동예찬 글 중 하나를 메모하였다. 하동포구가 제목인 첫 소절, 하동포구 팔십리에 물새가 울고 하동포구 팔 십리에 달이 뜹니다. 팔십리 달려온 섬진강은 유유히 흐르리라. 우리들의 발걸음도 그러하여라.
* 하동나루 쉼터에서 하동군청 문화체육과 최대성 과장과 김성채 학예사 등이 백의종군길 일행의 하동 입성을 반겼다. 맛있는 배와 하동 잭살홍차를 한 아름 들고. 하동이 고향인 배준태 단장의 동생(배덕순 씨)이 저녁 식사를 융숭하게 대접하고 약국을 경영하는 배 단장의 고향친구가 피로회복제 경옥고를 한 박스 제공하는 등 여럿이 친절과 온정을 베풀어 감사하다. 하동 인심, 대단하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동나루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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