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님 어머니이신 미용님이 아들 도와주러 온 학생들 밥 한번 대접하겠다고 하셨다. 오늘 영석님이 먹고 싶어 했던 양꼬치를 먹으러 간다. 우리는 구직활동을 끝내고, 미용님은 집에서 팀장님 차 타고 저녁 5시 20분쯤에 양꼬치 집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와, 힘들었다.” 세빈
“다들 고생 많았어요~” 은지
시간이 좀 지나 미용님과 팀장님이 도착하였다. 미용님은 수줍고 설레는 미소를 띠고 계셨다. 영석님의 예쁜 미소가 어머니를 닮은 건 아닌가 생각하였다. 미용님과 우리 셋, 총 네 명이서 양꼬치를 먹는다 생각하였는데, 다온빌 저녁식사 시간과 겹쳐 팀장님도 함께 먹게 되었다.
영석님과 미용님은 모자지간인데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암묵적인 규칙인 듯, 누구 할 것 없이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그렇게 팀장님, 은지, 세빈, 이렇게 셋의 대화가 가장 많았고 앉은 자리에 따라 은지님이 영석님에게, 내가 미용님에게 물어보는 일도 있었다.
“콜라 먹고 싶다.” 영석
“콜라요? 미용씨는요?” 팀장님
“콜라.” 미용
“아~ 그래요? 콜라 두 개?” 팀장님
“콜라랑 그 밑에 음료수.” 영석
직원이 와서 콜라와 환타를 꺼내었다.
“어~ 나는 그 음료수 별론데. 나도 콜라 먹고 싶었어요. 그럼 저랑 미용씨랑 콜라 나눠 마실까요?” 팀장님
“네!” 미용
어머님의 밝고 활기찬 목소리가 듣기 좋다. 어머님께는 실례되는 말일 수 있지만, 늘 띠고 있는 미소에 생기 있는 얼굴이 참 귀여우셨다.
영석님은 본인의 컵과 은지님의 컵에 환타를 따랐다.
“어? 제 거는요?” 세빈
“흐흐.” 영석
“어? 너무 적은 거 아녜요?” 세빈
영석님이 하루종일 내 장난을 받아주기 힘들었는지 그 감정을 환타 양으로 나타내었다. 영석님! 죄송해요. 이제 장난 조금만 치도록 노력할게요~
먹는 것을 참 좋아하시는 미용님, 수시로 양꼬치, 양갈비살, 삼겹살을 드렸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음식이 사라져있다. 양꼬치를 그대로 들고 드시기도 하고, 양갈비살용 장에 담갔다가, 양파절임 국물에 담갔다가, 향신료를 찍어드신다. 영석님도 음식 가리지 않고 먹는 걸 참 좋아하는데, 미용님 식성과 취향을 닮았나보다. 모자지간에 대화는 없어도 누구보다 맛있게 양꼬치를 먹는다.
“영석님, 물을 왜 그렇게 많이 먹어요? 벌써 물통 다 비웠어요?” 팀장님
“네.” 영석
영석님은 물을 꼭 가지고 다니고, 음식을 먹을 때는 음료를 많이 마신다. 아마 이번에 물을 많이 마신 건 음료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배는 어때요? 많이 찼어요? 저는 조금 배불러요.” 팀장님
“저는 배불러요.” 은지
“저도 조금 배불러요.” 세빈
“그럼 이제 밥을 먹을까요? 뭐 먹을래요? 된장찌개?” 팀장님
은지님이 손을 들었다. 이전부터 된장찌개를 많이 먹었는데, 이번에도 된장찌개를 먹는다고 손을 들어 팀장님이 웃으셨다.
“저도 된장찌개요.” 세빈
“된장찌개에 밥 하나?” 팀장님
“저는 밥 하나 다 못 먹을 거 같아요.” 은지
“저도요. 하나를 둘이서 나눠먹으면 좋겠어요.” 세빈
“영석님은 새우볶음밥 먹고 싶대요.” 은지
“새우볶음밥이요??? 영석씨… 고기 많이 먹었잖아요. 배 안 불러요?” 팀장님
“흐흐.” 영석
“미용씨는 된장찌개요?” 팀장님
“네.” 미용
영석님은 새우볶음밥을 먹고 싶었나보다. 24일 월요일에 마을 어르신들께 볶음밥 만들어드려야 하니 참고할 만한 음식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배는 정말로 안 부를까? 영석님은 항상 배가 많이 부르면 배탈날 것을 걱정하여 그만 먹고는 하였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음식이 다 나오고 영석님은 새우볶음밥의 양에 깜짝 놀랐다.
“와, 왜 이렇게 많지?” 영석
“너무 많으면 좀 남겨도 되고요. 남은 거 포장해달라고 해도 되잖아요.” 세빈
“나 된장찌개 먹고 싶은데.” 영석
“영석씨 새우볶음밥 먹고 싶어 했잖아요. 안 돼요. 볶음밥 드세요.” 팀장님
“흐흐.” 영석
장난기 섞인 말투로 팀장님이 얘기하셨다. 팀장님, 은지님, 나, 셋이서 공기밥 3개를 나눴고, 미용님은 공기밥 하나를 오롯이 드신다. 된장찌개는 팀장님과 은지님이 하나, 나와 미용님이 하나. 영석님은 혼자 새우볶음밥을 먹으니 아쉽게도 된장찌개 먹을 배는 없다. 그런데 나중에 된장찌개 위치가 바뀌었다. 영석님이 먹고 싶다 하여 은지님이 나누어준 듯 하였다. 아마 내 옆에 앉았으면 내가 된장찌개 먹지 말고 새우볶음밥 먹으라고 장난 쳤을텐데, 은지님이 옆에 앉아 다행이었다.
“체조하러 가. 체조.” 미용
“체조하러 가세요? 정말요?” 세빈
쑥쓰러운 듯 아무 말씀 안 하고 계시던 미용님이 밥 먹을 때쯤 되니 입이 풀렸다.
“어제 물놀이 했어. 물놀이.” 미용
“어제 물놀이하셨어요? 진짜요?” 세빈
어제 어떤 직원 분께 미용님이 물놀이하러 가자고 얘기한 것을 들었는데, 정말 물놀이한 것일까? 아리송했다.
“나 어제 제주도에 비행기 타고 갔다 왔어.” 미용
“어제요? 어제 다온빌에 계셨었잖아요~” 세빈
미용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아마 했다고 표현하시는 것 같다. 의문이 풀렸다.
밥을 다 먹고 영석님은 결국 볶음밥을 남겼다.
“이거 포장해주세요. 땅콩.” 영석
“네~” 사장님
사장님은 정말로 땅콩을 포장해주셨다.
“이것도 포장해주세요. 볶음밥 남은 것도.” 영석
“네~” 사장님
사장님은 볶음밥을 포장하고 땅콩과 함께 검은색 비닐봉투에 넣을 수 있게 가져오셨다.
“감사합니다.” 영석
“오빠 주려고 그러지? 오빠 주려고?” 미용
미용님이 말씀하시는 오빠는 누군지 잘 모르겠다. 미용님은 모든 사람을 언니와 오빠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나까지 밥을 다 먹고 모두가 식사를 마쳤다.
“미용씨, 계산하러 갈까요?” 팀장님
미용님은 계산하러 카운터로 가셨다. 어머니로서 학생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모습이 참 힘차고 멋있어보였다.
대화를 조금 나누고 다온빌에 도착하였다. 은지님과 나는 마을회관으로 돌아가려 발걸음을 옮겼다.
“엄마. 볶음밥 먹을래?” 영석
“응.” 미용
“냉장고에 있으니까 갖다 먹어.” 영석
영석님은 아까우니까 일단 볶음밥은 챙기고, 나중에 먹을 생각은 안 한 걸까? 아니면 어머니께 드리려 챙겨놓은 걸까? 어쨌든 미용님이 얘기하신 오빠 주려고 챙긴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렇지만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참 정겹다. 대화를 잘 안 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느 가족 같다.
어머님과의 저녁 식사가 끝났다. 처음 먹은 양꼬치인데 영석님과 어머니이신 미용님과 함께 먹을 수 있어 좋은 추억이 되었다. 영석님의 어머니께 얻어먹을 수 있어 참 복 받았다. 양꼬치 먹고 싶다고 한 영석님께도 고맙다.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잘 먹었다.
2023.07.20. 목요일 정세빈
첫댓글 영석씨와 영석씨 어머니 두분 다 참 복스럽게 드시지요?
모두 모두 잘 먹고 힘내서 사회사업 바르게 하기를 기대합니다.
미용 씨가 아들 도와주는 학생들에게 밥 사줬다고 영수증 보여주며 자랑하던 모습이 떠 오릅니다.
엄청 뿌뜻해 했어요.
아들과 함께하는 학생들에게 어른 노릇 제대로 했네요.
말로 써 표현을 잘 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챙기려는 마음은 여느 모자 사이와 다름없답니다.
엄마와 아들이니까요.^^
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와 아들이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엄마와 아들이라기 보다 입주자로서 서로 관계를 하는 것 같았는데, 단기사회사업을 하는 실습생들의 도움으로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재정립한 것 같아서 여러모로 기분이 좋습니다. 정세빈, 신은지 실습생님, 감사합니다.
아들에 구직을 돕는 학생 분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미용 씨의 마음이 귀한 것 같습니다. 대화는 많이 안 했지만 포장해 온 볶음밥을 어머님께 드리려는 영석 씨를 통해 다정한 모자 관계를 볼 수 있네요!
미용 씨가 엄마 노릇 톡톡히 하셨네요. 늘~~ 아들이라고 챙기십니다.
아들 위해서 애써주는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밥 사주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용 씨가 요리하면 아들 먹을 것은 꼭 따로 챙겨 놓습니다. 엄마 마음이 다 그렇듯이요~~
집에서는 장난도 잘치고 대화도 곧잘 하는데 좀 쑥스러웠나 봅니다.
미용씨 오늘 엄마노릇 잘 했어요~
사회사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직장에서, 어디서든 사람노릇, 이웃노릇, 부모 자식 노릇. 우리는 그것을 잘 할 수 있게 거들면 그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영석 씨와 어머니인 김미용씨. 정세빈 학생과 신은지 학생 덕분에 또하나의 사회사업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