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자락길잡이협동조합 추천 0 조회 34 19.02.15 08:00 댓글 0
전남 최초로 담양군이 남면의 명칭이 오는 19일부터 가사문학면으로 변경된다. 담양의 한 광고판 업체에서는 새지명이 담긴 각 관공서 간판, 표지판 제작이 한창 진행중이다. 담양=이영수 기자 yslee2@jnilbo.com
전남 지자체들의 ‘지명 개명’ 움직임이 활발하다. 담양군은 남면을 가사문학면으로 변경을 확정지었고, 화순군도 동·이서·남·북면 등 방위 지명에 대한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이다.
지자체의 지명 개명 추진은 ‘동·서·남·북’ 등 단순한 방위 지명을 청산하고 지역의 고유·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다. 특히 톡톡 튀는 지명 변경을 통한 브랜드화로 지역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향후 단순한 방위식 지명 및 일본식 명칭 변경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순군, 4개면 명칭 변경 추진
화순군은 단순한 방위 지명인 동면, 이서면, 남면, 북면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방위식 지명은 조선 중기 때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759년 발간된 여지도서(輿地圖書)에 따르면 당시 이서면·남면·북면은 동복현을 기준으로, 동면은 화순현을 기준으로 방위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단순 방위 지명을 지역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명칭으로 변경하기 위해 오는 28일까지 주민 사전 설문조사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설문조사는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 과 변경 지명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화순군 동면은 면 소재지에 위치한 천운산(天雲山) 이름을 따서 ‘천운’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천운산은 화순탄광이 있는 곳으로 화순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꼽힌다.
남면의 경우 ‘사평(沙平)’이 거론되고 있다. 남면 관할에 사평마을이 존재하며, 사평마을 출신 곽재구 시인의 시 ‘사평역에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평역의 실제 이름은 남평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힌다.
북면의 경우 예로부터 사용해오던 ‘아산(鵝山)’이란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백아산(白鵝山)의 이름을 딴 것으로 실제 해당 지역에 ‘아산초등학교’가 있다.
이서면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새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적벽(赤壁)’의 이름을 면의 명칭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화순군은 올 상반기까지 각 지역의 최종 명칭을 결정해 관련 조례 개정 등 행정 절차를 거친 뒤 내년 1월 1일부터 새 명칭을 사용할 계획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기존의 방위 구분에 따른 면 명칭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이름으로 변경하는 것은 지역의 역사성과 자긍심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최초로 담양군이 남면을 오는 19일부터 가사문학면으로 변경된다. 담양의 한 광고판 업체에서는 새지명이 담긴 각 관공서 간판, 표지판 제작이 한창 진행 중이다. 담양=이영수 기자 yslee2@jnilbo.com
●담양군 전남 최초 ‘가사문학면’ 개명
담양군은 전남 최초로 일제 잔재로 꼽히는 방위 지명인 남면을 ‘가사문학면’으로 변경했다. 오는 19일부터 공식 명칭으로 사용된다.
담양군 남면은 면적 43㎢에 인구수 1368명(699가구)으로 담양 13개 읍·면 가운데 인구수가 가장 적은 면 소재지다.
남면은 소쇄원과 식영정, 환벽당 등 가사문학 유산과 명승, 기념물을 다수 보유한 가사문학의 산실이며, ‘가사문학로(路)’라는 도로명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군은 명칭 변경을 위한 조례안을 개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군과 면은 현재 면사무소 현판 등 시설물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정범택 명칭 변경 추진 위원장은 “‘남면’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자치단체가 전국에 15개나 있다”면서 “일제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방위식 이름을 버리고 지역 특성에 맞게 ‘가사문학면’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지역 경쟁력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담양군이 지난해 11월 남면을 가사문학면으로 개명하는 것과 관련해 남면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담양군 제공 편집에디터
담양군이 지난해 11월 남면을 가사문학면으로 개명하는 것과 관련해 남면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담양군 제공 편집에디터
●일본식·방위 지명 벗고 정체성 찾기
화순·담양의 지명 변경·추진 움직임은 전남 일선 지자체의 일본식·단순 방위 지명 변경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남도도 올해 일본식 지명 청산을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화순·담양을 비롯해 전남 지자체의 단순한 ‘동·서·남·북’식 방위 지명은 수두룩하다. 목포, 여수, 순천, 장성, 해남 등도 일부 면이 방위명을 따랐다. 화순·담양이 지명 변경을 통해 마을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 브랜드화에 성공해 관광 활성화를 이룰 경우 타 지역의 ‘개명’ 움직임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적으로도 ‘지명 개명’ 사례는 많다. 2007년 강원 평창군 도암면이 대관령면으로 바뀐 것을 시작으로 영월군 하동면이 김삿갓면, 영월군 서면은 한반도면으로 이름이 바꼈다. 2015년엔 경북 고령읍이 대가야읍으로, 울진군 서면이 금강송면, 원남면이 매화면으로 각각 현판을 바꿔 달았다. 2016년 7월 인천시 남구가 미추홀구로 바꿔 광역시 자치구로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최근엔 경남 거제시 둔덕면이 ‘고려면’으로, 상주시 사벌면도 ‘사벌국면’으로 바꾸기 위한 절차가 진행중이다. 광주시도 방위 자치구에 대한 개명논의가 한창이다.
지명 개명은 ‘일제 잔재 청산’의 의미도 크다. 전남도는 올해 일본식 지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착수한다. 지자체별로 일본식 지명을 파악 후, 지역 특성에 맞게 명칭 변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