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낳은 딸아이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늘 도시락을 가방에 챙겼다. 과자는 영 입에 맞지가 않았다. 딸아이도 닮아 신토불이 음식을 좋아했다. 고욤나무를 접붙이면 감나무가 된다고 했다. 어릴때만 해도 여기저기 시골엔 고욤나무가 많아 익으면 우리들 간식으로 참 좋았다. 씨를 뱉고 오물오물 씹어 먹으면 쫀득쫀득 맛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길 지나다 담벼락 위에나 땅에 곱게 떨어진 것은 주워 딸아이에게 먹였다. 그럴때마다 후렴처럼 아이에게 말했다. ''이 감홍시는 오늘 이 시간 오로지 너를 위해 태어난거야. 정말 감사하지.'' 껍질을 잘 벗기고 먹이면 정말 잘 먹었다. 요즈음은 간식이 흔해 별로 감홍시를 탐닉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아이 손을 잡고 흥겹게 길을 나섰다. 관공소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의외로 이런 곳에 감나무가. 그것도 대문 바로 바깥에 위치. 가을 감홍시가 예쁘게도 많이 열렸다. ''와~ 저 잘 익은 감을 하나 따 주고 싶구나.''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 몇 개 따 먹어도 괜찮습니다. 따 드세요.'' 그 말에선 몇 개라고 말 했을 뿐이지 많이 따 드셔도괜찮습니다로 들릴 정도로 따뜻하게 들렸다. 그러곤 이내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재차 물었지만 ''네.'' 하고 아무일없다는 듯이 들어 갔던 것이다. 분명 주인이라고 까지 했던 것이다.
망설이다 손이 닿는 곳에 감홍시 하나를 땄다. 아이에게 먹이려는 순간; ''왜 남의 감홍시를 따요? 허락도 없이.'' ''아, 누가 몇 개를 따 먹어도 된다고 해서 그랬습니다.'' ''누가요?'' ''아까 누가 대문 열고 나와서 말했습니다.'' 누구라고 말하면 싸움이라도 날 것 같아서 누구라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어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듯이 집안에서 한 명, 두 명; 세 명 대문 밖으로 나왔다. 하나같이 아주머니와 닮은 표정으로 나왔다. '' 되는 줄 알고 땄습니다. 주인이 따로 있었군요.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함부로 딴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고 자리를 얼른 벗어났다. 잠시 후 가까운 관공소로 들어갔다. 직원에게 ''저 감나무가 누구의 감나무 입니까? 하고 물었다. ''자기가 심은 감나무라고 하네요. 땅은 자기 땅이 아닙니다.'' 라고 하는데서 묘한 뉘앙스가 풍겼다. 저 감나무로 말이 많았음을 직감 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 그 감나무가 있었느냐는 듯 그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집은 사람이 안 사는 흉가가 되어 있었다. 다른데로 이사를 갔을까?. 재개발 지역인가?. 주변을 살펴 보았다. 그런데 그 집만 그랬다. 참 아리송 하였다. 뭐 좋은 기억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그 사연을 물어볼까. 계산성당 안 이인성 감나무에서 떨어진 작고 예쁜 홍시. 그 감나무의 사연과 함께 딸아이 고사리 같은 손에 담아 주었던 홍시의 기억. 마음으로 부터 충만감을 안겨줬던 이인성 감나무를 기억함으로 안 좋았던 그 날을 날려 보낸다. (20240507)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