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2018.11.04
소사모산악회
지리산 천왕봉은
남한 본토에서는 가장 높은 산입니다.
그러니까 이만큼 높은 산을 오르기는 흔치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장장 8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입니다.
5, 6년전 올랐던 기억에 의하면 수많은 돌들의 괴롭힘이 기억에 선한데...
몇번을 망설였지만 결국은 신청을 하게 됩니다.
지난번에 올랐을 때 찍은 사진도 별로 없네요.
시계도 별로 좋지 않았던 같습니다.
전라도 쪽에서 올랐던 같은데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하여튼 오르기로 했으니 준비는 해야겠기에 비상 무기를 준비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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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지팡이입니다.
지금껏 T자 스틱 한개만 들고 다녔으나
이번에는 너무 무서워서...
일자스틱을 쌍으로 가지고 가게 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지팡이의 효력이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성재오르는데 허벅지가 당기지가 않더군요.
결론적으로 다리에 하중이 분산되었던 같습니다.
등산에 무리가 없으려면 쌍지팡이를 쓰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납니다.
아침은 준다고 하였으니 점심을 준비해야겠는데,
마선생은 전날 저거 동창회 한다고 가버렸죠.
장춘당약국 앞에 김밥을 사러 갔습니다.
헛 그런데... 문이 잠겨 있네요.
밤새도록 영업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랑 햄버거 같은거 사 가지고 나섭니다.
버스는 함양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볼일을 보고
산청휴게소에서 조식을 해결합니다.
증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합니다. 8시경입니다.
개울에 깔린 것은...
모래는 아니요. 자갈도 아닙니다.
호박돌도 아닙니다.
그냥 방구들입니다. 앞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천왕봉 5.2키로이면 별로 먼 길은 아닐 같은데...
저기 입구에 통천길 이라고 쓰여 있네요.
하늘로 가는 길이라...
초입부터 예사스럽지 않은 방구들이 박혀 있습니다.
방구들이 앞길을 막으면 많이 피로하죠.
칼바위.
흔한 바위들 중에 이름이 있는 바위는 복받은겨.
지리산 등산길에서는 당연한, 흔한 돌들...
ㅇ이 다리를 건너서 우측길로 올라갑니다.
올 때는 좌측길로 내려옵니다.
이름 없는 바위겠지 했는데...
망바위라고 이름지어져 있네요.
그렇게 헉헉대며 오를 때에...
능선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 천왕봉.
저기가 천왕봉입니다.
가깝게 보입니다. 3키로 정도 남았는데 별거 아닐까요?
저 바위가 무언가 망을 보고 있는 같습니다.
그렇게 하여 또 1키로 정도 올라가니 법계사가 보입니다. 매우 힘들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거리도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법계사는 해발 1300M 이상입니다.
왠간한 산보다 높습니다.
많이 높이 올라왔나 봅니다.
멀리 산들이 아래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안전쉼터에서 쉬랍니다.
그래서 언제 다 올라가남...
개선문. 해발 1700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소백산보다 훨씬더 높이 올라와 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흙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나무들조차 저렇게 자라기는 쉽지 않으리라...
깔딱고개 같은 길이 보입니다.
계단 위로 보이는 하늘은, 이제 마지막이 보이리라...
한 숨, 한 숨 쉬면서 계단을 올라가면...
뒤돌아 봅니다.
우리가 올라온 길들이 저 아래로 보입니다.
아니 그냥 짐작해 봅니다.
네, 저기, 저기를 오르기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죠.
능선 건너 전라도 쪽입니다.
반갑다. 전라도.
헛 음지쪽으로 언제 내린 눈발인지 녹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에서, 본토에서 제일 높이 올라왔습니다.
모든 것이 아래로 보입니다.
산 정상 오름을 인증하기 위하여 줄을 서서 사진들을 찍습니다.
나는, 뭐,
그거 그렇게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틈이 보일 때, 푯말만 찍었습니다.
천왕봉. 같이 찍힌 분들은 모자이크로...
1915미터...
소백산 비로봉 1439미터, 얼마전에 오른 방태산이 1444미터였습니다.
근래에 가장 높이 오른 산이 1444미터이죠. 무려 500미터를 더 올라갔습니다. 영주 철탄산은 260미터 정도 이니 철탄산 2개정도 더 오른 같습니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쯤이었는 같습니다.
이제 장터목휴게소쪽으로 갈겁니다.
멀리로 첩첩이 산들이 보입니다.
천왕봉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아스라히...
원산이 보입니다. 멀리 하얀 저 부분은 구름일까요?
자세히 보면 그 구름 사이에도 산이 보입니다.
경이롭습니다.
높이 있어야 아래가 보인다. 이런 진리도 있군요.
가던 길에 잠깐 쉰 곳에서 이런 풍경도 찍었습니다.
저기는 제석봉
이름 없는 돌뺑이.
불갑산에 있었으면 신주 모시듯 했을 같습니다.
영험이 깃든 머 어쩌고 하면서 ㅋㅋ...
제석봉(1806미터)을 지나쳐 갑니다.
전망대가 있어 어떤 분이 전망 좋다고 자리를 비켜 주네요.
아 네, 전망 좋습니다. 파노라마를 찍었는데 올릴 수 없어 안타깝네요.
저기가 천왕봉이죠?
아무리 내려다 봐도 인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만물의 영장이 맞는걸까?
장터목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석봉 고사목은...
도벌꾼들에 의해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태워져서 이렇게 되었다는군요.
흙도 잘 안 보이는 땅에서 저만큼 자라려면 인고의 세월을 보냈을 터인데...
장터목에 도착했습니다.
음수대에서 지리산 물 한컵 떠서 마시고 또 내려갑니다.
돌들이 조금도 한 눈을 팔지 못하게 합니다.
오늘 나의 비장의 무기. 쌍지팡이야 고맙다.
돌을 품은 나무.
지라산 나무들은...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같습니다.
뿌리 뻗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바위가 통째로 폭포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암폭포라 하는군요.
끝없이 펼쳐지는 돌...
누구의 소원이 담겼거나,
심심해서 쌓여진 돌탑.
지루한 돌길을 마무리할 때가 다 되어 갑니다.
아까 올라갔던 길의 왼쪽으로 나옵니다.
출발하던 곳에 도착했을 때는 세시 반이 넘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은 하산길이 시간이 더 짧은데 오늘은 반시간 정도 더 길었던 같습니다.
마무리하니까 기분 좋습니다.
올라갈 가치가 있었습니다.
온 남한을 발 아래로 내려다 봤습니다
힐링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