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31) - 늙어가는 남편이 부담스럽다?
노모가 입원 중이어서 끼니 때 마다 병원을 찾는다. 같은 병실에 천혜경로원에 계시는 일본 태생 수야보자 할머니(90세)가 석 달 넘게 입원하고 있다가 오늘 오후에 숨을 거두었다. 해방 전에 집에서 경영하는 공장에 근무하는 조선청년과 연애하여 한국으로 나온 할머니는 일찍 남편과 사별하여 홀로 살다가 천혜경로원에서 노년을 보내게 된 것이다.
고향을 떠난 후 한 번도 일본에 들어가지 못한 할머니를 위해 천혜경로원에서는 7,8년 전에 그의 고향인 규슈지방을 배편으로 오가는 여행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할머니의 고향을 찾아갔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찾은 고향마을은 새로운 주택이 들어서는 등 옛 모습이 많이 바뀌어 할머니가 살던 집을 찾을 길 없어 어릴 때 다닌 소학교와 주변 공원 등을 돌아보는 것으로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몇 년 전에 할머니는 천혜경로원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때 교회 예배당에서 결혼예식을 치른 후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모텔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봉고차에 동승하는 등 들러리 노릇을 하기도 하였다. 팔순을 훨씬 넘긴 부부는 금슬이 좋아서 젊은이 못지않은 잉꼬부부처럼 단란한 노년을 보냈는데 한 두 해 전부터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져 자주 병원에 가게 되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앙상하게 뼈만 남은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눈을 마주쳐 인사를 나누었는데 저녁시간에 가니 30분 전에 운명하였다고 한다. 곧 장례식장으로 운구할 예정이라기에 찬송가를 몇 곡 부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전송하였다.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마지막선물 잊어주리라'는 유행가의 가사처럼 마지막 떠나는 길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못보고 간 수야보자 할머니, 고단한 이승의 고통을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엊그제 늙은 남편을 돌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내용인즉 한국 여성의 71.8%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여성이 남편을 돌봐야 하는 기간이 길어져 노부부 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남성의 동의율도 66.4%나 됐다. 많은 여성이 늙은 남편을 돌보는 일을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남성도 대체로 그런 사정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아내에게 큰 소리로 이를 읽어주는 마음이 편치 않다.
남녀가 늙어서 꼭 필요한 것을 소개하는 이런 얘기가 나돈 적이 있다. “여자에게는 첫째 돈, 둘째 딸, 셋째 건강, 넷째 친구, 다섯째 찜질방이다. 남자에겐 첫째 아내, 둘째 마누라, 셋째 집사람, 넷째 와이프, 다섯째 애들 엄마다.” 여자가 늙으면 남편은 없어도 되는 반면, 늙은 남자에게 아내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스갯말이지만 노부부가 서로 배우자를 필요로 하는 정도를 잘 표현하였다고 할까?
이를 되새기노라니 얼마 전에 들은 유머가 떠오른다. 동창들을 만나고 온 아내가 시무룩하여 까닭을 물으니 한 동안 대답이 없더라나. 꼬치꼬치 물으니 다른 친구들은 다 남편이 세상을 떠서 혼자인데 자기만 남편과 함께 살고 있어서라고.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누구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은퇴 이후 30~40년을 함께 살아야 할 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방법을 몰라 빚어지는 갈등이라고 말한다. 어느 심리학교수는 '늙은 남편이 부담스럽다'는 여성들의 표현은 '싫다' '밉다'는 뜻이 아니라 '불편하다'는 의미라면서 눈 뜨면 회사에 나갔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돌아오던 남편과 갑자기 24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데서 오는 불편함이라고 지적했다. 은퇴 남편의 당황스러움도 그 못지않다. 경제활동의 주역으로만 살아왔지 혼자서 놀 줄 모르고, 집안일이라면 숟가락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만큼 무관심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은퇴하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집안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남성들의 가사노동시간(1시간 1분)은 미국 (1시간49분)이나 영국 (2시간48분)의 은퇴 남편들보다 훨씬 짧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부장적 권위는 무너지고 부부간 대등한 관계가 필요한데, 어느 일방의 희생을 기반으로 더 이상 부부관계가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황혼이혼도 늘고 있다. 1995년 138건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여성의 이혼 건수는 지난해 1734건으로 늘었다. 자생력 없는 가부장적 권위는 법정에서도 단죄 받는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권위적인 80세 남편으로부터 6년 동안 메모지로 살림 지시를 받은 76세 아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남편은 '생태는 동태로 하고 삼치는 꽁치로 바꿀 것', '두부는 비싸니 각종 찌개에 3, 4점씩만 양념으로 사용할 것' 등의 메모로 아내를 통제했고, 법원은 이런 통제를 이혼사유로 인정했다.
10여 년 전, 일본을 여행할 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남편에게 순종적인 아내가 남편이 일할 때까지는 꾹 참고 있다가 은퇴시기가 되면 이혼을 청구한다. 이때 가진 재산을 반분하게 되는데 대부분 살던 집을 아내가 차지하게 되고 남편이 집을 떠나게 된다. 따로 사는 자녀들은 가끔 부모가 살던 집을 찾아와서 어머니와의 관계는 유지되는데 아버지와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지고 외톨이가 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늙은 남편을 비오는 가을날 구두에 붙은 낙엽신세로 비유한다고 한다. 아무리 떼어 내려 해도 달라붙는다는 뜻이다. 몇 년 전의 실제인구조사에서 남녀 노인 3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남편 있는 쪽이 없는 쪽보다 사망위험이 두 배 높았고 남성은 그 반대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
동물사회에서도 늙은 수컷의 말년은 비참하다. 평생 적으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던 수사자는 사냥할 힘을 잃으면 젊은 수컷에게 자리를 내주고 쫓겨나 마지막 여행에서 혼자 죽는다. 침팬지에게 A 방법으로 먹이를 주다 B 방법으로 바꾸면 늙은 수컷만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지 못한 체 젊은 것들과 암컷에게 애물단지처럼 뒤처진다고 한다.
치열한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뒤 무력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자원봉사·취미생활 중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는 등의 은퇴 증후군에 대한 조언은 많다. 은퇴 후 수십 년의 부부생활에서는 우선 남편들이 가정이라는 터전에 새로 진입한다는 신참의 마음가짐으로 집안일에도 익숙해지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점심만큼은 스스로 차려 먹고, 쉬운 집안일은 나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나더러 자기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주 부닥치는 선택과 판단의 순간에 나의 코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나도 아내가 나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아내 없이 혼자 살면서 주위사람들에게 추레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내와 함께 저녁 식탁에 앉아 복분자 와인으로 건배하며 '사랑합니다'를 복창하였다.
나이 들어가는 부부들이여, 서로를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즐겁게 해로하는 방법을 탐색하자.
* 때에 맞게 아내가 메일로 보낸 유머를 소개한다.
정치인과 남편의 공통점
1. 내가 선택했지만 참 싫다!
2. 헤어지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3. 아직도 내가 자기를 정말 사랑하는 줄 안다.
4. 용돈(표) 얻으려고 지킬 의지 없는 약속(공약)을 남발한다.
5. 내 말은 죽어라고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하다 패가망신한다.
6. 비상금(정치자금) 걸려서 망신당한다.
7. 잘못되면 마누라(야당) 탓하고 잘되면 자기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8. 밖(외국)에서는 늘 굽실거리다가, 집에만 들어오면 자기가 왕이다.
9. 욕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기만 모른다.
10. 안에서 싸우다가도 밖(외국)에 나가면 행복한 척한다.
11. 은퇴(임기 종료) 후가 두렵다.(말년이 초라하다
첫댓글 몇 년전에 홍콩 갔을 때 가이드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중국은 세계 역사 상 가장 많은 여왕을 모셨던 나라인만큼 우먼파워가 세답니다. 그 예로 해태상을 보면 수컷 해태상은 발 밑에 여의주를, 암컷 해태상은 발 밑에 수컷 해태상을 쥐고 있지요. 한마디로 세계는 여자가 지배한다!!라는 뜻이죠.^^ 가이드말로는, 중국문화권에서도 특히 홍콩의 여성상위문화는 절대적이랍니다. 한국만큼 남자 대접해주는 나라 없으니 절대 이민오지 말라던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