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북평면 동해리는 뒷산이 두륜산이고 앞에는 완도 쪽으로 흘러가는 바닷길이 잘 보이는 곳이다.
4년 전부터 농촌녹색체험마을로 선정됐다. 녹색체험마을로 선정된지 네 번째로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최기호 씨는 마을에 봉사함으로써 전체의 공의가 바로 설 수 있단다.
산술적으로는 오히려 손해가 있다. 마을 전체 일을 하다 보면 시간과 노동은 기본이고
그 외의 보이지 않는 일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사는 일이 보이는 것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굳이 하는 데에는 그만한 삶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 가치가 착한
본성으로 되돌려 주고 어엿한 자신의 존재를 회복하게 해 준다고. 그는 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고향을 지켜왔다. 온몸으로 내려앉은 두륜산과 그 산에서 품어내는 물과 동거동락한 최기호 씨는
산과 물이 동격이 되었단다. 1남 3녀의 외동아들로 어머니가 귀하게 키웠듯이 아름다운 자연도
그의 품격을 높게 만들어 주었다. 그와 평생 같이 할 반려자도 이 마을에서 사는 같은 또래와 결혼했다.
두륜산에서 흘러 마을을 지나고 완도 쪽으로 가는 물길은 숱한 사연을 싣고 바다로 흘러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말로 토해낼 수는 없지만, 갖가지 시냇물 소리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을 뒤 천매골에서는 천 가지
바위의 형상을 각각 다르게 펼져놓고 있다. 동해마을은 이곳 천매골에 수영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넓은 정자가 있다. 아이들이 수영장에 있는 수도 많지만, 정자에 오손도손 둘러앉아 있는 어른들도 많다.
천매꼴에서 흐르는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계곡이 잘 어울러진 곳이기에 날이 갈수록 피서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최기호 취진위원장은 "수영장의 청소와 최소한의 운영비용만 받고 있다. 운영위원들은 마을사람들로 돌아가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마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 마을 공유지로 만들었다. 동해마을 부녀회도 물놀이
오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음식종류는 닭백숙으로 한 가지만 통일했기에 맛도 한층 놓일 수 있다고 한다.
동해마을 계곡을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주차공간과 수영장 그리고 쉼터가 좁아 앞으로 이것을 넓히는 데 숙제라며
자연의 훼손을 최소한으로 시설을 확충해나갈 것이란다.
최기호 위원장은 면면히 이어온 동해마을 사람들의 좋은 심성을 최고로 꼽고 있었다. 외지로 들어오는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동해마을과 빠른 시일 안에 동화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착한 심성을 증명이라고 하듯이 이 마을로
귀농하는 젊은 사람들이 10명이 됐다. 특히 민박 한옥집이 10채가 올해 지어졌고, 한옥 주인도 새롭게 이 마을로 오게 됐단다.
북평면 동해마을은 녹색농촌체험마을과 정보화마을 그리고 탐스테이(농촌체험관광)으로 선정됐다. 4년 동안 마을 사람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루어 놓은 결과이다. 특히 멸사봉공으로 공공의 이익을 먼저 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위원장 최기호 씨의 입가에는 항시 미소가 떠나가지 않는다. 얼굴에 그려지는 그의 웃음은 많은 사람과 친화력뿐만 아니라
그의 내면의 공의가 튼튼히 지키고 있는 듯 보였다.
요즘 마을 일 때문에 수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맑은 물에 풍덩이는 어린이를 보면 있으면 마음이 하늘처럼 밝아진다고
하는 그는 고향 동해리와 천생연분인 것 같단다.
그는 배추농사와 마늘을 짓는다. 해년마다 배추를 키워 도시민들에 절임배추를 판다. 몇 해 전에는 많은 이익이 있었으나
갈수록 남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래한 사람들에게는 신의를 지키기 위해 이익이 생기지 않아도
거래를 꾸준히 하고 있단다. 시멘트와 아스파스에서는 절대 아름다운 문예와 사상이 나오지 않는다. 나무와 땅, 물이
서로 만나는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과 생각을 드높일 수 있다고 하며 2남 1녀의 자식에게도 진실하게 자연을 대하듯
사람에게 되하라 며 솔직하게 사물을 대할 때 삶에 대한 강한 힘이 될 수 있다고 자녀에게 늘 당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