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농막에 관심이 있고, 바보는 실내장식에 관심이 있어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경향하우징페어에 참가신청한다.
금요일 퇴근 후 보성에서 바보를 태우고 광주에 가 집앞의 식당을 찾았다.
몇 주 사이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가게들도 간판을 바꿔 단게 많다.
도시는 날마다 변한다.
새로 생긴 집에서 쭈구미삼겹살에 소주를 3병 마신다.
토요일 아침 10시에 센터에 도착하니 바깥 전시장에 벌써 사람이 많다.
야외 난로며 소형 농기계에 5-6평의 농막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격도 2천 5백에서 4천가까이까지이고, 개인 주택처럼 2층 침대에 주방 거실이 아담하다.
난 범재등에 어떤 농막을 지을까?
너른 공간에 다양한 물건들이 많은데 바보는 침대와 식탁 등을 본다.
글 읽고 쓰며 식탁까지 하려는 탁자도 다양하다.
침대 소파도 둘러보는데 구조 디자인 쪽은 보이지 않는다.
한시간 반 남짓 걸으니 발걸음이 지친다.
풍암동에 와 방에 누워있다가 점심 먹으러 또 새집에 가 소머리국밥을 맛있게 먹는다.
13:20의 광주극장 '벨파스트'를 본다.
흑백영화에 주인공 가족의 특별한 갈등구조가 없어서인지 조금 졸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조부모와 함께 자라나는 소년의 행복이 종교갈등 때문에
위기를 맞아 떠나게 되는 과정이 담담하다.
개신교와 천주교의 갈등 사이에서 내편이 되지 않으면 적이라는 식의
극단적 선택을 요구하는데 그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가 참 힘들 거 같다.
약탈에 참여한 주인공이 어머니한테 끌려 가 다시 그 물건을 놓고 오게 하는 것이나
마지막에 아버지가 종교나 신분에 상관없이 다 친절하고 소중하다고 애기 해주는 장면이
남는다. 극단의 갈등 속에서 따스한 인간애를 지키는 이들이 많으면 좋은 나라다.
햇볕 쏟아지는 거리로 나와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옥과IC로 나온다.
제월섬 함허정 앞 유채를 볼까했는데 아직이다.
청계동 앞에서 섬진강과 반야봉을 보고 곡성읍에 들러 장을 본다.
4시 반이 지나 고산터널을 지나 전망대에서 한번 더 반야봉을 보고 상무마을로 들어서려는데
철수형의 차가 내려간다.
5시 무렵 도착한다 했으니 미리 내려가시는 모양이다.
통화하여 무은동에 들르겠다하고 올라간다.
4각 원추형의 움막이 3층으로 완성되어 있다.
돌길도 만들고 야외 데크에 물도 끌어왔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직 정리가 안 됬다.
윗칸에 가니 간이 침대 위에 침낭이 놓여있다.
바보는 심란하다고 하는데 난 멋있다.
명이나물 밭을 지나 계곡을 건너 머위와 앵초를 보러 간다.
따라오던 바보는 나무 사이 힘들다고 쑥 캔다고 앉는다.
앵초는 싹이 돋았는데 꽃은 안 보인다.
때죽나무 앞의 얼레지 세개가 잎을 치마처럼 걷어 올렸다. 그래서 바람난 여자인가?
머위 밭엔 가지 못하고 형이 말해준 대밭에서 머위를 딴다.
쑥 캔 바보를 태워 형님네에 가니 아직 준비 중이니 동네 돌고 오라고 내쫒는다.
바보는 돕고자 하지만 나도 끌고 나온다.
한천에서 물을 마시고 다리를 건너 운흥정으로 내려간다.
금방 기온이 쌀랑해진다.
운흥정은 공사 중이다.
다리를 건너 하정승 석비를 보고 감밭 가의 목련과 산수유를 보고 서서히 형집에 돌아오니
6시 반이다.
대패 삼겹살을 굽고 형이 마련한 장어를 구워 먹는다.
바지락에 쑥국도 끓여 주신다.
당초 호텔이나 모텔에 가 자기로 했지만 그냥 자라고 해 술 마신 바보도 불편함 잊고
거실의 텐트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