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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
신동민 |
강기석 |
박영석 대장의 위령탑
안나푸르나 앞에서 故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의 위령탑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세 사람은 2011년 10월 18일, 안나푸르나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되었다
이 분들은 어쩌면 우리들 모두의 꿈을 대신 짊어지고 산에 오르다가 영원한 산이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고국에서 가져온 참이슬 소주를 한 잔씩 올리면서 세 사람의 명복을 빌어드렸다
영원한 산이 되소서!
제물이라야 쇠고기육포, 곶감, 쵸코파이, 사탕 몇 개 뿐이었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훨씬 깊고 간절하였다
그분들의 땀과 눈물로 느껴지는 소주 한 모금씩을 마시고 깊이 고개를 숙이니 뜨거운 무엇이 가슴 속에서 올라왔다
산이 좋아서 산에서 살다가 히말라야의 전설로 남은 이분들의 도전정신은 우리들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리라!!
부디 고이 잠드소서!
위령탑에는 네팔 사람들이 먼길 떠나는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목에 걸어주는 하얀 목도리.. 카타가 걸려 있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는지...지금도 어디론가 가고 있는지 그분들은 한 마디의 말도 없었다
위령탑 앞에서 주모경을 바치는데 목이 메이고, 가슴이 울컥해서 한참을 쉬었다
기도를 마치고 최고로 정중한 마음으로 재배를 올리니 박영석 대장이 미소로 응답하는듯 하였다
위령탑 앞에 유족들이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태극기와 가족사진을 보는 순간 그들의 슬픔이 가슴에 와 닿았다
Be one with the mountain forever!
기도를 마친 후 마음을 추스리고 우리가 만들어온 추모 현수막을 펼쳐들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2011년 10월 18일, 남벽 5,800m 부근에서 마지막 교신을 남긴채 연락두절된 이 사람들의 모습이 들리는듯 하였다
故박영석 대장이 거대한 얼음 구더기 속에서 훌훌 털고 나오는 환영을 보았다
빨리 내려오라고 후배들을 다그치는 故박영석 대장의 피 끓는 환청이 들려왔다
정상을 응시하는 故박영석 대장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 가슴 속으로 다가와서 꽂혔다
이들의 도전정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한 누군가에 의해서 코리안 루트는 기필코 개척되리라 믿는다
태극기를 펼쳐 들다
위령탑 앞에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태극기를 펼쳐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태극기에는 '위대한 대한의 청년(Youth of Great Korea)' 란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사진 속에 있는 故박영석 대장의 눈은 정확히 안나푸르나 정상을 응시하고 있었다
태극기 외에도 가족사진, 꽃병, 하얀 목도리(카타) 등이 놓여 있어 이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비록 히말라야의 얼음 속에 잠들어 계시지만 이들은 우리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계시므로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안나푸르나 제1봉(8,091m)
안나푸르나 제1봉은 높이가 8,091m로 8천 미터 이상의 고산을 의미하는 14좌의 하나이다
산크리스트어로 '수확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이 산은 세계에서 열번째로 높은 산이다
1950년에 에르조그 원정대가 안나푸르나 제1봉을 북사면을 통해 올랐지만 대가는 혹독하였다(손가락과 하반신을 잃음)
무너져 내린 얼음 조각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저 어딘가에 박영석 일행이 묻혀 있을텐데...가슴이 저려왔다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다
새벽부터 나오느라 어찌나 떨었던지 온몸이 경직되어 있고, 손끝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추위를 타지 않는 대장이 뚜비를 눌러쓰고, 회장님이 귀를 잡고 있는 걸 보면 추위가 짐작이 되리라
롯지에 들어가 큰 컵에 곱배기로 내온 뜨거운 히말라야 커피를 한 잔 마시니 온몸이 금방 더워지고 힘이 솟았다
안나푸르나와 작별을 고하다
이제 그토록 열망하던 안나푸르나와 작별을 고하고 우리들의 길을 가야할 시간이다
파란 하늘 아래 천상천하 유아독존 당당하게 서 있는 안나푸르나가 손에 닿을듯이 가깝게 다가왔다
속도를 다투지 않는 길과 본성을 잃지 않는 사람과 투명한 햇빛과 바람, 결코 허공을 이기지 못하는 설산들이 보였다
故 박영석의 도전정신
ABC롯지 앞에는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박영석의 말이 동판에 새겨져 있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신루트 개척에 겁없이 뛰어들어 진정한 도전정신을 보여준 그의 성격과 딱 맞아 떨어진다
그는 등정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남들이 꺼리는 위험한 방법을 선호한 산악인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려는 등로주의(登路主義), 진정한 알피니즘에 충실한 최고의 산사나이였다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4,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천혜의 전망대로서 안나푸르나 산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안나푸르나를 비롯해서 시계 방향으로 싱구출리(6,501m), 타르푸츨리(5,695m), 간다르바출리(6,248m), 마차푸차레
(6,997m), 히운출리(6,434m), 남봉(7,219m)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안나푸르나를 알현하고 내려오는 동지들의 얼굴이 약간은 부어있지만 황홀한 기쁨으로 상기되어 있다
다시 내려가자
이처럼 자연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곧 자연과 하나 되는 불이(不二)의 깨우침이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신과의 대면이고, 어머니 대지의 품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기도이자 수행과 다르지 않다
걷다보면 존재의 무게감이 사라지고, 그동안 심각하게 느끼던 삶의 절심했던 순간들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히말라야의 독수리
내내 탐닉하였던 깊은 우물 바닥이 여기입니다 마른 우물의 바람이 여러 생의 지층을 밀어 올려 하늘과 가까운 산정
을 이루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의 끝을 이루고 있는 형상이 산정이란 생각만으로 내 겨드랑이에는 푸른 날개가 출렁
입니다
계곡에서 날아오는 한 무리의 독수리를 보며 나는 누구의 몸을 얻어 어느 정신으로 죽을 것인지 생각합니다 죽음이란
가장 가벼운 숨결 하나 날개 위에 올려놓는 일이란 걸 어릴 적 빠졌던 우물물을 다 마시고서도 어렴풋한 기억인데요
........................................................................................................................신현락의 詩 <히말라야 독수리> 부분
부풀어 오른 초코파이
해발 3,700m의 MBC에서는 기압이 낮아서 초코파이와 봉지 커피가 이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먹지 않고 여기까지 짊어지고 온 나의 열정도 대단하다
손으로 만져 보았더니 아득한 옛날에 만졌던 아내의 젖가슴처럼 탱탱하게 긴장되어 있어 내 손이 부끄러웠다 ㅋㅋ
이제, 하산이다
ABC에서 MBC로 하산하여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10시부터 하산을 시작하였다
MBC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안나푸르나 제1봉을 배경으로 하여 포즈를 취해 보았다
나를 알고, 우리를 알게된 것이 가장 행운이었다고 매일 읊조리는 친구가 매우 소중하고 멋져 보인다
바람과 룽다는 한 생명이다
히말라야의 바람과 룽다는 한 생명이다
바람이 룽다를 비로소 룽다이게 하듯, 이 척박한 산정에서는 룽다가 바람을 비로소 바람이게 해준다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산속 마을에서 휘날리는 모습은 룽다의 가치를 최고조로 극대화시킨다
히말라야의 룽다는 유치환이 말한 '소리 없는 아우성'이 결코 아니다
온통 사방으로 열려있는 하늘을 향한 주민들의 발복(發福)을 향한 간절한 외침이다
티벳빵으로 점심식사를 하다
히말라야 호텔에 도착했만 조리실이 없어서 주방팀이 도반으로 하산해버렸다고 한다
할 수없이 티벳티안 브레드를 시켜서 먹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잘 된 일이었다
한식은 처음에는 우리 입맛에 맞아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네팔 음식을 먹어보고픈 유혹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티벳빵의 속은 텅~ 비어 있었는데 가운데를 벌려서 자연산 꿀을 발라먹으면 아주 먹을만하다
빙하에 발을 담그다
지긋지긋한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발바닥과 무릎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국내에서라면 알탕을 했을텐데 빙하가 녹은 물이 어찌나 차갑던지 발을 담갔다가도 금방 빼내었다
열흘 가까이 씻지 못한 머리와 몸이 매우 껄쩍지근하였지만 손과 발을 씻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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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만에 술을 마시다
그동안 고산증이 무서워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으나 도반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맥주 파티를 벌였다
이곳 롯지는 필리핀의 산 미구엘(San Miguel) 캔맥주가 완전히 점령하고 있었다
500mL 캔 하나에 550루피(약8,200원)에 사서 마셨는데 순식간에 무려 17병을 마셔버렸다
안주는 닭가슴살 통조림, 멸치조림, 마른 꼬록, 비스켓뿐이었지만 약간 도수가 높은 맥주는 잘 넘어갔다
옆 테이블에서 양주 1잔을 앞에 놓고 버티고 있는 스위스 사람들은 우리들과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첫댓글 훌륭한 삼행기예요.
몇번을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생생한 산행기 입니다.
수고 많아요
많은 사람을 위해 감사해요.
산, 자연, 인간, 모두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너무나 숭고한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한편의 다큐맨타리 보다 더 뜨겁게 정신세계와 가슴을 울리는군요.
직접 체험하고 이렇게 긴시간 아름다운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달만에 마신 맥주맛이 아직 입안에 가득합니다.
오늘도 한잔 할랍니다 ㅋㅋ
얼굴은 팅팅해도................ 멋진 모습이 아주 좋아요, 대단하십니다,
가슴속에서 뭉클 뭉클 솟아나는 감동이 설산을 지키는 함박눈으로 차곡 차곡 내립니다.
우리나라 산들의 모습과 히말라야 산은 전혀 다르네요.
나무도 없고 봉우리마다 대개 날카롭고 삭막해
감칠맛 나는 산행기 정말 정성이 느껴집니다.
동행하지 못했어도 산행기를 읽으며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하고~
영원히 산에 묻힌 산사나이들을 대하니 울컥~
감동적인 글 ~ 감사합니다.
사진과 글을 보니 몇년전 네팙여행이 아련히 생각나네요~~~~
넘 감동이고 함께하고픈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