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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第5章(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제5장)
근본(무위無爲·천도天道)은 위에 있는 사람에게 있고 말절末節(말단末端·유위有爲·인도人道)은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있으며, 요점은 군주가 맡고 세세한 일은 신하에게 맡긴다. 삼군三軍을 동원하고 오병五兵을 운용하는 전쟁은 덕德 가운데서도 말정末節에 해당하고, 상벌賞罰을 시행하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오형五刑으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교화 가운데서도 말절에 해당한다. 예법禮法을 신분에 따라 차등적으로 규정하는 일과, 관리의 성적을 엄격하게 조사하여 평가하는 일은 정치 가운데서도 말절에 해당한다. 종치고 북 치는 음악과 새깃이나 짐승의 털로 장식한 화려한 춤은 악樂 중에서도 말절에 해당한다. 곡읍哭泣과 상복喪服, 수질首絰, 요질腰絰 등을 차등적으로 규정하는 상례 제도는 슬픔의 표현 중에서도 말절에 해당한다.
이 다섯 가지 말절은 정신이 운행되고 심술이 작용하기를 기다린 뒤에야 따라가는 것이다. 이 같은 말절을 배우는 사람이 옛사람 가운데에도 있기는 했지만 〈이 말절의 학문은〉 다른 것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군주가 앞서고 신하는 뒤따르며 아버지가 앞서고 자식은 뒤따르며 형이 앞서고 아우는 뒤따르며 연장자가 앞서고 어린 사람은 뒤따르며 남자가 앞서고 여자는 뒤따르며 지아비가 앞서고 지어미는 뒤따른다. 존비尊卑의 차별과 선후先後의 순서가 있는 것은 천지자연의 운행 법칙이다. 그 때문에 성인聖人이 본보기를 취한 것이다.
하늘이 높고 땅이 낮은 것은 신명神明의 위계이고 봄과 여름이 먼저 오고 가을과 겨울이 뒤에 오는 것은 사시四時의 차례이다. 만물이 변화 발생함에 싹이 트고 순이 나는 모양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피었다가 시드는 차례가 있는 것은 변화의 흐름이다. 천지자연은 지극히 신묘한데도 존비선후尊卑先後의 서열이 있는데 하물며 인도人道이겠는가. 종묘宗廟에서는 관계가 가까운 친척을 숭상하고, 조정에서는 관작이 높은 이를 숭상하고, 고을에서는 나이 많은 이를 숭상하고, 일을 처리할 때에는 현인을 숭상하나니, 이것이 大道의 서열이다.
도道에 대해 논하면서 그 차례에 맞지 않으면 마땅한 도道가 아니다. 도道에 대해 논하면서 그것이 마땅한 도道가 아니라면 어떻게 도道를 터득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옛날 대도大道를 밝게 알고 있었던 사람은 먼저 천天을 밝히고, 그 다음에 도道와 덕德이 이어졌고, 도와 덕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인의仁義가 이어졌고, 인의를 이미 밝히고 난 뒤에 분수分守에 따라 지켜야 할 것을 밝혔고, 분수에 따라 지켜야 할 것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刑名이 이어졌으며, 형명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才能에 따라 일을 맡기는 일이 이어졌고, 재능에 따라 일을 맡기는 일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안팎을 살핌이 이어졌고, 안팎을 살피는 일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是非가 이어졌고, 시비를 이미 밝히고 난 뒤에 賞罰이 이어졌고, 상벌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어리석은 이와 지혜로운 이가 마땅한 평가를 받으며 귀하고 천한 사람이 마땅한 자리를 밟으며 어진 사람과 불초한 사람이 실정에 부합되어 반드시 그 능력에 맞게 일을 하고 반드시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게 되니 이것을 가지고 윗사람을 섬기고 이것을 가지고 아랫사람을 기르며 이것을 가지고 남을 다스리고 이것을 가지고 자신을 수양하되, 지모를 쓰지 않고 반드시 자연의 도[天]에 돌아간다. 이것을 일러 대평大平이라고 하나니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치이다.
그래서 옛 책에도 말하기를 “형刑(실태實態)이 있으면 명名(이름)이 있다.”라고 했으니 형명刑名이라고 하는 것(형刑과 명名의 일치一致의 주장)은 고인古人에게도 있었으나 모든 것에 우선하는 근본의 도道는 아니었다.
옛날 대도大道를 말했던 사람은 다섯 번 변화하여야 비로소 형명刑名을(형刑과 명名의 일치를) 거론할 수 있었으며, 아홉 번 변화하여야 (아홉 번째의 변화 추이 끝에) 비로소 상벌賞罰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순서를 밟지 않고〉 갑자기 형명刑名을 말하면 그것은 근본을 알지 못하는 것이고 갑자기 상벌賞罰을 말하면 그것은 시작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 이처럼 도道(본말本末·선후先後의 서열)를 거꾸로 말하고 도道를 거슬러 말하는 자는 다른 사람에게 다스림을 받아야 할 자이니 어찌 다른 사람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갑자기 형명刑名의 일치를 논하고 그에 따른 상벌을 말한다면 이런 사람은 정치의 도구를 앎이 있을 뿐이고 정치의 도를 아는 것이 아니다. 천하에 쓰일 수는 있을지언정 천하를 부리기에는 부족하니 이런 사람들을 일러 변설가辨說家나 일부분一部分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예법禮法을 신분에 따라 차등적으로 규정하는 일과 관리의 성적을 엄격하게 조사하여 평가하는 일은 옛사람 중에서도 추구한 사람이 있었으나 이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섬기기 위한 것이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기르기 위한 것은 아니다.
本在於上 末在於下 要在於主 詳在於臣
三軍五兵之運 德之末也 賞罰利害五刑之辟 敎之末也
禮法度數刑名比詳 治之末也 鐘鼓之音 羽旄之容 樂之末也
哭泣衰絰隆殺之服 哀之末也
此五末者 須精神之運 心術之動然後 從之者也
末學者 古人有之 而非所以先也
(본은 재어상하고 말은 재어하하며 요는 재어주하고 상은 재어신이니
삼군오병지운은 덕지말야요 상벌이해오형지벽은 교지말야요
예법도수형명비상은 치지말야요 종고지음과 우모지용은 낙지말야요
곡읍최질융쇄지복은 애지말야라
차오말자는 수정신지운하며 심술지동한 연후에야 종지자야니
미학자를 고인이 유지언마는 이비소이선야니라)
근본(무위無爲·천도天道)은 위에 있는 사람에게 있고 말절末節(말단末端·유위有爲·인도人道)은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있으며, 요점은 군주가 맡고 세세한 일은 신하에게 맡긴다.
삼군三軍을 동원하고 오병五兵을 운용하는 전쟁은 덕德 가운데서도 말정末節에 해당하고, 상벌賞罰을 시행하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오형五刑으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교화 가운데서도 말절에 해당한다.
예법禮法을 신분에 따라 차등적으로 규정하는 일과, 관리의 성적을 엄격하게 조사하여 평가하는 일은 정치 가운데서도 말절에 해당한다. 종치고 북 치는 음악과 새깃이나 짐승의 털로 장식한 화려한 춤은 악樂 중에서도 말절에 해당한다.
곡읍哭泣과 상복喪服, 수질首絰, 요질腰絰 등을 차등적으로 규정하는 상례 제도는 슬픔의 표현 중에서도 말절에 해당한다.
이 다섯 가지 말절은 정신이 운행되고 심술이 작용하기를 기다린 뒤에야 따라가는 것이다. 이 같은 말절을 배우는 사람이 옛사람 가운데에도 있기는 했지만 〈이 말절의 학문은〉 다른 것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 본재어상本在於上 말재어하末在於下 : 근본은 위에 있는 사람이 장악하고 말절은 하위자下位者가 취급한다는 뜻. 근본은 무위無爲, 곧 천도天道를 지칭한다. 말절은 말단, 곧 유위와 인도를 지칭한다.
☞ 요재어주要在於主 상재어신詳在於臣 : 요要는 간략함이고 상詳은 번다함이다. 군주의 도는 편안하면서 간략하고 신하의 도는 수고로우면서 번잡하다. 번잡하기 때문에 유위有爲하면서 윗사람을 받들고 간편하기 때문에 무위無爲하면서 아랫사람을 부린다.
☞ 삼군오병지운三軍五兵之運 : 군대를 동원하여 전쟁하는 일을 말한다. 오병五兵은 일궁一弓, 이수二殳, 삼모三矛, 사과四戈, 오극五戟.
☞ 오형지벽五刑之辟 : 오형五刑으로 사람을 처벌하는 것. 벽辟은 죄罪. 여기서는 죄를 ‘처벌하다’는 뜻. 오형五刑은 일의一劓(코벨 의), 이묵二墨, 삼월三刖(발꿈치를 베는 형벌), 사궁四宮, 오대벽五大辟(사형).
☞ 예법도수禮法度數 : 도수度數는 차등적 규정
☞ 형명비상刑名比詳 : 형명刑名의 의미는 명실이 상부하기를 바란 것, 명칭을 따라 실질을 요구한 것. 비상比詳은 비교해서 자세히 따져 본다는 뜻.
☞ 종고지음鐘鼓之音 우모지용羽旄之容 낙지말야樂之末也 : 우모羽旄는, 羽는 새깃이고 旄는 짐승의 털이다. 새와 짐승의 깃과 털을 채취하여 도구를 장식함을 말한 것.
☞ 곡읍최질哭泣衰絰 융쇄지복隆殺(쇄)之服 : 곡읍哭泣과 상복喪服, 수질首絰, 요질腰絰 등을 차등적으로 규정하는 상례제도. 쇄殺는 차差의 가차자. 성현영成玄英은 융쇄隆殺를 “상례에 참최, 자최, 대공, 소공, 시마의 다섯 등급이 있음을 말한 것이니 곡읍하고 옷을 갖추어 입을 때 각기 차등적으로 낮춤이 있다”라고 풀이했다.
☞ 차오말자此五末者 수정신지운須精神之運 심술지동心術之動 : 수須는 기다린다는 뜻으로 대待와 같다. 없어도 뜻은 통한다.
☞ 말학자末學者 고인유지古人有之 내비소이선야而非所以先也 : 말절을 배우는 사람이 옛사람 가운데에도 있기는 했지만 〈이 말절의 학문을〉 다른 것에 우선했던 것은 아님. 곧 근본의 학문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君先而臣從 父先而子從 兄先而弟從 長先而少從 男先而女從
夫先而婦從 夫尊卑先後 天地之行也 故聖人取象焉
天尊地卑 神明之位也 春夏先秋冬後 四時之序也
萬物化作 萌區有狀 盛衰之殺 變化之流也
夫天地至神 而有尊卑先後之序 而況人道乎
宗廟尙親 朝廷尙尊 鄕黨尙齒 行事尙賢 大道之序也
(군선이신종하며 부선이자종하며 형선이제종하며 장선이소종하며 남선이여종하며
부선이부종하나니 부존비선후는 천지지행야라 고로 성인이 취상언하시니라
천존지비하니 신명지위야요 춘하 선하고 추동이 후하니 사시지서야라
만물이 화작에 맹구 유상하니 성쇠지쇄는 변화지류야라
부천지 지신호대 이유존비선후지서이온 이황인도호따녀
종묘에는 상친하고 조정에는 상존하고 향당에는 상치하고 행사에는 상현하나니 대도지서야라)
군주가 앞서고 신하는 뒤따르며, 아버지가 앞서고 자식은 뒤따르며, 형이 앞서고 아우는 뒤따르며, 연장자가 앞서고 어린 사람은 뒤따르며, 남자가 앞서고 여자는 뒤따르며,
지아비가 앞서고 지어미는 뒤따른다. 존비尊卑의 차별과 선후先後의 순서가 있는 것은 천지자연의 운행 법칙이다. 그 때문에 성인聖人이 본보기를 취한 것이다.
하늘이 높고 땅이 낮은 것은 신명神明의 위계이고 봄과 여름이 먼저 오고 가을과 겨울이 뒤에 오는 것은 사시四時의 차례이다.
만물이 변화 발생함에 싹이 트고 순이 나는 모양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피었다가 시드는 차례가 있는 것은 변화의 흐름이다.
천지자연은 지극히 신묘한데도 존비선후尊卑先後의 서열이 있는데 하물며 인도人道이겠는가. 종묘宗廟에서는 관계가 가까운 친척을 숭상하고 조정에서는 관작이 높은 이를 숭상하고 고을에서는 나이 많은 이를 숭상하고 일을 처리할 때에는 현인을 숭상하나니 이것이 대도大道의 서열이다.
☞ 군선이신종君先而臣從 : 무위無爲와 유위有爲 사이의 본말本末관계(무위는 本, 유위는 末)는 유위의 세계인 현실의 인간 사회 속에도 있다.
☞ 성인취상언聖人取象焉 : 성인이 천지자연의 모습을 본떠서 인간 사회의 서열을 세운 것을 의미한다. 주역周易 계사상전繫辭上傳에 “하늘이 상象을 드리워서 길흉을 나타냈는데 성인이 그것을 본받았다.”라고 한 내용과 유사한 맥락.
☞ 天尊地卑 : 하늘은 높고 땅은 낮음. 주역周易 계사상전繫辭上傳에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그것을 따라 건괘와 곤괘가 결정되고 높고 낮은 것을 진술하여 귀貴와 천賤이 자리를 잡는다.”라고 했고, 예기禮記 악기樂記편에서도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그것을 따라 군주와 신하가 결정되고 높고 낮은 것을 진술하여 귀貴한 사람과 천賤한 사람이 자리를 잡는다”라고 한 내용이 있다.
☞ 신명지위神明之位 : 신명神明은 인지人知를 초월한 영묘靈妙한 진실의 세계.
☞ 만물화작萬物化作 : 만물이 생성변화生成變化한다는 말이다.
☞ 맹구유상萌區有狀 : 맹구萌區는 모두 싹.
☞ 종묘상친宗廟尙親 :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종묘에서는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상하를 결정한다는 뜻.
☞ 조정상존朝廷尙尊 향당상치鄕黨尙齒 행사상현行事尙賢 :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하下편에서 “조정에서는 작위만 한 것이 없고 향당에서는 연치만 한 것이 없고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에는 덕德만 한 것이 없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語道而非其序者 非其道也 語道而非其道者 安取道
是故古之明大道者 先明天而道德次之 道德已明而仁義次之
仁義已明而分守次之 分守已明而刑名次之
刑名已明而因任次之 因任已明而原省次之
原省已明而是非次之 是非已明而賞罰次之
賞罰已明而愚智處宜 貴賤履位 仁賢不肖襲情 必分其能 必由其名
以此事上 以此畜下 以此治物 以此修身
知謀不用 必歸其天 此之謂大平 治之至也
(어도이비기서자는 비기도야라 어도이비기도자는 안취도리오
시고로 고지명대도자는 선명천이 도덕이 차지하고 도덕이명이 인의 차지하고
인의를 이명이 분수 차지하고 분수를 이명이 형명이 차지하고
형명을 이명이 인임이 차지하고 인임을 이명이 원성이 차지하고
원성을 이명이 시비 차지하고 시비를 이명이 상벌이 차지하고
상벌을 이명이 우지 처의하며 귀천이 리위하며 인현불초 습정하야 필분기능하며 필유기명이니
이차로 사상하며 이차로 축하하며 이차로 치물하며 이차로 수신호대
지모를 불용이오 필귀기천하니 차지위대평이니 치지지야니라)
도道에 대해 논하면서 그 차례에 맞지 않으면 마땅한 도道가 아니다. 도道에 대해 논하면서 그것이 마땅한 도道가 아니라면 어떻게 도道를 터득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옛날 대도大道를 밝게 알고 있었던 사람은 먼저 천天을 밝히고, 그 다음에 도道와 덕德이 이어졌고, 도와 덕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인의仁義가 이어졌고,
인의를 이미 밝히고 난 뒤에 분수分守에 따라 지켜야 할 것을 밝혔고, 분수에 따라 지켜야 할 것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刑名이 이어졌으며,
형명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才能에 따라 일을 맡기는 일이 이어졌고, 재능에 따라 일을 맡기는 일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안팎을 살핌이 이어졌고,
안팎을 살피는 일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是非가 이어졌고, 시비를 이미 밝히고 난 뒤에 賞罰이 이어졌고,
상벌을 이미 밝히고 난 뒤에 어리석은 이와 지혜로운 이가 마땅한 평가를 받으며 귀하고 천한 사람이 마땅한 자리를 밟으며 어진 사람과 불초한 사람이 실정에 부합되어 반드시 그 능력에 맞게 일을 하고 반드시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게 되니
이것을 가지고 윗사람을 섬기고 이것을 가지고 아랫사람을 기르며 이것을 가지고 남을 다스리고 이것을 가지고 자신을 수양하되,
지모를 쓰지 않고 반드시 자연의 도[天]에 돌아간다. 이것을 일러 대평大平이라고 하나니 이것이 바로 지극한 정치이다.
☞ 어도이비기서자語道而非其序者 비기도야非其道也 : 대학大學에서 “물에는 본말이 있고 일에는 시종이 있으니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알면 도道에 가깝다.”라고 한 내용과 그 취지가 유사하다.
☞ 안취도安取道 : 이미 그 차례를 알지 못한다면 어찌 도를 지닐 수 있겠는가.
☞ 선명천이도덕차지先明天而道德次之 : 천지天地편 제1장의 “의義는 덕德에 포섭되고 덕德은 도道에 포섭되고 도道는 자연[천天]에 포섭된다.”와 유사한 맥락.
☞ 인의이명이분수차지仁義已明而分守次之 : 분수分守는 각수기분各守其分, 직분職分의 준수遵守를 말한다.
☞ 刑名已明而因任次之 : 형명刑名은 직분職分 또는 주장主張과 그것을 실천한 실속實續과의 합치 여부를 따지는 것. 인임因任은 ‘친소親疎와 귀천貴賤을 따라 그가 의당 해야 할 일을 맡긴다.’는 뜻(王雱), ‘그 능력은 따를 만하고 그 재주는 맡길 만하다……따를 때에는 그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고 맡길 때에는 그 재주를 잃지 않는다.’(呂惠卿), ‘因任은 바로 〈재유在宥〉편에서 보잘것없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물건이고 낮지만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백성들이라고 한 것과 같다.”(張四維) 등의 풀이가 참고할 만하다.
☞ 원성차지原省次之 : 원原과 성省은 모두 고찰하고 살핀다는 뜻. 원성原省은 임명任命한 관리의 성적을 살핀다는 뜻. ‘반드시 그 실정을 고찰하고 반드시 그 일을 살펴야 하니 이것을 두고 원성原省이라 한다.”(王雱).
☞ 우지처의愚智處宜 귀천리위貴賤履位 : 순자荀子 영욕榮辱편에서 “선왕이 그것을 위해 예의를 제정해서 나누어 백성들로 하여금 귀천의 등급과 장유의 차이와 지우와 능불능의 구분이 있게 했다.”라고 한 언급과 유사하고, 또 한비자韓非子 유도有度편에도 “귀천이 서로 넘지 아니하고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걸맞는 위치에 올바로 서는 것이 다스림의 지극함이다.”라고 했는데 모두 법가계열法家系列의 이상 사회에 대한 묘사이다.
☞ 인현불초습정仁賢不肖襲情 : 습襲은 옷을 껴입는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부합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 지모불용知謀不用 필귀기천必歸其天 차지위대평此之謂大平 치지지야治之至也 : “지극한 침묵으로 무위하여 여러 아랫사람들에게 맡기고 총명과 지혜를 막고 자연으로 돌아가면 태평의 군주라 할 만하니 지극한 정치의 아름다움이다.”(成玄英)
故書曰 有形有名 形名者 古人有之 而非所以先也
古之語大道者 五變而形名可擧 九變而賞罰可言也
驟而語形名 不知其本也 驟而語賞罰 不知其始也
倒道而言 迕道而說者 人之所治也 安能治人
驟而語形名賞罰 此有知治之具 非知治之道
可用於天下 不足以用天下 此之謂辯士 一曲之人也
禮法數度 形名比詳 古人有之 此下之所以事上 非上之所以畜下也
(고로 서왈 유형유명이라하니 형명자는 고인이 유지나 이비소이선야라
고지어대도자는 오변하야야 이형명을 가거며 구변하여야 이상벌을 가언야니
취이어형명이면 부지기본야요 취이어상벌이면 부지기시야니
도도이언하며 오도이설자는 인지소치야어니 안능치인이리오
취이어형명상벌하면 차는 유지치지구요 비치지지도라
가용어천하언정 부족이용천하니 차지위변사 일곡지인야니라
예법수도와 형명비상을 고인이유지나 차는 하지소이사상이라 비상지소이축하야니라)
그래서 옛 책에도 말하기를 “형刑(실태實態)이 있으면 명名(이름)이 있다.”라고 했으니 형명刑名이라고 하는 것(형刑과 명名의 일치一致의 주장)은 고인古人에게도 있었으나 모든 것에 우선하는 근본의 도道는 아니었다.
옛날 대도大道를 말했던 사람은 다섯 번 변화하여야 비로소 형명刑名을(형刑과 명名의 일치를) 거론할 수 있었으며, 아홉 번 변화하여야 (아홉 번째의 변화 추이 끝에) 비로소 상벌賞罰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순서를 밟지 않고〉 갑자기 형명刑名을 말하면 그것은 근본을 알지 못하는 것이고 갑자기 상벌賞罰을 말하면 그것은 시작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 이처럼 도道(본말本末·선후先後의 서열)를 거꾸로 말하고 도道를 거슬러 말하는 자는 다른 사람에게 다스림을 받아야 할 자이니 어찌 다른 사람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갑자기 형명刑名의 일치를 논하고 그에 따른 상벌을 말한다면 이런 사람은 정치의 도구를 앎이 있을 뿐이고 정치의 도를 아는 것이 아니다.
천하에 쓰일 수는 있을지언정 천하를 부리기에는 부족하니 이런 사람들을 일러 변설가辨說家나 일부분一部分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예법禮法을 신분에 따라 차등적으로 규정하는 일과 관리의 성적을 엄격하게 조사하여 평가하는 일은 옛사람 중에서도 추구한 사람이 있었으나 이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섬기기 위한 것이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기르기 위한 것은 아니다.
☞ 유형유명有形有名 : 형刑(形)이 있으면 명名이 있다고 함은 실태實態(실질實質)가 있으면 명목名目(개념槪念)이 있다는 뜻이며 이는 또한 실태實態와 명목名目은 일치一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 취驟 : 대번에. 갑작스런 모양.
☞ 오도迕道 : 도를 거스름. 오迕는 거스름.
☞ 유지치지구有知治之具 비지치지도非知治之道 : 정치의 도구[治之具]를 앎[知]이 있을[有] 뿐. 정치의 도道를 아는 것이 아님.
☞ 일곡지인一曲之人 : 포괄하지 못하고 두루 망라하지 못하는 일부분만 아는 사람. 순자荀子 해폐解蔽편에 ‘무릇 사람들의 문제는 일부분(일곡一曲)에 가리워 커다란 이치에 어두운 것이다.’라고 한 표현이 있다. 회남자淮南子 류칭훈繆稱訓편에는 ‘일부분(일곡一曲)만 살피는 자와는 함께 변화를 말할 수 없고 한때만 살피는 자와는 대大를 말할 수 없다.’라고 한 내용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