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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방과 북방 (南方與北方)
천지현황, 오곡과 잡곡,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방과 북방.
남방과 북방은 다르다, 그렇게나 다르다.
남방과 북방은 먹는 것부터가 다르다. 남방 사람들은 쌀을 먹고, 북방 사람들은 밀을 먹는다. 벼의 알갱이는 껍질만 벗겨내면 바로 먹을 수 있어 미(米)라고 부르고, 밀은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야 먹을 수 있기에 면(麵)이라고 부른다. 미(米)란 껍질을 벗겨낸 알갱이를 뜻하므로, 쌀은 도미(稻米), 율무는 의미(薏米), 땅콩은 화생미(花生米)라고 한다. 더 나아가 기타 알갱이 종류도 미(米)라고 통칭하는데, 껍질을 깐 생강을 강미(薑米), 외피를 벗기고 말린 새우 속살을 하미(蝦米), 수수 알갱이는 고량미(高粱米)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다. 한편, 북방 중국어에서는 면(麵)이라 하면 바로 밀가루를 뜻하기에, 기타 가루 종류에도 흔히 면(麵)자를 붙인다. 예를 들자면, 콩가루는 두면(豆麵), 가루약은 약면(藥麵), 후추가루는 호초면(胡椒麵)이라고 한다. 또한 북방 사람들은 밀 음식을 주로 먹으므로, 찐빵이건 만두건 국수건 떡이건 무조건 밀가루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밀가루를 아예 면(麵)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남방 사람들은 밀가루를 만들어 먹지 않는다. 만약에 갈아먹는다고 한다면 음료수를 만들어 마시는데, 두장(豆漿) · 미장(米漿) 따위가 그렇다. 그래서 북방 사람들과 달리 밀가루를 그냥 면(麵)이라고 부르지 않고, 반드시 가루 분(粉)자를 붙여서 면분(麵粉)이라고 한다. 이는 북방에서 쌀로 만든 밥을 그냥 반(飯)이라고 부르지 않고, 반드시 미반(米飯)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역자주 : 쌀밥을 주로 먹는 남방에서는 쌀밥을 굳이 미반(米飯)이라고 부르지 않고 보통은 그냥 반(飯)이라고만 하며, 반대로 밀가루 음식을 주로 먹는 북방에서는 밀가루를 굳이 면분(麵粉)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면(麵)이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쌀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반찬을 곁들여야 하기 때문에 남방 사람들은 온갖 반찬을 만들어내는 데에 정성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중국의 지역별 8대 요리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남방 요리사들의 활약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방 요리사들은 주식인 밀가루 음식 만드는데 주로 신경을 쓸 뿐인데, 사실상 밀가루만으로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국수 종류만 보더라도 좌우로 잡아 뽑는 랍면(拉麵), 밀반죽을 봉으로 넓게 밀어 펴서 국수를 만드는 간면(擀麵), 눌러 뽑는 압면(壓麵), 추면(揪麵), 절면(切麵), 괘면(掛麵), 반죽 덩어리에서 칼로 면발을 떠내는 도삭면(刀削麵), 수제비와 유사한 발어자(撥魚子) 등등이 있고, 랍면(拉麵)만 해도 랍조자(拉條子)·추편자(揪片子)·포장자(炮仗子) 등으로 또 나뉜다. 그런데 남방 사람들은 이러한 각양각색의 국수류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에둘러서 면(麵)이라고 부르고 만다. 그래도 굳이 열거해 보자면 얇고 넓은 관면(寬麵), 가늘은 세면(細麵), 국물을 곁들이는 탕면(湯麵), 볶음 국수인 초면(炒麵), 혼돈(餛飩)과 곁들어 먹는 운탄면(雲呑麵), 춘장에 비벼먹는 작장면(炸醬麵) 정도는 있다. 북방 사람들은 밀가루를 면(麵)이라고 하므로 국수는 반드시 면조(麵條)라고 불러, 면호(麵糊 / 묽은 밀가루 반죽), 면피(麵皮 / 만두피), 면포(麵包 / 빵) 등 기타 밀가루 음식과 구분한다. 이와 달리 남방 사람들은 국수를 면(麵)이라고 부르기에 가루 모양의 음식에는 절대 면(麵)자를 붙이지 않고, 분(粉)자를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후추가루는 호초분(胡椒粉), 산초가루는 화초분(花椒粉), 고춧가루는 랄초분(辣椒粉)이라고 한다.
이처럼 사는 방식이 다르면 말하는 방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면 노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북방 사람들은 노래한다라는 것을 창가(唱歌)라고 하고, 남방 사람들은 창곡(唱曲)이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북가남곡(北歌南曲)이 이것이다. 북방의 노래는 것은 연(燕)나라 · 조(趙)나라의 비장한 곡조인지라, 처량하면서도 높이 울려퍼져, 그 소리가 구름을 멈추게 할 정도이고, 기세는 만리를 덮는다. 남방 사람들의 노래는 오(吳)나라 · 월(越)나라의 가락인지라, 맑고도 투명하며 구슬프고도 깊어, 그 운치가 무궁무진하다. 북방의 가(歌)는 가극(歌劇)이 되었고, 남방의 곡(曲)은 희곡(戲曲)이 되었다. 그래서 송(宋)나라 · 원(元)나라 때의 희극(戲劇)을 북방에서는 잡극(雜劇)이라고 불렀고, 남방에서는 희문(戲文)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바로 북극남희(北劇南戲)요, 남희북극(南戲北劇)인 것이다.
흔히들 희극(戲劇), 희극하는데, 사실상 희(戲)와 극(劇)은 모두 유희 및 오락이란 의미로서 통용될 수 있다. 다만 북방 사람들은 극렬(劇烈)의 극(劇)자를, 남방 사람들은 유희(遊戲)의 희(戲)자를 즐겨 쓸 뿐이다. 어떻게 보면 남방 사람들이 북방 사람들보다 고집스러운 것 같다. 왜냐하면 북방에서는 극(劇)자를 좀 더 많이 사용할 뿐이지, 때에 따라서는 희(戲)자도 종종 사용하는 것에 반해 남방에서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죽어도 희(戲)자만을 고집해 사용하여 왔기 때문이다. 희극에 관련된 단어들을 보자면, 희자(戲子 / 광대) · 戲臺(희대 / 무대) · 희원(戲園 / 극장) · 희반(戲班 / 극단) · 고장희(古裝戲 / 사극) · 시장희(時裝戲 / 현대극) · 목우희(木偶戲 / 인형극) · 문명희(文明戲 / 연극) 등, 남방에서는 일률적으로 희(戲)자만을 써 왔다. 문명희란 바로 표준어의 화극(話劇 / 연극)이다. 또한 남방에서는 전영(電影 / 영화)도 영희(影戲)라고 한다. 1939년 상해(上海)의 신문 지상에서부터 월극(越劇)이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일반 사람들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소흥희(紹興戲)라고 불렀다. 심지어는 경극(京劇)마저도 애초에는 경희(京戲)라고 했는데, 훗날 표준어의 보급에 따라 북방어가 주류가 되면서 경극으로 바뀐 것이다. 다만 민남(閩南) 지역의 이원희(梨園戲) · 고갑희(高甲戲) · 가자희(歌仔戲) 등, 남방의 여러 지역에서는 아직도 고유의 지방극을 희(戲)라고 부른다. 또한 지방극이란 말도 반드시 지방희(地方戲)라고 하지 절대로 지방극(地方劇)으로 고쳐 부르지 않는다. 북방의 일부 지역도 지방극은 희(戲)라고 한다. 하남성(河南省)의 추자희(墜子戲) · 섬서성(陝西省)의 미호희(郿鄠戲)가 그렇다. 그래서 중국에는 예극(豫劇) · 월극(越劇) · 천극(川劇) · 월극(粵劇) · 한극(漢劇) · 초극(楚劇) · 상극(湘劇) · 감극(贛劇) · 민극(閩劇) · 호극(滬劇)도 있고, 유금희(柳琴戲) · 신하희(辰河戲) · 채차희(採茶戲) · 화고희(花鼓戲) · 피영희(皮影戲) · 골계희(滑稽戲)도 있다. 이렇게 보자니 남북의 희극지쟁(戲劇之爭)은 아무래도 무승부인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비교해 보자면 그래도 남방이 한 축 밀리는 느낌이 든다. 극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 규모가 큰데 비해서, 희라고 불리는 것은 규모가 작다. 기껏 유명한 것이래야 황매희(黃梅戲) 정도로, 그 외의 것들은 경서에 이름이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제일 대단한 것은 역시나 진강(秦腔)이다. 이것은 희도 극도 아닌 강(腔)인데, 제대로 말해보자면 이 진강이란 것이야 말로 한 자락 낄 자격이 있다. 경극(한극(漢劇)과 휘극(徽劇)도 포함해서)의 피황(皮簧 / 중국 전통극의 곡조로 서피(西皮)와 이황(二簧)을 함께 일컫음)과 진강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바로 진강이 상양(襄陽)에서 무창(武昌) · 한구(漢口)로 전해지면서 서피(西皮)로 변한 것이고, 일부 안휘성(安徽省) 동성(桐城)으로 전해서 고발자(高撥子)로 변했던 것은 취강(吹腔)과 결합해 안휘성의 극단내에서 이황(二簧)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서피 · 이황 · 한조(漢調) · 휘조(徽調) 등이 북경으로 들어가 하나로 뒤섞여 경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보아하니 경극이란 것도 남강북조(南腔北調 / 별도로 상세한 주석이 필요)가 아닌가? 역시나 진강은 희극지쟁(戲劇之爭) 따위에는 휘말릴 필요 없이 홀로 강(腔)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남방과 북방이 다른 점은 아직도 많이 있다. 남방 사람은 침대에서 자고, 북방 사람은 온돌에서 잔다, 바로 남상북항(南牀北炕)이다. 남방에서는 주로 배로 이동을 하고 북방에서는 말로 이동을 했다, 바로 남선북마(南船北馬)다. 남방 사람은 길을 알려줄 때 전후좌우로 설명하고, 북방 사람은 동서남북이라 한다. 전후좌우라고 하는 것은 사람 위주이고, 동서남북이라 하는 것은 물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을 남인북물(南人北物)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런지?
남북의 차이는 왜 이렇게 클까? 당연히 환경의 다름에 기인하는 것이다.
남방은 습도가 높아 축축하고도 눅눅하다, 그러니 침대에서 자는 것이 통풍에도 좋고 편안하다. 북방은 추우니 온돌에서 자는 것이 따뜻하고 좋은 것이다. 북방은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기에 말 달리기가 좋았고, 남방은 강과 하천이 많아 배로 이동하기 편리했던 것이다. 말로 드넓은 평원을 누비니 동서남북 네 방향이 눈에 탁 들어오고, 구불구불한 물길을 배로 가자니 동서남북이라고 해봐야 헷갈려서 전후좌우로 방향을 가리킬 수 밖에는.
싸움을 할 때도 남북의 차이가 드러난다.
남방 사람들은 주먹질을 주로 하는데 비해, 북방 사람들은 발길질에 능하다, 바로 남권북퇴(南拳北腿)이다. 남방 사람은 키도 작은 데다가 싸우는 곳도 좁은 골목이다, 복닥복닥하는 곳에서는 큰 기술을 펼치기 어려우니 역시 주먹질이 장땡이다. 북방은 탁 트인 평원에서 싸우는데 모두들 장신의 거한이니 발길질 한번으로 상대를 붕 날려버리는 것이 역시 시원하다. 그래서 다들 발 공격이다. 그래서인가? 남녀가 애매한 관계에 얽혔을 때 남방에서는 ‘한 손 걸쳤다(有一手)’라고 하지만, 북방에서는 ‘한 다리 걸쳤다(有一腿)’라고 한다.
남방과 북방은 다르다, 그래 그렇게나 다르다.
그래서 방언이라는 것이 생겼다.
2. 남쪽 발음과 북쪽 악센트 (南腔與北調)
방언은 일단 남북을 기준으로 크게 나눠 볼 수 있다.
남방과 북방의 방언은 그렇게나 다르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남방과 북방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있다. 남원북철(南轅北轍)이니, 남정북전(南征北戰)이라던가, 남래북왕(南來北往) 혹은 남하북상(南下北上)하는 말들이 그것인데, 이런 말들은 제멋대로 그 순서를 뒤집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남원북철을 남철북원이라고 한다던가, 남정북전을 남전북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같은 이치로 남강북조(南腔北調) 역시 남조북강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거참 이상하지 않은가? 왜 남방은 강(腔)이고 북방은 조(調)란 말인가?
생각해 보니 이것은 아무래도 남북 방언의 종류 및 그 내부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남방의 방언은 매우 다채로운데 비해 북방은 비교적 단촐하다. 중국의 7대 방언(혹자는 여덟로 분류하기도 한다)을 하나 하나 살펴보자면, 오(吳)방언·상(湘)방언·감(贛)방언·객가(客家)방언·월(粵)방언·민(閩)방언까지 무려 6종류나 남방 방언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상 북방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언은 한 종류에 불과하다, 그래서 뭐라 특별히 성(省)의 이름을 딸 수도 없어, 아예 그냥 북방 방언이라고 부른다.
북방 방언은 종류도 한 가지뿐이고, 사용 지역도 매우 드넓다. 북방 방언 지역은 크게 화북(華北)·서북(西北)·서남(西南)·강회(江淮) 네 덩어리로 나뉘는데, 그야말로 중국의 판도를 거의 다 뒤덮는 광범위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광서(廣西)·신강(新疆)·서장(西藏)·청해(靑海)·내몽고(內蒙古) 등지의 소수민족 거주지역을 제외한다면, 장강(長江)의 북쪽 전지역, 장강 남쪽의 진강(鎭江)부터 구강(九江)까지 및 운남(雲南)·귀주(貴州)·사천(四川)·호북(湖北) 대부분·호남(湖南) 서북쪽·광서(廣西) 서북쪽 모두가 북방 방언의 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략 전체 한어(漢語) 사용 지역의 3/4에 해당한다. 저 남쪽의 해남도(海南島)에까지 규모는 작지만 북방 방언 사용 지역이 존재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인구로 본다면 중국어를 사용하는 인구 중 70%가 이 북방 방언을 사용한다니, 그야말로 천하를 넷으로 나눈 중에 셋을 차지하고 있도다!
이렇게나 광활한 지역에서 엄청난 인구가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방 방언은 내부적으로 차이가 매우 적다. 만주(滿洲)에서부터 곤명(昆明)까지는 직선거리가 무려 3500km이고, 남경(南京)부터 주천(酒泉)까지는 무려 2000km나 떨어져 있지만, 서로 간에 의사소통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왜냐하면 북방 방언은 굳이 잘게 나누려면 나눌 수도 있지만, 대체로 봐서 서로간의 문법 구조가 지극히 유사하고, 사용하는 어휘도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발음 차이도 별로 없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예외 없이 탁색음(濁塞音)·탁색찰음(濁塞擦音)이 존재하지 않으며, 받침 m·k`·p·t도 모두 소실되어 버렸다. 간단히 말해서 서로 간에 강(腔-발음)은 모두 엇비슷하고, 조(調-악센트)만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방의 각지역 언어를 구분하려면 그 조금씩 다른 조(調)만 숙지해 두면 된다. 이게 사실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 북방 방언이라는 것은 바로 관화(官話)가 아니던가! 관(官)은 민(民)과 달라 자기 편한대로 지껄여 댈 수가 없다. 관(官)은 통일을 지향하는데, 어찌 이런 저런 다른 소리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 만약에 금지령을 하나 내렸다고 치자, 언어가 제각각이라 제대로 시행이 안 된다면 이게 어디 말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관(官)은 통일을 지향해 왔던 게다.
그렇다면 남방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복잡하다!
별별 방언이 다 있다. 운남(雲南)·귀주(貴州)·사천(四川)·호북(湖北)은 북방 방언 지역에 속하고, 오(吳)·상(湘)·감(贛)·월(粵)·민(閩)은 남방 방언 지역에 속하는데, 그 어디를 막론하고 ‘객가 방언 섬’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객가 방언 섬’은 그야말로 없는 곳이 없어서, 광동성(廣東省)의 동북부를 제외하고서라도 복건(福建)·대만(臺灣)·강서(江西)·광서(廣西)·호남(湖南)·사천(四川)에까지 퍼져있다. 그래서 광동성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최소한 세 종류의 방언이 존재한다. 월어(粵語)에 속하는 광주어(廣州語), 민어(閩語)에 속하는 조산어(潮汕語), 그리고 매현(梅縣) 일대의 객가어이다. 사실상 8대 방언 어쩌구 하지만 중국 남방만 놓고 본다면 80종 방언이라고 해도 실로 부족할 지경이다. 복건성(福建省)의 방언에 대해서 흔히들‘八閩互不交通’(여덟 종류의 민어는 서로간에 의사 소통이 안 된다)이라고 하는데, 민어를 여덟로 나눈 것도 실은 크게 대별한 것뿐이고, 잘게 나누면 도대체 몇 종류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남방 방언은 도대체 왜 이리 여러 종류인가? 왜냐하면 조(調-악센트)가 다를 뿐만 아니라, 강(腔-발음) 자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吃’[chi1 / 먹다]의 경우, 북방 사람들은 뭐라고 하건간에 ‘吃[chi1]’이다. 지역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나 장단(長短) 정도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남방은? qi1·qia4·jia2·se4·ye1·xie2 등등... 하여간 chi1가 아니다. 강(腔)이 같으면 의사 소통이 가능해 진다. 그래서 북방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끼리는 설령 타지역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체로 대화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제아무리 북쪽 끝의 동북어(東北語)라도 남쪽 운남(雲南)의 북방방언과의 어음(語音)상 차이는 겨우 20%에 불과하다. (월어와 북방방언의 어음상 차이는 무려 70%에 달한다) 물론 간혹 못 알아 듣는 말이 있기도 한데, 이는 대부분 그 지역 특유의 어휘들에 국한된다. 예를 들어서 한 천진(天津) 사람이 '아무개는 幹活崴泥, 說話離奚, 背後念三音.'하다고 말했다고 치자, 당신은 어리둥절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崴泥는 '힘을 쓰지 않다'라는 뜻이고, 離奚는 '되는대로 지껄이다'라는 뜻이며, 念三音이란 '불평 불만을 늘어놓다'라는 뜻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도야 상대가 설명만 해주면 바로 알아 들을 수 있다. (역자주 : 즉, '幹活崴泥, 說話離奚, 背後念三音.'란 '일할때도 건성건성이고, 말도 되는대로 지껄이며, 뒤에서는 불평만 늘어놓다'라는 뜻이다.)
남방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노라면 그야말로 난처해진다. 일단 사용하는 어휘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3인칭 대명사의 경우, 북방 방언에서는 일률적으로 他를 사용한다. 그런데 남방에서는 伊[오어·민어]라고 하기도 하고, 渠[감어·월어·객가어]라고도 하며, 때로는 伲 혹은 其라고도 한다.[오어] 2인칭 대명사 你만 해도 최소한 2가지가 있다. 오어에서는 儂이라고 하며 민어에서는 汝라고 한다. 또한 할머니를 부를 때 북방 방언에서는 예외 없이 奶奶라고 하지만, 남방은 퍽이나 복잡하다. 온주(溫州)에서는 娘娘, 남창(南昌)에서는 婆婆, 하문(厦門)에서는 媽仔, 광주(廣州)에서는 阿嬤, 복주(福州)에서는 依嬤, 심지어 악양(岳陽)에서는 細爹, 장사(長沙)에서는 {女+矣}{母+也}라고 한다. 이거 어디 헷갈려서 제대로 구분이나 하겠는가? 가장 재미있는 것은 광주(廣州) 사람들이 아버지를 老豆라고 부른다는 거다. 아니 아버지가 老豆[늙은 콩]이면 우리는 뭔가? 콩나물이라도 되는 건가? 豆와 동음인 竇[구멍 두]자를 써서 老竇라고 써봐도 여전히 개운치 않다. 아버지가 큰 구멍이면 우리는 작은 구멍이 되려나?
설령 같은 글자를 쓰더라도 알아듣기 쉽지 않다.
有[있다]를 wu라고 읽고 無[없다]를 mo라고 하니, 도대체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역자주 : 표준어로는 無를 wu2라고 읽음.) 그렇다고 모든 남방 사람들이 無를 mo라고 읽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mao로 발음하는 곳도 있다. 더욱이 표준어를 할 때도 흔히들 l과 n을 섞어 말하고, an과 ang을 잘 구분하지 못하니, 男子[남자]가 狼子[늑대]가 되고 (역자주 : 표준 중국어로 男子는 [nan2 zi3], 狼子는 [lang2 zi]라고 읽는데, 남방 사람들이 [nan2]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여 [lang2]처럼 들리는 것을 말하는 것.) 女子[여자]는 驢子[당나귀]가 된다. (역자주 : 표준 중국어로 女子는 [nv3 zi3], 驢子는 [lv2 zi]라고 읽는데, 남방 사람들이 [nv3]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여 [lv2]처럼 들리는 것을 말하는 것.)
그 중에서도 특히 웃기는 것이 민남인(閩南人)들인데, 이 사람들은 人[사람]을 죄다 狼[늑대]라고 발음해서, 온 세상을 ‘늑대와 춤을’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역자주 : 민남 방언으로 人을 [lang2]이라고 읽는데, 타 지역 사람들이 듣기에는 狼처럼 들리는 현상을 말하고 있음.) 한 민남 사람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을 표준어로 낭독하는데, 그 놈의 사투리 악센트를 고치지를 못해서 그 유명한 구절 ‘我死了還有子, 子死了還有孫, 子子孫孫是沒有窮盡的.(내가 죽어도 아들이 있고, 아들이 죽어도 손자가 있으니, 자자손손 끝이 없는 게라오)'를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는 소리도 있다. '我死了還有煮, 煮死了還有酸, 煮煮酸酸是沒有窮盡的.'(내가 죽어도 계속 끓여, 죽어라 끓이다가 맛까지 시큼해 지니, 끓이다 끓이다 시큼해 지는 것은 끝이 없는 게라오.) (역자주 : 민남 사람들은 권설음과 설치음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여 子[zi3]를 煮[zhu3]처럼 발음하고, 표준 중국어의 모음 u를 깨끗하게 발음하지 못해 孫[sun1]이 酸[suan1]처럼 들리는 현상을 말하고 있음.) 이러고도 표준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라도 표준어로 해주지 않고 자기 고향말로 말해버리면 도저히 어쩌할 도리가 없다. 호남 사람들은 '묶다'를 [tia2]라고 하며, '피곤하다'를 [nia2]라고 한다. 이건 어떻게 표준어에서 대응하는 단어를 찾을 수도 없는 말인데, 당신이 무슨 수로 알아듣겠는가?
남방 방언들은 표준어와 비교해 볼 때 어순 또한 뒤집어진 것이 많다. 예를 들어서 死人鹹이 무슨 소리인지 알겠는가? 글자를 봐도 알 수가 없다. 사람이 죽었으면[死人] 시체에서 악취가 나는 것이 정상인데, 짜지다니[鹹]? 생선 절임이라도 한단 말인가? 사실 이것은 민남어 특유의 표현으로, 표준어의 '鹹得要命.' '鹹死人了'에 해당하는 말로, '(맛이) 짜 죽겠다'라는 소리이다. 민남 사람들의 뒤집어서 말하기 좋아하는 습관이 우리를 잠시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북방에도 유사한 표현법이 있다. 다름아닌 '死鹹死鹹'인데, 중간에 人자 하나 들어가고 빠지고가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고로, 남방 방언을 듣는 것은 사실상 외국어 듣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차라리 통역원이라도 하나 구했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易中天 ≪方言與文化 / 西北風東南雨≫ 2002, 上海文化出版社
제1장 南腔北調 제2절 南腔方北調에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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