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수)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롯콘)
- 김은선/스티븐 허프
- 라흐 피협3번 / 라흐 교향곡 3번
#. 애당초 허프는 Virtuoso적이라기 보다는,
음표들을 오밀조밀 짜임새있게 구성하는데
강점이 있는 피아니스트이기에,
이 곡이 가지는 역동적인 시원시원함 보다는
한끗 바람에서 살짝 느껴지는
봄내음 같은 따뜻함이 조금 더 강조되는
연주일 것이라 기대했다.
#. 결론은 기대에 못미치는 어수선한 연주였지만,
그냥 여러가지로 모든것들이 조금씩
어긋났던 결과물이었기에,
조금의 아쉬움이 남을 뿐.
김은선이나, 허프를 비난하고 싶진 않음.
1) 롯콘과 허프의 연주스타일에서 비롯된 마이너스 시너지
→ 롯콘, 울립니다.
허프- 도 울립니다.
합쳐지면, 더- 더- 울립니다!
브람스 리사이틀할 때는 저 잔잔히 번지는 페달링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지만,
롯콘과, 허프의 페달링과, 스타인웨이의 콜라보는
모든 음표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저분함으로 귀결.
2) Leading의 부재
→ 일단 기본적으로 라흐 3번이 지휘/협연이
맞추기 어려운 곡이긴 하지만,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어느한쪽이라도
치고나갔다면 그 흐름을 다른쪽에서
이어받을 수 있었겠지만,
김은선과 허프는 too much하게
서로에게 의존하는 느낌.
좋게 말하면 배려,
나쁘게 말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그저 맡겨두는.
3) 다소 아쉬운 지휘/오케스트라 호흡
→ 사실 김은선은 허프의 산들바람같은 연주에
굉장히 기민하게 반응하고,
그 리듬에 맞게 충분히 플렉서블하게
오케스트라에 제대로된 사인을 주었음.
다만, 오케스트라의 대응은 늦었고,
뭐 사실 템포가 역동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아직 합을 맞춰보지 얼마 안된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의도를 그대로 읽어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겠지.
4) 플룻 누구임?
→ 그리고 오늘 플룻 수석은 최악이었고, (객원인가?)
전체 앙상블에 굉장히 이질적인 쇳소리로
흐름을 끊어놓음.
디미누엔도로 흐트려지는 가운데
혼자 쨍하게 튀어나오는 소리는 정말 별로였음.
그걸 이어받는 클라리넷도
멍텅구리처럼 혼자 헤매이고 있었으며,
이 둘의 콜라보는 목관 앙상블 전체를 망쳐놓음.
5) 차라리 1악장 카덴짜를 아쉬케나지 ver으로 했었다면.
→ 오늘 허프의 카덴짜는 2개버전 중
흔히들 아르헤리치 ver이라 이야기하는 연주였고,
속칭 아쉬케나지 ver 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대신
기교적이라서 오케스트라가 힘있게 끌고가는 상태에서의
연주였다면, 꽤나 어울리는 조합이었을 테지만,
전반적으로 힘없이, 그리고 웅웅대는 어수선함에서,
이 카덴짜는, 오히려 독이었음.
#. 다행히 라흐 교향곡 3번은,
조금 더 가다듬어진 상태에서의 연주였고,
1부의 플룻 아주머니도 여기서는 그래도 괜찮았음.
#. 개인적으로 김은선의 지휘 스타일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단원들에게 지휘하면서 보내는 메시지가
굉장히 간결하고 직관적.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통제하고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Master 적인 느낌이었으며,
비록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서,
그 진가가 발휘되지 못한 느낌이었지만,
충분한 시간이 보장된 상태에서의 연주는 어땠을 지 기대됨.
#. 조만간 우리나라 어디 오케라도 상임으로 데뷔해서,
잘좀 키워주셨으면 더이상 바랄 바가 없겠다.
첫댓글 예리한 평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