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05 [이박 삼일 여행기 8] 2 낙지 연포탕과 탕탕이 첫 날 저녁, 썼던 것처럼 숙소에서의 식사는 포기하고 길을 나섰다. 마침 들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 분이 있어서 물었더니 2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식당을 추천한다. 낙지로 유명하다면서, 차로 가면 오 분이면 간다고 친절하게 답을 하니 아내가 빨리 차를 끌고 오라고 한다. 내가 술 때문에 걸어가자 했더니 그 말을 들은 여자 분이 말하기를, “그냥 차를 가지고 가세요. 이 동네에서는 저녁에 술 안마시고 운전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사람이에요.”라고 한다. 하긴 그 섬에 있는 경찰 인력으로는 섬 전체를 관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또 음주 단속이라는 개념도, 더구나 대부분 안면 있는 지역 주민들이니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 술을 즐기 지만 술 때문에 어떤 실수도 하면 안 된다, 는 고집스러움이 있기도 하고, 나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 을 내가 스스로 깰 수는 없다는 생각이니 결국 아내도 내 고집을 따라 함께 걷는다. 길을 걷다가 그 식당의 안내 팻말이 보여 전화를 하니 오후 8시까지 영업한다고 한다. 그 시간이 7시 가 넘은 시간, 적어도 20여분은 더 가야 할 거리, 걸음이 부지런을 떨기 시작한다. 그렇게 7시 30분이 넘어서 도착한 식당, 곧 낙지 연포탕을 시켰다. 큰 낙지 두 마리에 45,000원.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동 안 먹으려고 시킨 그보다 조금 적은 낙지 탕탕이 25,000원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생각나는 것은 40여 년 전 군 제대하고 복학한 후 농활이라는 이름으로 갔던 신안군 도초면 한발리, 그리고 한발리로 가는 배편에서 본 기억 하나. 배 옆 난간에 달려있던 밧줄, 누군가 가더니 그 밧줄을 끌어 올리는데 그물자루에 가득 담긴 것은 세발 낙지, 그 남자는 사 홉들이 소주병을 입으로 대고 꿀꺽 꿀꺽 마시더니 낙지 한 마리를 꺼내 된장에 발라 한 입에 먹는 모습, 그 때 나는 작은 충격을 받았지만, 한발리의 일정을 마치는 날 먹어본 첫 낙지의 입안 꼬물락 거리는 느낌에 그만 반해 버렸던...... 아! 그때 먹어본 탕탕이와 연포탕, 그 낙지의 입안 느낌에서 한발리의 낙지가 떠올랐다. 시내에서도 낙 지를 먹지만 사람들이 왜 산지에 가서 그 음식을 먹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그 식당 낙지는 주인이 그 날 잡아서 그 날 판다는 말에 다시금 입에서 꼬물락 거리는 낙지의 몸부림을 확인하는 나. 돌아오는 길은 컴컴하다. 아내는 마음이 급한지 부지런히 걷는다. 폰의 전등을 켜서 발 앞을 비춰주는데 쫓아가는 내가 힘들다. 그 때 생각한 것은 ‘아! 이래서 여행은 혼자가 맞다!’는 것이다. 만일 혼자 오늘 여기 여행 왔다면 나는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그 밤을 걸었을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는 생각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혼자 걸었던 곡성에서 압록까지의 밤길, 기차도 차도 사람도 밝음도 없는 그 밤길을 홀로 걸으면서 들었던 섬진강의 물 흐르는 소리, 나는 오늘도 그렇게 걸었을 것이다. 바람을 느끼면서 작은 풀들의 흔들림 을 들으면서, 그리고 물 빠진 바다를 마음에 그리면서 그렇게 그 밤을 즐겼을 것이다.
다른 산지에서 먹어본 그 어떤 낙지보다 더 강력하게 입 안에서 대항하는 그 느낌,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 서 또 기회가 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지역의 낙지를 먹기 위해 시간을 버릴 각오를 한다. 그렇다고 내가 결 코 식도락가는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혹 신안을 여행하신다면 그 식당이 아니더라 도 바닷가의 어느 식당에서 그 낙지를 만나는 기회를 갖으시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 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 *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추석이 온 가족과 함께 행복으로 가득하시기를 기원드린다. |
첫댓글 탕탕이...ㅎ
입 안에서 꼬물락 거리는 그 느낌이 참 좋아요.
명절 잘 지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