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타이 할아버지와 태권 손자 (김리라, 웅진주니어)
이 책은 겉모습은 달라도 우리와 똑같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다. 태국의 무술인 무에타이 선수 출신 할아버지와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태권도를 배우는 손자라는 제목부터 흥미를 끈다.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과 힘든 친구를 도와주는 단짝 친구의 우정이 감동을 주고 무엇보다 반전이 있는 결말이 재미있다.
나는 태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크리스마스에 태국에서 친할아버지가 오신다 해서 은근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드디어 태국 할아버지가 왔지만 초라하고 왜소한 외모에 선물이 없어서 무지 섭섭하다.
같은 학교,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는 국동섭과 부하들은 나를 태국 간장이라고 놀리고 무시한다. 나는 단짝 친구 수호와 눈싸움을 하며 놀다가 국동섭과 부딪쳐 발을 밟게 되는데 국동섭은 새 운동화가 더러워졌다며 물어내라고 우긴다. 이 모습을 보고 화가 난 수호가 관우할아버지는 무에타이 선수였다며 거짓말을 하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긴다. 국동섭과 아이들은 진짜 무에타이 선수였다면 보여 달라고 한다. 태국할아버지는 앞니 두 개가 빠지고 비실비실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가는 웃음거리만 될 것 같아 나는 한숨이 나온다.
직장에 나가야 하므로 바쁜 엄마 아빠는 겨울방학을 맞이한 나에게 할아버지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할아버지께 아침상을 차려드리고 태권도장에 간다.
수호는 이번 기회에 할아버지의 무에타이를 배워 국동섭에게 뭔가 보여줘 다시는 괴롭히지 못하게 하자고 하지만 사실도 모르고 거짓말을 한 수호에게 화가 난다. 수호는 할아버지에게 무에타이 기본동작이라도 배워보라고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할아버지는 내가 가르쳐준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고 만다.
나는 엄마에게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운동 같은 것을 했는지 물어보다가 무에타이 선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가난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나이가 들면 무에타이를 그만두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했고 경기 중에 사고가 나서 상대선수가 죽고 할아버지가 감옥에 다녀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열심히 무에타이를 한 것은 자기 때문이라며 할아버지에게 잘해드리자고 한다. 나중에 상대선수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이 밝혀져 금방 풀려나긴 했지만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할아버지는 무에타이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가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오게 되었고 고생했지만 엄마를 만나 결혼하게 되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며 이 모든 것이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한다.
아빠는 아직도 아빠가 태국 사람이라고 놀리는지 묻는데 나는 하마터면 국동섭이 놀린다고 말할 뻔 하지만 아무 말도 안한다. 아빠는 설사 그런 일이 있더라도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 비바람이 불고 태풍이 불 때도 있지만 맑은 날이 더 많다며 격려한다.
나는 국동섭이 할아버지가 살인자라고 놀리는 악몽까지 꾸게 된다. 태권도장에 갔다가 국동섭을 만나자 무에타이를 보여달라고 한다. 수호는 도망가자고 하고 나는 비겁하게 도망을 가지 않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며 싸우는 중에 사범님이 나타나 국동섭과 부하들이 도망을 간다.
그 후 할아버지에게 무에타이를 배우려는데 다음 날 떠난다는 것을 듣게 되고 국동섭을 혼내주기 위해 할아버지를 못 가게 할 작전을 짜 일부러 감기에 걸리고 할아버지가 나를 돌봐주기 위해 며칠 더 머물게 된다. 할아버지는 가족 앨범을 보다가 지갑에서 똑같은 내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좋아한다.
할아버지가 떠나는 날, 나와 할아버지, 아빠가 탄 엘레베이터에 국동섭이 타게 된다. 나는 국동섭 앞에서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무에타이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국동섭 앞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무언가 보여주려는 자세를 취하고 나는 무에타이의 진수를 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태꿍! 야이야." 하시며 쩌렁쩌렁한 기합소리를 지른다. 내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국동섭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하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떠난 후 국동섭은 나를 더 이상 놀리지 않게 되었고 무에타이에 반했다며 무에타이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선물과 편지를 써서 보내며 빨리 태국 글자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한다. 할아버지는 답장과 함께 고추젤리를 선물로 보내온다. 나는 도복을 입고 힘차게 기합을 주는 모습을 사진 찍어서 편지와 함께 할아버지에게 보낸다. 나는 무에타이 할아버지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