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외톨이(히키코모리) -
일본에서 6개월 이상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들이 점점 고연령화, 3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의 보건소 등에 두 번 이상 상담을 의뢰한 3200여명을 대상으로 통계를 작성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히키코모리는 보통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청소년 문제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성인들에게도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일본의 사회병리 현상이 깊어진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히키코모리’ 연령대는 ‘19~24세’가 29.0%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남성이 76.4%, 여성은 22.9%로 집계됐다. 전체 히키코모리 4명 중 한 명꼴(23.1%)로 10년 이상 집안에서만 생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키코모리는 ‘틀어박히다’라는 뜻의 일본어 단어 ‘히키코모루’란 말을 명사화시킨 단어로, 일본에서는 70년대부터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한국·일본·대만 등에서 모두 발견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한국이나 대만보다 당사자들의 사회 부적응 현상이 훨씬 극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루오는 지난 1997년 직장을 그만두고 3년 동안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그는 “창의 덧문을 닫고 음악을 들었다. 밤인지 낮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젊은이(29)는 버스 운전기사 채용시험에 세번이나 합격했지만 면접을 보지 못했다. 그는 “내 이력서에 나타난 5년간의 공백을 설명할 용기가 없었다”고 한탄했다.
둘 다 도쿄(東京) 외곽에 있는 사사키 정신병원의 환자인 그들은 ‘히키코모리’라는 일본 특유의 증후군을 갖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정의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는 ‘사회거부 증후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젊은이 가운데 1백20만명이 히키코모리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중 70%가 남자다.
광장공포증·편집증·햇볕혐오증·불안 등이 주요 증상이며 10대나 20대에 반사회적이 되고 몇달 또는 몇년씩 방에 틀어박혀 지내게 된다. 사사키 병원에서 외래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이토 다마키는 “그들은 자신이 못생겼으며 자기 몸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고, 이웃의 감시를 두려워해 창을 커튼이나 검은 종이로 가린다”고 말했다.
많은 일본인들은 히키코모리를 병적인 청소년 범죄와 연관시킨다. 1990년대 중반부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반사회적인 청소년들의 끔찍한 살인사건 때문이다. 그런 시각은 대중의 히스테리를 부채질하고 히키코모리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간과하게 만든다. 히키코모리는 1970년대에 처음 확인됐다.
그 이후 환자들이 거의 치료받지 못한 채 수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5월 청소년 정신건강센터는 대다수 환자들이 20, 30대이며 그중 약 8%가 10년 이상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히키코모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사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은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일본의 청소년 문제는 1970년대 무단결석이 급증하면서 처음 부각됐다. 그러자 학자들은 그것을 ‘등교거부’ 현상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지었다. 그중 한명인 저명한 정신병의사 이나무라 히로시는 그것을 ‘냉담 증후군’이라는 정신병으로 정의했다.
1981년 그는 무단결석을 하는 10대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한번에 몇주씩 부모들도 보지 못하고 독방에 갇혀 강제로 진정제를 투여받았다. 동료 의사들과 언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나무라는 결국 치료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때까지 무단결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10대는 5천명에 이르렀다.
이나무라에게 사사한 사이토는 히키코모리가 청소년 시절의 정신적 상처로 시작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사회 부적응자를 위한 잡지를 발행하는 사회활동가인 마쓰다 다케미도 히키코모리가 특정 정신병이 아니라 ‘사회 현상’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획일화와 효율 우선주의 가치관의 산물이라고 본다. 마쓰다는 “히키코모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많은 일본의 문제점 가운데 가장 돌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사키 병원에서는 사이토의 환자들이 주 2회씩 한자리에 모여 위축된 의사소통 기술을 연마하며 가족 상담과 심리치료도 받는다. 사이토의 환자 중 사회 재적응으로 정의되는 치유율은 약 30%다.
사사키 병원을 찾는 히키코모리 환자들은 종종 음울하고 말을 잘 하지 않으며 때로는 난폭한 경우도 있다.
한 20대 초반의 환자는 자신이 집에서 모든 벽에 구멍을 냈다며 “난 다른 사람들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환자는 자신은 여자친구를 결코 사귈 수 없을 것이라며 “난 만화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난 모든 여자가 가장 싫어할 만한 타입”이라고 말했다.
이제 인터넷에는 히키코모리 환자들을 위한 대화방이 등장했고 마쓰다의 잡지에도 독자 편지가 가득 실린다. 도쿄의 한 청년(29)은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빚 때문에 집이 곧 팔리게 되는 데 그렇게 되면 난 끝장”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한 사람은 TV 드라마를 같이 볼 친구를 원한다는 글을 기고했다. 미에(三重)縣의 한 교사(50)는 자신의 거실에서 서포트 그룹(환자·부모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서로를 돕는 모임)을 결성하기 위해 환자들의 부모를 초청한다는 광고를 냈다.
마쓰다는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경험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면 그들도 마음을 열게 된다.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되는 약은 없다”고 말했다. 우울증에는 외출이 유일한 치료인지도 모른다.
With Hideko Takayama and Deborah Hodgson in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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