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K가 티 샷을 했다. 클럽 페이스가 열려 맞았는지 날아가던 볼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졌다. 슬라이스가 난 볼은 옆 홀의 경계 지역으로 사라졌다. 다음 샷 지점으로 옮겨간 동반자들이 함께 볼을 찾았다. 볼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의 앞쪽으론 OB말뚝이 박혀 있었다. 모두들 K의 볼을 찾다가 ‘OB구역의 숲 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결론지으려는 순간 볼이 발견됐다.
볼이 있는 곳은 OB말뚝이 시작되는 지점보다 한참 뒤인 억새풀이 군락을 이룬 곳이었다. 볼은 그 억새풀이 한 무더기로 둥그렇게 모양을 이루고 있는 경계 라인에 바짝 붙어 있었다. 만약 볼이 억새풀 한 중간에 들어가 있었다면 그 볼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그곳은 로컬룰상 화단과 마찬가지로 무벌타 드롭이 가능해요. 들고 나오세요.”
캐디가 다른 동반자들이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들은 P가 반문했다.
“확실해? 아닌 것 같은데. 스코어카드에 로컬룰로 명기돼 있나?”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 골프장에선 화단을 보호하기 위해 무벌타 드롭을 권장하고 있어요.”
캐디가 말꼬리를 흐렸다. K는‘무벌타 드롭’이란 말에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볼을 집어 들었다. P가 캐디에게 따지듯이 물었지만 주말 골퍼가 그렇게까지 규 칙을 다 지키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른 동반자들도 묵인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K의 다음 행동이었다. 볼을 집어든 K는 억새풀 군락 근처에 드롭할 지점을 정하지 않고 3미터의 완만한 경사지를 걸어 내려와 카트 패스를 건넜다. 그리고는 페어웨이에 볼을 드롭했다. 10년이 넘는 골프 구력에 싱글 골퍼란 소릴 듣는 K의 그 같은 골프규칙 적용에 다른 동반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반자 C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라며 독백 같은 한 마디를 던졌다. K는‘캐디가 무벌타 드롭이라는데 어쩌란 말이냐’라는 듯 어정쩡한 표정을 짓다가 샷을 날 렸다. 두 번째 우드 샷을 잘 친 K는 파5였던 이 홀에서 3미터짜리 버디를 했다. 동반자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Q 그렇다면 K의 무벌타 드롭 지점은 어디일까? 또 K는 골프규칙의 어느 조항을 위반한 것일까?
A 골프규칙(33-8a)과 부속규칙Ⅰ에는 ‘화단’이란 표현은 없지만 ‘어린 나무의 보호’등 코스의 비정상적인 상태에 대한 로컬룰(무벌타 드롭)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스탠스나 의도하는 스윙구역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는 수리지와 마찬가지로 가장 가까운 구제지점으로부터 한 클럽 길이 이내(단 홀에 가깝지 않은 곳)에 볼을 드롭할 수 있다. 그런데 K는 페어웨이에 볼을 드롭하고 샷을 이미 했기 때문에 오소플레이에 해당돼 2벌타를 받아야 한다(규칙 20-7c). 공식 대회였다면 다음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기 전까지 이를 시정하지 않았을 경우 경기자는 실격처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