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주민들이 걸어 놓은 ‘안양암 문화재지정 반대’ 현수막은 문화재 보존의 위태로운 현주소를 말해준다. 안양암은 과거 아파트 부지로 건설회사에 넘어가고 유물들이 팔려지기도 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얼마 전 한국불교미술박물관 권대성 관장의 소유가 되면서 힘겹게 사찰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불교문화의 보물창고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도보로 10분. 아파트촌을 지나 허름한 주택가 사이에 안양암은 자리하고 있다. 도심 속, 그것도 주택가 사이에 터를 잡고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교통이 편리하고 중심가에 위치하니 서울 시민들에게는 주말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1889년 성월대사가 창건한 안양암은 조선시대 전각, 불화, 불상, 공예품 등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사찰이다. 일주문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아담하지만 그 가치만은 어떤 사찰에도 뒤지지 않는다. 안양암 대문에는 두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대문 위에 ‘安養庵’이란 현판이, 우측에 ‘한국불교미술박물관 별관’이란 현판이 그것이다. 현판에서 알 수 있듯이 사찰 전체가 박물관이자 불교문화의 보고인 셈이다. 현재 대웅전, 관음전, 명부전, 금륜전, 영각, 천오백불전, 염불당의 7개 전각에는 석감마애관음보살상 등 서울시 유형문화재와 서울시 문화재자료가 자리하고 있다.
문화재 뿐만 아니라 안양암은 한쪽 몸을 커다란 암벽에 기대고 있는 모습으로도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관음전은 암벽을 등지고 지어져 특이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암벽 아래에는 사리비, 공덕비, 사적비 등이 있다.
최고의 볼거리, 석감마애관음보살상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불교문화의 보물창고인 안양암은 문화재를 보고 음미하는 재미가 가득하다.
사찰을 찾은 방문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안양암의 대문이다. 대문에는 두 명의 동자가 사찰에 출입하는 신도들을 향해 합장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녹색 바탕에 두 동자승이 백색코끼리와 해태상을 타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대문을 지나면 대웅전을 중심으로 사각형으로 자리한 전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안양암에서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전각이다. 내부에는 높이 60cm의 목조상인 아미타불좌상이 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90호로 지정되어 있다. 좌상 뒤에는 화승 경성에 의해 1889년 제작된 아미타후불도가 보인다. 비단에 채색을 한 것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85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 외벽에도 놓쳐서는 안될 볼거리가 있다. 수행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심우도다. 수행자를 동자에, 인간의 본성을 소에 비유하여 그린 것이 흥미롭다. 그림 아래에는 ‘常樂我淨 天雨四花’란 글씨가 쓰여져 있다.
대웅전 좌측, 커다란 암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듯한 전각이 있으니 바로 관음전이다. 정면 한 칸의 맞배지붕 건물인 관음전은 색깔과 장식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정면의 양 기둥 상단과 정면 창가 윗부분에 당초무늬가 있어 화려함을 더한다. 내부에는 안양암 최고의 볼거리인 석감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화강암을 쪼아 만든 마애불로 초생달형의 눈썹과 뭉툭한 코, 늘어진 귀 등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이마에는 백호가 있다. 1909년 조성된 것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과 명부전 사이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종무소와 금륜전, 영각, 천오백불전이 나온다. 각 전각에는 다양한 유물들이 자리하고 있으므로 여유를 가지고 관람하는 것이 좋다. 특이한 것은 금륜전에서 좌측 계단을 따라 오르면 작은 언덕이 나온다는 것. 이곳에서 전체적인 사찰의 모습과 사찰 너머 아파트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계단 끝 벽면에 새겨진 석감마애아미타여래불상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시골 여염집 같은 염불당
안양암 대문 옆에 있는 정면 4칸의 팔작지붕 건물은 염불당이다. 사찰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마치 시골집에나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낡고 허름한 건물이다. 겨울에는 법당 대용으로 활용되었던 이곳은 작고 낡은 부엌, 누렇게 바랜 창호지, 모서리가 닳은 마루 등이 70년대 여염집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루에 앉으면 정면의 대웅전을 비롯해 관음전과 명부전이 바라다 보인다. 사찰 관람을 마무리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관람 TIP. 사찰인 관계로 각종 의식 및 법회 시 관람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문의사항이 있거나 도록을 구입하고 싶다면 종무소에 문의한다.
안양암을 한국불교미술박물관으로 오인하여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이곳은 별관이며 박물관 본관은 창덕궁 인근에 위치한다. 현재 박물관 본관에서는 ‘안양암에 담긴 중생의 염원과 꿈’이란 주제로 안양암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경내에는 주차를 할 수 없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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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 : 10:00~16:00
휴관일 : 없음
교통 :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 소요. 또는 지하철 6호선 동묘역 2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8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