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대> 수필 원고 -신길우 1,124자 50줄 8.4매
보르도 와인의 명품 만들기
申 吉 雨
프랑스 보르도(Bordeaux)는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보르도‘와 ’매독‘은 프랑스 와인의 대명사이다.
파리 서남방 400㎞, 대서양 연안의 와인이 명품이 되다?
보르도는 피레네 산맥 발원의 지롱드 강 하류 지역이다.
물이 좋고 대서양의 훈풍과 빛나는 태양, 포도 적지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12세기 보르도 아키텐 지방은 윌리엄 10세 공작이 다스렸다.
외동딸 엘레아노르가 잉글랜드의 왕이 되는 헨리 2세와 결혼했다.
당시 관습대로 신부의 재산을 모두 결혼지참금으로 가져갔다.
그래서 보르도 지역은 잉글랜드 왕실의 소유가 되었다.
마침 영국은 지하수 오염으로 와인을 수입해서 먹고 있었다.
보르도의 수자원과 보르도 와인은 곧바로 영국으로 수송되었다.
영국 영토가 되었기에 관세도 없어 거의 독차지를 하였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와인 등은 자연히 밀려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보르도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공작의 딸이 출가함으로써 자기들 땅이 영국의 것이 되어 버렸다.
애써 가꿔 만든 와인이 값싸게 영국으로 수출되어 갔다.
땅은 영국에 예속되고, 생산품들은 영국에 빼앗기다시피 된 것이다.
하지만, 영주의 딸이 영국 왕비가 된 것은 크게 자랑스러워하였다.
왕비도 보르도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점점 더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데에 힘썼다.
유리한 수출 여건을 활용하여 좋은 와인을 값싸게 런던으로 보냈다.
최우수 와인은 <여왕의 와인> 또는 <와인의 여왕>으로 불렀다.
이 와인은 영국은 물론, 온 유럽에 군림하며 명품이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르도 사람들은 사람도, 땅도, 생산물도 빼앗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빛내고, 자기 것을 명품화 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빼앗겼다는 굴욕감을 누르고, 오히려 자부심으로 명품화한 것이다.
명품은 좋은 자연환경으로 자연히 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의식과 현명한 판단에, 남다른 열정과 노력의 결과이다.
보르도에 가면 이런 말이 있다.
“인정(人情)에 반하고, 와인 향기에 취한다.”
삶이나 역사는 언제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