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차 2017년 5월13일 정기산행 경기도 안양시,군포시 한남정맥 들머리 수리산 STORY
코스; 수리산역 - 무성봉(258m) - 태을봉입구 사거리- 태을봉(489m) -관모봉(426.2m) - 안양6동쪽 하산
시간 ; 9시 50분 - 15시 30분 중식 포함 약 6시간, 10.86KM
2014년 5월 12일 113차 수리산행 이후 정확히 3년 만에 다시 오게 된 수리산, 바로 몇 달 전 온 것 같은데, 삼년이 이렇게 한 순간일 수가 있다니, 삼십년도 한 순간으로 느껴질 때도 곧 올 거 같습니다. 그동안 1년이 훨씬 넘도록 나오지 못하셨던 윤병희님을 맞는 눈길은 따뜻하고 손을 잡으시느라 바쁘십니다. 최점순님은 너무 반갑다고 안고 싶다고 말하며 포옹을 합니다. 모두에게 너무나 보고 싶었던 그리운 사람이었습니다, 수리산역까지 오신 단성배님, 허리통증을 이유로 병원 가시려 귀가하시고 도착이 좀 늦어진 김승택님과 윤미화님을 준비운동 하며 기다립니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씨에 감격하며 색색의 장미가 곱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늦은 봄날에 두 명이 뒤늦게 합류해 17명의 회원님들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봄과 함께 달려와 붉게 만발했던 꽃은 지고 아직 잎을 다 펴지 못한 오불고불하게 말린 잎새가득한 연두 신록들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고 편안하게 다독이며 다가옵니다. 솔향이 섞여 간간히 불어오는 푸른 바람은 머리까지 시원하고 맑게 쓰다듬어 주고 갑니다. 부드러운 능선 길이라고 마음을 놓아서인지 모처럼의 깔딱이 고개에도 숨이 턱 막힙니다. 며칠 무리한 일정에 온몸이 아프시다는 이영목님 사진 찍는 거조차 버거워하십니다. 몸살을 앓고 계신 대장님은 별 내색하지 않으시고 후미회원들과 보조를 맞추시며 오르십니다. 오르시는 내내 간간히 뜨거운 차를 계속 마시며 기침을 하게 하는 몸의 한기를 안정시키려 하시는 거 같습니다 물자를 나르는 용도로 쓰이는 듯한 플라스틱 원통형 튜브가 산길을 따라 나란히 오르고 있습니다. 요긴하게 필요해 설치했겠지만 자연 풍경과는 전혀 이질적인 불협화음을 이룹니다. 정상에 오르면서 보이는 바위들은 살아 있는 듯 고목 같은 풍채를 하고 여기저기 뻗쳐 있고 제멋대로 솟아있습니다. 칼바위 병풍바위 산행은 위험하니 우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쓰여 있었지만, 3년전 에도 바위타고 갔는 걸하며 그 바위로 올라갑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약을 먹으며 미열의 몸을 추슬리는 와중이어선지 갑작스럽게 공포가 몰려오면서 바위 아래 낭떠러지가 보이자 두려워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뒤돌아보니 권규택님과 윤미화님은 활짝 웃으며 쿨하게 사진도 찍어가며 바위를 넘고 있습니다. 안간힘을 써서 몸을 낮추고 손과 발을 최대한 바위에 밀착하고 잡아당기며 간신히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길이었다니!! 최점순님이 바위 아래에서 너무 시장기 들고 힘이 없어져 바위로 오르지 않고 우회 길로 오셨답니다. 정말이지 언제나 현명하십니다. 자기 몸의 상태를 읽을 줄 알고 겸손하게 자연과 호흡해야 합니다. 12시 30분 정상인 태을봉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으려 무리지어 둘러앉습니다.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천둥이 계속 그르렁거리며 산 정상을 휘휘 돌고 있습니다. 하늘이 시커멓게 어두어지며 물기어린 찬 바람이 부는 정상은 한기가 살 속으로 스며듭니다. 반팔을 입고 추위에 움츠리던 윤미화님을 위해 김승택님 자신의 외투를 벗어줍니다. 그러더니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김승택님 추위에 소름까지 돋고 입술까지 새파래집니다. 김현수님이 여벌의 자기 외투를꺼내 윤미화님을 주자, 외투를 돌려받은 김승택님 씩 웃으며 죽다 살아났다고 합니다.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 질 듯한 바람은 계속해 붑니다.
식사 후 관모봉 방향으로 하산했지만 가다 선두와 통신이 제대로 안되어 후미 일행은 관모봉 정상을 향하는 방향이 아닌 길로 내려갑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전망 좋은 관모봉은 권규택 강태식님짝과 채희천 김중대님짝을 이끈 김현수님만이 오르게 되었습니다. 산 다람쥐 권규택 강태식님은 기쁨의 만세를 부릅니다. 태극기만 보면 왠지 만세를 부르고 싶은 한이라고 할까요? 아래 녁 약수처에서 한 무리로 다시 만나서 빠르게 내려갑니다. 비바람이 시작됩니다. 큰비가 올 것 같습니다. 빌라가 시작되는 곳까지 산을 다 내려오자 두툭두툭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가지고 온 우산은 서너 개가 전부여서 대부분 회원님들 그냥 비를 맞으며 내려갑니다. 붉은 글씨로 공가라고 으스스하게 씌여 있는 멀쩡한 빌라가 양쪽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지어진지 채 몇 년 되지도 않은 듯한 새집 벽에 공가라로 적혀 있습니다. 아파트를 짓기 위한 재개발 단지인가 봅니다. 30-40년이 되어 노후된 건물도 아닌데, 돈질해서 돈 벌기, 토건 자본주의의 실체, 끝없는 욕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수리 산을 바로 내 방안에, 라는 아파트 분양 문구가 휙 스칩니다. 나만 행복하면 돼 안양 세무서가 저 앞에 보이는 텅빈 동네를 지날 때, 최점순님 우산이다 하며 달려가십니다. 폐쇄되어 상호만 걸려있는 새마을 금고 앞 오거리에서 버려진 성성한 우산 몇 개를 회원님들 하나씩 집으십니다. 와우 이런 기막힌 타이밍이라니, 이정표나 상점의 간판들이 안양6동임을 말해줍니다. 매서워진 비를 피하려 공가라고 쓰여진 건물 1층, 문짝들과 유리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는 옛 상가자리에 들어갑니다. 우연하게 획득한 우산에 우린 하늘이 선택한 신의 자녀라고 기분 좋게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합니다. 소나기를 잠시 피하려 조금 더 내려오자 큰 길 가의 만안경찰서 앞에서 제멋대로 젖은 몸으로 신호등을 무시하고 겁 없이 무단횡단합니다. 큭! 몸이 만신창이가 되면 의식도 만신창이가 되기 쉽습니다. 얼른 사우나 가서 몸과 마음을 다시금 새롭게 다듬어야겠습니다.
산행 참석인원 명단
김영태, 권영안, 김미순, 이영목, 김현수, 함진숙, 황종률, 권규택, 김경보, 윤병희
김중대, 강태식, 최점순, 윤미화, 김승택, 채희천 죄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