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내 고향 우리 촌집 -
권다품(영철)
지게로 우릴 키우신 울 아부지
우리 안동 권 가보다 벽진 이씨가 더 양반이라며
밥상머리마다 양반 싸움 하시던 울 엄마
그러면서도 아들 둘에 딸 여섯 8남매는 어떻게 낳으셨는지
조용할 날 없이 왁자하던 우리 집
목요일이면 벌써
"토요일이 언제고? 이번 주에는 바빠서 몬 오겠재? 우리 오종이 한솔이가 보고싶어서 또~옥 죽겠다." 시며 전화가 오시고
손자 둘 데리고 찾아뵈면
벌써 촌닭 잡아놓고 기다리시던 집
손자들 먹는 걸 보신 우리 아버지는
"아따 그 넘들 잘 묵는다. 다음 장날 중삐가리 여남 마리 더 사다 놔야 겠다."시며 그렇게 좋아하셨고
손자들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셨던 집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사시면서도
마당에도 텃밭들에도 풀 한 포기 없었는데
허리 다치신 엄마 아들 집으로 내려와 집 비웠다고
마당엔 키보다 큰 풀들로 폐허가 되고
흙벽 여기저기 허물어지고 천장마져 떨어져 내리고.....
몇 년 후
아내랑 아들과 함께 마당 풀부터 베어내고
어릴 때 본 대로 흙에다 짚 썰어넣고 밟아서
허물어진 벽 때우고 천장도 막고....
마루 위 제비집까지 세첩게 살리고
온 집안 돌 하나에도 우리 정성이 고대로 묻어있어서 더 예쁜 집
"대문이 안채 정침을 바로 치면 그 집 안 망하고는 못 견딘다."는 풍수 말에
혹시 내 아들들 앞길에 영향 미칠까 싶어
텃밭 오른 쪽으로
온갖 정성을 다 쏟아서 대문을 옮긴 집
대문 입구부터 자갈을 깔고
안 마당으로 주~욱 들어오는 양쪽에다
촛불 맨드라미와 봉숭아가 예쁘게 펴서
사람들마다 입을 대고
일부러 돌로 계단을 쌓아 오르내려보게도 만들고
그 계단을 올라서면 온 마당에 자갈이 깔려
비가 오면 빗소리가 자그르르 자그르르 들리는
너무너무 정감가는 집
낮이면 마강 벛꽃나무 그늘로
동네 아지매들 찾아와서
"참 좋다! 이런데서 커피 마시면 더 맛있다."며
놀다가시고
어둠 사~알 내리면
별천지로 변하는 마당 불빛 아래 돌식탁에 둘러앉아
미나리나 산나물 반찬에 참기름 넣고 밥 비비면
입짧은 사람들도 과식하는 집
수돗가에는 옛날 가마 솥 걸어서
장작불로 닭백숙 삶고
돌식탁 옆 또 다른 부엌에는
큰 솥뚜껑을 올려 삼겹살 치르르 치르르 구워서
쌉싸름한 머구나 상추에 재피 이파리 얹고
땡초 썰어넣은 젓국으로 싸먹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집
오가피 엄나무 머위 꾸지뽕순 따서 데쳐서
매콤 달콤한 초장에 찍어먹고
냉이 산나물 삶아서 묻혀서
된장 짜작하게 찌져서 비벼 먹으면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자꾸 들어가는 집
밥먹고
남자들은 평상에서
여자들은 돌식탁에서
떨어지는 벛꽃잎 아래 둘러앉아 마시는
그 커피가 그렇게 맛있고
팔베개 하고 얘기듣다가
눈처럼 떨어지는 벛꽃잎 맞으며
낮잠 한 숨 들 수 있는 집
비 오는 날은
저수지에 들어오는 황톳물에다
미꾸라지 통발 던져놓고는
마루에서 책 읽으며 커피 마시면
신선도 부럽지 않은 우리 시골 집
봄보다 봄나물들이 더 기다려지고
비오면 미꾸라지 통발 던지고 싶고
큰비 오면 마당에서 나는 차르르르 차르르르
자갈소리가 생각나서
더 가고싶은
내 고향 우리 촌집.....
*머구="머위"의 사투리
2023년 10월 14일 저녁 7시 43분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