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다시 태어남으로 시작한다. 이제 7월의 먹구름이 온 몸을 적힐 듯이 살아가는 일이 저절로 등 뒤에서 밀어댄다. 파란 흰 구름이 참깨꽃을 맞이한다. 한 줄로 파란 하늘을 향한다. 접시꽃도 하늘에 대한 그리움으로 깊어진다. 씨앗 하나 여무는 일은 뜨거운 가슴으로 에워싸야 한다. 여름 한나절 뜨겁게 달구어진 초록의 햇빛들이 눈부시다. 한때 거침없이 달려온 세월은 초록의 들판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외롭지 않았다. 이젠 그때와 사뭇 다르다. 마음과 몸도 강물 따라 흘러가는 모양인가 보다. 하늘은 서두른다. 잠시 머무를 틈새도 없이 먹구름이 흘러간다. 모든 사물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아주 작은 생명도 흘러가고 있다. 소나기 쏟아져도 7월의 꽃들은 더욱 깔끔하게 핀다. 담장 위에 능소화는 첫사랑처럼 핀다. 세월이 흘러도 그 사랑은 빛난다. 능소화 꽃잎 땅에 떨어지면 다시 생생하게 피는 것처럼 아름다운 기억이 밀려온다. 이따금 빗물이 얼굴에 젖힌다 해도 태양은 여전히 빛을 비추고 있고 꽃향기 밀려오는 길을 막을 순 없다. 천둥과 빗물은 나의 본성을 막을 순 없다. 나뭇잎 끝에선 운명의 열매를 달고 있다. 오직 태양에 감사하며 가을을 기도할 것이다. 연둣빛 자두 꽃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착한 본성으로 빛이 나고 있다. 꽃은 하나같이 만발하지만 눈물 따라 익어가는 본성은 자기 이름만 달고 있다. 누가 자기의 자리로 가져다 줄 것인가. 아름답던 그 자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 사랑했던 그 순간만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자기만의 본성이다. 초록은 초록을 볼 수 있다. 본산은 물이 흐르고 굽이 돌아가는 세월은 안다. 무심히 흐르는 곳에 생각은 가득 차 있다. 이제 그 생각을 충만하기 위해 초록만이 초록을 믿는다. 빛으로 가득 찬 초록 들판에서 더 낮은 존재를 알게 된다. 더 높은 이상은 녹슬지 않게 달린다. 7월의 초록은 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노란 원추리꽃은 손을 흔들고 있다. 모두 서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 손을 잡고 있다. 서로 마음으로 애쓰지 마라. 아름다움이 아름답게 흐르도록 본성으로 돌아가자. 초록 7월은 서로 결과를 기다리지 않는다. 도라지 청백 꽃은 그 자체가 본성이다. 때론 바람이 와서 얼굴을 흔들고 별빛이 와서 더 고요하게 한다. 묵묵히 7월의 바다에서 너를 바라보고만 있다. 현재 나와 동행하는 것들에 대해 믿는다. 푸른빛에 가만히 바라만 보아도 모든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 그 존재 속에서 내가 있구나. 잠깐 조는 사이 무엇이 깨닫게 했나. 아직 꽃이 여물지 않더라도 그 가장 자리에 꿈같은 씨방이 자리를 잡고 있구나. 난 그 곳으로 돌아가리라. 영원한 내 집에서 다시 꽃 필 때까지 순수와 본성으로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