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을 뜯는 즉시 건조기에 말리기만 하다가
우연히 떡집 할머니의 말을 듣고
모란시장엘 갔다.
쑥설기 맞추는데 얼마냐 묻다가
"거기에 가면 쑥 가루 내주는데 있어.
말려 놓은 걸 다시 삶으면 누렇게 죽이 되어서 못 써."
어제는 궂은 날이라서 기계를 돌릴 수 없다기에 그냥 오고
오늘은 해가 쨍쨍하길래 다시 들렀더니 OK란다.
한 번 갈고, 두 번 갈고, 다시 다른 기계에다 곱게 갈기를 수도 없이
세어 보다가 말았지만,
가루 내는데 열 서너번 기계를 돌리는 것 같았다.
"얼마예요?"
방앗간 주인 여자가 저울에 가루를 올려 놓더니
만 칠천원이요. 라고 했다.
고작 십 분도 안 걸렸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구나.
쑥가루 봉지를 들고 시장 구경을 하다 보니
그 안에 기름 짜는 집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그래서 참기름 한 병, 들기름 두 병을 사고
집에서 막 입을 몸뻬 바지를 만원에 두 벌 샀다.
제주 우도 사진을 몇 장 보내고 수련이는 무척 신이 났다.
다빈이는 오늘 모의고사를 본다길래
"그럼 다섯시에 끝나겠네? 이따 데려다 줄께."
- 아마도...
- 헉, 네시 반에 끝난다.
재빨리 정정하는 다빈의 마음을 엄마는 알 것 같다.
"그래, 이따 만나자."
내일부터 며칠 못 볼 것이라 한 번 더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은 같았다.
순대국 2인분을 포장했다. 팔팔 끓여서 먹으면 맛나겠다.
다빈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
"엄마, 나 회사랑 잘 안 맞아..."
다 같은 자식인데도 큰 아이 세인이는 왜 이리 부담스러운 것인지.
매번 어쩌라고....어린 나이도 아닌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을 뻔 한 걸 간신히 참았다.
이래도 탈, 저래도 탈, 이렇게 말을 하면 또 다른 트집을 잡을까 싶어
그냥 아무 대답도 않기로 했다.
흔히들 있다는 아픈 자식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혹시나 세인이가 그런 예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부담없이 밝고 명랑하게 살기를....
2016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