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이 먼저냐 처가가 먼저냐, 이것이 문제로다
-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더 많이 아프기 마련이다
후배의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중매로 만난 남녀가 교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했다.
양가 부모끼리 잘 아는 사이라 믿음이 컸기에 별 어려움 없이 혼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부모 교육을 잘 받은 이들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리라 생각했다.
결혼 후 첫 번째로 맞은 명절이었다. 남편은 당연히 자기 부모님께 갔다가 나중에 처가를 들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내 생각은 달랐다. 처가를 먼저 갔다가 나중에 시댁을 가자는 것이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남편은 첫 명절이니 아내 말대로 처가에 먼저 들러 장인 장모께 인사를 드리고
처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 왔다.
그런 다음 다시 짐을 꾸려 부모님께 갈 채비를 했다.
이때 아내가 너무 피곤해서 가기 어렵다면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처가에 갔다 왔으니 이제 본가에 가야지.
얼마나 기다리시겠어.
갔다 와서 쉬자고.”
“아, 몰라. 피곤해 죽겠어.
꼭 처가 가면 시댁도 가야 해?
건너뛰면 안 돼?
다음에 가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결혼 후 첫 명절인데 지금 시댁엘 안 가겠단 얘기야?”
“안 가는 게 아니라 피곤해서 못 가겠다잖아?
가려면 당신 혼자 갔다 와!”
남편은 어이가 없었다.
가정교육은 차치하고 기본적인 예절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심각한 싸움을 벌였으나 아내는 끝내 시댁에 가지 않았다.
이 일로 남편의 본가가 발칵 뒤집혔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모였는데, 신혼부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부를 보러 온 집안 어른들이 별일 다 보겠다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남편 부모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며느리는 전화를 꺼놓았고, 아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남편은 혼자 부모님께 갈 수도 없고,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할 수도 없어 죽을 맛이었다.
그 뒤 이 부부는 냉랭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다 마침내 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나중에 이 일을 알게 된 남편의 부모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며느리 부모를 찾아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따진 것이다.
딸아이를 감싸며 변명하던 부모와 며느리를 잘못 가르친 사돈을 다그치던 부모는 멱살잡이까지 하며 대판 싸움을 벌였다.
사돈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넘지 못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결국 이 부부는 별거하다가 이혼에 합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