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는 이유
강승수 신부
지난봄부터 논농사를 시작했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성언농장’ 수녀님들이 빌려주신 논 열 마지기에서 약 3톤의 쌀을 거두었다. 수녀님들은 그 정도면 평년작은 된다고 한다.
헌데,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요’라는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알았다. 봄부터 들어간 써레질 삯, 이앙기 삯, 우렁이, 친환경 비료, 예초기 값, 콤바인 삯에다가 수녀원에 드릴 임대료까지 합해보니, 쌀을 팔아서 얻게 될 금액과 맞먹는 결과가 나왔다. 나의 올 한해 농사가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았다 하여 헛일이었던가? 이렇게 타산도 맞지 않고 힘만 들어가는 농사를 농민들은 왜 계속하는 것일까?
5월에 논에 물 대고 모내기하고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풀을 뜯어 먹으라고 넣은 우렁이와 더불어 올챙이를 비롯해 논물 속에 무수한 생명이 우글우글해지는 것을 보았다.
한편, 바로 옆 이웃 논은 관행농법(제초제, 살충제, 화학비료를 사용)으로 농사짓는 곳인데, 그 논의 물속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무수한 생명이 없었다. 논에 물을 대기 전부터 일단 논둑에다 제초제를 뿌려 논둑의 풀을 시커멓게 죽여놓은 다음 논농사가 시작되었다. 게다가 이앙기에서 모가 심겨짐과 동시에 제초제가 다시 한 번 더 뿌려진다. 그 결과 이웃 논 물속에는 펄펄 살아 있어야 할 생명이 없고 황량하게 모만 심겨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학살이다. 이것은 인간이 먹거리를 편하게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더 많은 수확을 올리기 위해 생태계에 저지르고 있는 학살이다. 지금 논과 밭에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뭇 생명을 향하여 전쟁에서나 일어날 ‘학살’이 노상 일어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러한 “생태학살은 평화에 반하는 범죄입니다”라고 하시며 회개를 촉구하셨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학살을 멈추고 생명 농사로 전환해야 한다.
나는 올해 적어도 내 논 열 마지기에 깃들어 사는 생명은 지켰다. 그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강승수 신부(대전교구 우리농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