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난장은 개인이 25년간 모은 수집품을 옛 건물 10채에 주제별로 전시한 체험형 테마 박물관이다. 20세기 후반 풍경이 담긴 소품 하나하나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수시로 발걸음을 멈춘다.
관람 동선은 70여 개 테마 존을 빠짐없이 돌아볼 수 있도록 물 흐르듯 이어진다. 매표소를 지나 처음 만나는 곳은 구멍가게다. 운동회 날 박을 터뜨릴 때 쓰던 오자미를 한눈에 알아봤다면, 노란색 롯데 껌 진열대를 보는 순간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로 시작하는 CM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면 7080 인증.
난로 위 양철 도시락, 수동 타자기, 교탁과 풍금이 정겨운 여자상업고등학교 교실
실내로 들어가면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공간이 나타난다. 실제 학교 건물에 재현한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와 여자상업고등학교 교실이다. 난로 위 양철 도시락, 수동 타자기, 신발장과 흰 실내화, 교탁과 풍금이 정겹다. 학급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 서너 배 많던 시절, 교실 끝까지 빼곡하던
가슴이 뭉클해진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부터 ‘둘도 많다’까지,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터지는 그 시절 표어도 눈길을 끈다.
신나는 음악과 조명이 있는 고고장에 들어서면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놀이 문화’를 주제로 한 테마 존은 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좋아한다. 비디오 대여점, 만화방, 전자오락실, 노래방까지 없는 게 없다. 비디오디스크플레이어와 노래방 기계가 실제로 작동하고, 만화책을 얼마든지 읽어도 좋으며, 전자오락도 질릴 때까지 할 수 있다. 물론 모두 무료다. 신나는 음악과 조명이 있는 고고장에 들어가 한바탕 신나게 흔들어도 좋다.
거리 하나를 통째로 옮긴 듯한 ‘읍내 상점’ 테마 존
전시는 미로처럼 이어진 건물을 따라 계속된다. 이제 끝인가? 하는 순간 다른 테마 존이 나온다.
약속다방, 군대 내무반, 기차역과 역전우동, 물레방앗간을 지나면 ‘읍내 상점’ 테마 존이다. 벽지
가게, 연탄 가게, 미싱상회, 이발관, 도장 파는 집, 악기사, 사진관이 좁은 골목에 빼곡하다. 거리
하나를 통째로 옮긴 듯하다. 막걸릿집 안주와 김치는 너무 실감 나서 슬쩍 집어 먹고 싶을 정도.
군산극장 옥상에 펼쳐진 시골 장터
마지막 코스는 ‘군산극장’이다. 활쏘기, 농구 게임, 탁구를 즐길 수 있는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옥상에 시골 장터가 펼쳐진다. 생선 가게, 푸줏간, 대장간, 구멍가게, 석유곤로에 부쳐 먹음직스러운 녹두빈대떡까지 ‘시골 장터가 딱 이랬지’ 싶은 모습이다.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포니 승용차
아래를 내려다보면 포니 자동차 한 대가 폼 나게 서 있고, 주변에 양장점과 그릇 가게, 국밥집, 양조장이 늘어섰다. 극장 1층 정면에는 추억의 영화 간판이 걸렸다. 시쳇말로 복고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이 모든 것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어 더 흥미롭다. 사진 찍을 곳도 많아 두 시간 이상 넉넉히 잡고 관람하는 것이 좋다.
호남 지역 서양식 근대 건축물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전동성당
전주난장은 전주한옥마을 제2유료공영주차장과 가깝다. 관람 후 전동성당, 경기전, 전주향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