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 좁은 골방에 늙은 會員 너댓명이 자릴 잡고 앉아 있다. 모두여든을 넘어 아흔의 밑자릴
깔고 사는 노참네들. 작은 圓卓에 초가을 야외 의자에 매달려 화툿장의 패를 넘기며 만지작 거리고 있는 그들은 그렇게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다. 척주와 관절에 異常이 있는 그들이기에 맨바닥에 오랜 시간을 앉아 버틸 수가 없다.
Photo by 山房 / Exco
AM 11:15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그들인지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쌓였을텐데 금방 들어오는 사람들을 붙들고 소위 < 고스톱 >이란 화투 놀이를 시작한다. 그중에 누가 말 한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 데 식사나 하고 하자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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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2:00
모두가 다 모였다. 놀이에 無心하거나 할 줄 모르면 그냥 앉아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볼 수 밖에 ..... 그들을 예외없이 화툿장이 옮겨 질 때마다 핏발 선 音聲이 오고 간다.
愛燃家 세분은 연신 담배에 불을 그어댄다. 조금 미안하면 그들은 문밖으로 나가 잠시 담배를 피워 물지만 나중엔 아예 방안에서 뿜어댄다. 속옷까지 베어 드는 담배 냄새는 참으로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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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2:30
집에서 부터 바꾸어 온 100원짜리 동전이 벌써 동이 난 친구의 탄식이 엄살같이 들린다. " 평소 Social Position(社會的 地位)도 괜찮으신 어른 들이 동전이 무어냐? 천원짜리 지폐로 격상하시지!" 그런 水準은 안 되는가 보다. 대답이 없다.
식당 주인의 점심 주문이 온다. 그러면 이야기는 다시 복잡해진다. 제마다 기호가 다르기에 주문도 各樣 各色이다.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메뉴는 여러차례 번복의 과정을 거쳐 겨우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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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0
코밑에 공사가 벌어 지면(식사)조금은 잠잠해 진다. "뭐, 팔십을 넘어 아흔의 밑자리 깔은 나이까지 살았는데 많이 살았제...." 重病을 앓고 있는 그가 그렇게 소줏잔을 기울이는 것 정말 괜찮을까?
"담배 그만 좀 피워!!!" 하면 답하기를 "안피우는 넘도 肺癌 걸리더라. 그칸다고 오래 살끼가." 짙은 慶尙道 사투리에 諦念인지? 傲氣인지? 구별이 안된다. 분별없는 傲氣가 .소 잡는다는 옛말도 있는데...
거짓말이다. 그렇게 傲氣를 부린 그들도 例外없이 식사가 끝나면 제마다 돌아앉아 약봉지를 헐어 입안으로 털어 넣는다.
오래 살고 싶은 所望의 봉지에는 알수 없는 무서움과 두려움이 베어나고 있다. 다만 그들은 지금껏 거짓으로 虛勢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 쌓이는 소줏병과 뒹구는 담배 꽁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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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30
자판기의 커피가 배달된다. 그 커피 잔 앞에서 그들의 病歷은 모두 들통이 난다. 먹느냐 마느냐 ? 胃炎은 기본이고, 당뇨, 척주손상, 신경 장애, 시신경 마비, 전립선염, 역류성 식도염, 고혈압, 통풍, 청각 장애, 골다공증. 아 ! 완전 종합 병원이다. 병리 백화점이다. 그렇게 그들은 오늘을 연장하고 또 내일을 향해 걷고 있는 거다.
덧붙이는 글
물론 이 글은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日常의 모임 이야기를 지극히 단순한 나의 主觀으로 이말 저말 옮겼다. 다른 모임이 다 이런 건 아니라는 걸 나자신도
잘 알고 있다.
우리 노참네들의 모임 문화가 어느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제대로 판단이 잘 서지 않지만 아무튼 모임 때마다 매번 받는 感情의 疎外感을 미루어 볼 떄 나의 對人 關係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취미가 다르면 모임도 달리해라 ! > 어느 선배님의 충고 말씀이 가슴에 깊이 와 닿는 것은 나를 合理化하는 부질없는 어거지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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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3:30
긴 얘기가 필요 없다. 밥상이 물러나기 바쁘게 그들은 예외 없이 또 그 긴 동전 싸움이 시작된다. 아귀다툼에 가까운 高聲이 오가면서 삶의 潤氣 에 기름을 치며 즐겁게 즐겁게(?) 老後를 보내고 있는 거다.
이쯤해서 나는 자리에서 슬그머니 빠져 나온다. 아무 말도 없이 소리없이 사라지는 거다. 아마도 그들은 저녁밥을 먹고 적어도 밤 10시경은 되어서야 자리를 파하기 때문이다.
그곳의 한 친구가 나에게 말하기를 " 이런 것도 하지않고, 아니 할 줄 모르고 지내는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하며 또 심심해서 어떻게 노후를 보내느냐? 좀 배우시게나"
안타깝다는 그의 표정에
"내 할 말을 사돈이 하시네." 하며 받아넘기면서 話頭를 던져 본다. 부질없는 농담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 그렇지 나도 내일 쯤 <화투, 아니 도박>을 전문적으로 강의하는 학원을 찾아 등록을 해야하겠다. 그들의 말씀따라 100원짜리 동전으로 삶의 윤기를 더 보태는 그런 徒勞(?)에 매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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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후
나와 全畵伯(전직 교육장)은 이 모임에서 스스로
물러나왔다.
60여년전 慶尙道에 처음 와서 내가 發起하고 만든
모임이었다. 이름하여<땀고개 문학동인회>
지금도 Naver, Daum 검색창에 얹으면 세세한 사연을
접할수 있다.
근 40여년 총무를 맡아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 왔던 모임!
남은 인들물은 모두 초등학교 관리직 요원들
그런 이후 나는 이곳에서 맺은 인연은 모두 정리하고 탈퇴했다.
그들은 나에게 10만원짜리 통상환 1장을 우편으로 보내왔다.
참으로 얄팍하고 아름다운(?) 석별의 전별금
지금껏 누구도 '그때 왜 그랬니?'하는 사연 담은말한마디
없는 비정한 늙은이.그런연후 오랜 세월이지난 지금껏
누구 하나 안부도 연락도 없다. 곰곰히 생각하니 내 人性에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杞憂라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