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시골의 실버타운
김천에 소재하는 실버타운을 방문하기 위해 고속도로로 갔다. 네비는 남 김천 IC에서 내리면 곧바로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길 안내가 확실하지 않아 갈수록 거리가 멀어졌다. 방향이 반대였다. 선산 IC에서 돌려 창원 방향으로 오니 남 김천 IC가 나타났다.
그곳에 들어서니, 주위 환경이 아름답게 보였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줄지어 건물이 있고 뒤에는 산으로 둘러싸고 있어 공기 좋고 자연과 어우러져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원장님은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접객실로 안내했다.
원장님은 그곳의 설립 취지와 전반적인 운영 실태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먼저 모두(冒頭) 발언에서 그곳은 누구나 필요한 곳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또 20여 년 전에 설립되어 당시에는 위치와 환경이 적합하였지만, 지금은 세상이 급변하게 변하는 정세에 따라 불편한 것이 많아 입주 조건이 썩 좋지는 않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점점 고령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어르신들이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어우러진 안락한 시설에서 편안한 노후생활을 바라고 있다. 그곳 실버타운은 1998년에 지었으니 오랜 세월에 버티어 지금에 이르렀으니 오늘의 화려한 실버타운에 비해서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실버타운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삶의 보금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곳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 제공, 건강 유지, 여가활동의 기회를 제공하여 노년의 풍요로운 삶과 내 집 같은 평안함으로 어르신을 모시고 있다고 했다. 같은 공간 내에 요양원이 있어 연계하여 요양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점이 있다. 부대시설로는 성당, 휴게실, 운동실, 서예실, 탁구장, 게이트볼장 등이 있다. 희망 어르신들께는 텃밭도 분양하고 있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지금의 노인들은 부모님을 부양하고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한세월 보냈다. 돌아서 보니 본인이 노인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자식에게 기댈 수만은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자식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로 실버타운이 마련되어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이 대중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설로 운영하므로 보증금이나 생활비가 큰 부담이다.
그곳에 거주하시는 한 입주민을 찾았다. 마침 그분은 외출 중이며 오후 늦게 오신다고 했다. 그분은 여성으로 여든 중반의 어르신이다. 아직도 허리가 꼿꼿하고 연세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그분은 나와 같이 한 학교에서 함께 했던 분이다. 그분과는 코로나가 오기 전에 만나 그곳의 삶에 대한 소소한 얘기를 들었으며, 그때 소개받아 오늘의 방문이 이루어졌다.
그분의 말씀은 십여 년 전에 시설에 들어왔는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들어왔다고 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어 이웃이 생기고 서로 소통할 상대가 생겨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르겠다고 했다. 옛 속담에 콩알 한 쪽도 나눈다는 말이 있듯이 그곳에는 어떤 것이든 이웃과 나눈다고 한다. 서로 경쟁이 없고 무엇이든 나누고 배려하니 마음이 천국이라며 건강도 덤으로 따라오는 것 같다고 하셨다.
지금은 경제가 발전하여 시설을 잘 갖춘 실버타운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편리한 노후의 삶을 위해 도심지에 들어서 기존 아파트와 같은 시설을 하고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부담금이 커서 서민이 입주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곳 실버타운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삶의 보금자리이다.
나는 평소에 노후에 어떤 곳을 택해 여생을 보낼까 싶었다. 그곳에 방문하여 원장님 말씀도 듣고 이곳저곳 둘러보니 경제적인 측면에서 저렴하고 시골이라 공기 좋고 자연과 함께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라 여겨졌다. 원장님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에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