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 초입 울산대교 진입로 신호등 사거리에 고래문화특구를 알리는 입간판이 걸려있다. 거기서 조금 더 지나 삼양사 앞 울산대교 아랫길로
들어가면 고래문화재단 건물이 보인다. 그 바로 옆에는 회 센터 조립식 건물들이 즐비하게 도열해 있다. 그 지역은 탁 트인 전망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할 정도다.
울산대교 전망대가 손닿을 거리에 있는 듯 가깝게 보이는 그곳에 필자가 지인들과 한 번씩 오가는 단골횟집이 있다. 50여 년 세월을
이어오는 가게들인 만큼 저마다 사연 없는 곳은 한 곳도 없을 터이다. 지난번 우연히 단골집 주인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수달이야기였다.
필자는 아직까지 한 번도 수달을 직접 보지 못했고, 거저 1급수에 서식하는 까다로운 녀석 정도로만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태화강이 맑아지자 더러 카메라에 포착된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 이 곳 횟집에서 ‘수달뉴스’를 들을 줄은 몰랐다.
이야기인즉 2년 전부터 밤새 수족관에 넣어 둔 물고기가 없어져 상인들이 누구의 소행인지 밝히려고 애를 썼지만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급기야
물고기가 없어지는 가게가 늘어나자 대책회의를 열고 서둘러 CCTV를 달기로 했다는 것이다.
감시카메라를 달고 난 다음 날 상인들이 모니터를 확인해봤더니 그 범인이 다름 아닌 수달이었다. 그동안 ‘고양이가 훔쳐간다’,
‘도둑의 소행이다’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수달이 범인일 줄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상인들은 그제야 서로 오해하고 의심했던 마음을 거두어들였다고
한다. 이후 회센 터 상인들은 수달이 들어오는 길목마다 틈새를 막아 출입을 원천 차단했고, 각 가게마다 그물망을 촘촘히 쳐두어 방비했더니 그
후부터 수달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궁금해서 어떻게 이곳에 수달이 살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마 태화강에 살던
놈들이 해류를 타고 이곳까지 흘러들어 먹을 것이 없자 이곳에서 물고기를 훔쳐 먹었던 게 아닐까”라고 했다. 그럴 개연성이 매우 높았다.
바닷가를 끼고 농촌을 형성했던 울산이 1960년대를 전후해 산업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어린 시절 보았던
반딧불과 잠자리, 달팽이, 지렁이, 메뚜기 등이 자취를 감췄다. 명촌 다리 밑이나 장생포만 하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가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금새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만큼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그나마 태화강의 생태복원과 연어치어방류 등 갖은 노력 끝에 예전 모습을
회복해가는 중이어서 다행이다. 태화강 하구의 재첩도 다시 채취하게 됐으니 친환경적인 노력이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의 변화는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져 생명체들이 생존의 위기를 겪고 결국 멸종하게 된다. 장생포만 하더라도 포경산업의
본거지였는데 남획(濫獲) 방지를 위해 포경이 금지되지 않았는가. 개발과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로인해 우리 주변의 친환경적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그 결과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생태계 파괴로 사라진 생명체들은 한 때 우리에게 자연의 가치를 일깨워 줬다. 그런데 요즘 생명체들이
눈빛을 서로 주고받으며 공생·공존한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이자 철학이란 사실을 점점 잊어가고 있다.
기사입력: 2017/03/16 [16:50]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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