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첫 번째 정식
뭔가 모종이 어설프긴 했지만
괜찮겠지 하고 심었었는데
5월 10일
역시 안 되겠다.
육묘장 하고 의논하니
잘못 키워준 걸 인정하고
모종을 다시 준다고 하나
6월 말이나 된다고 하고
게다다 실생이 아닌 접목을 준다고 하니
노지엔 접목이 적합하지도 안거니와 맛도 없고
일단 한 달여를 기다리기 지루할 거 같아
그냥 씨로 심기로 남편이랑 합의
결론은 한 달 기다리느라 지루하긴 마찬가지였음
5월 16일 씨로 파종
5월 23일 뾰족하게 나왔다.
6월 14일
씨로 다시 심고
한 달 여를 정말 지루하고 무료하게 지냈는데
이제 그래도 손질이라도 할 일이 생겨 덜 무료하다.
남들은 따는데 이러고 있으니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덕분에 기다리는 인내심도 길러 보는 거지
모종으로 심은 거보다 씨로 심어 나온 게
더 실하고 잘 자라 좀 늦었지만 내심 흐뭇해했는데
그 흐뭇한 마음이 얼마 안 가 낙담으로 변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6월 24일
모종을 정식으로 심고 이 정도 키면
오이꽃이 노랗게 피어야 하는데
꽃은 없고 키만 자꾸 자란다.
오이농사 몇십 년에 씨로 직파 한건 처음이라
씨로 심으면 오이가 덜 달린다는 걸 미처 몰랐다.
그동안 농사 헛 깽깽이로 지었다고 남편하고 둘이 웃었다.
6월 25일
꽃이 피기 시작하지만
오이꽃보다 헛꽃이 더 많다.
6월 30일
아래 병 걸려 누렇게 변한 잎 따주고
오이가 이렇게 마디마디 달리는 게 정상인데
이런 포기보다
오이가 달려야 할 마디에
이렇게 헛꽃만 피는 게 태반이다.
7월 2일
어설픈 첫 수확
처음 따고 삼사일 지나면
트럭으로 하나 가득 따 싣고 다녀야 하는데
늘 빈 트럭이다.
달린 게 없으니까~
이렇게 따는 게 정상인데
올해는 정상보다 3분의 1 정도 양을 딴다.
문제는 저렇게 매일 딸때도 별로 힘들다는 생각 없이 다 해치웠는데
올해는 적은 양을 따는데도 허리가 아프고 힘들어서
꼭 해야 하는 일 외에 다른건 아무것도 못한다.
아침에 가서 따다 담아 보내고
약을 치거나 잎을따거나 다른 일 하다가
점심 먹고 저녁 오이 따러 갈 때까지 서너 시간을
그냥 숨만 쉬고 꼼짝도 안 하고 누워있다.
그리고 또 저녁 오이 따 가지고 와서 담아놓고
저녁 먹고 또 시체놀이~
젊어서 엄마나 어머님이 밥만 드시면 몇시간씩 누워 계시는걸 보고
어떻게 저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을수가 있지 ? 했는데
그만하니 내가 그 나이가 돼 버렸다.
그전엔 이렇게 했는데 저렇게 했는데 머리속으론 그대론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늙는다는건 서글픈 이야기....
첫댓글
올해 농사짓는 분들의 고충이 많이 있는것 같드리고요.
고추농사짓는 분들도 붉지않는 고추씨를 주어서 파란 고추만 따고있다고 하고
모종이 문제가 많은 해인가 봅니다.
지난해보다 일은 덜 힘들어서 좋은것도 있지만
소득이 없으면 짜증이 곱배로나서 더 힘들게 느껴지는게 농사인데
그러려니 하고 받아 들이수밖에..
나이탓 하지마시고 늙음에 건강이나 잘 챙기시기를..
고져 두 내외분이 웃음이나 잊지마시기를 바라면서
비내리는 아침 인사 드림니다..
농사를 몇십년째 짓고 있지만
오이가 이렇게 안 달리는건 정말 처음봐요.
죽어도 달려서 말라 죽지 안 달리지는 않거든요.
자꾸 배우며 사네요.
올해 허리가 아파서 차라리 잘 됐어요.
종전처럼 쏟아지면 아마도 죽었을지도 몰라요.^^
모종하곤 그렇게나 차이가 나는구먼..
요즘 맬맬 비가와 더욱 힘들겠네.
올핸 좀 몸 마음을 힘들게 할래나봐.
내년에 또 할테니 너무 힘들어하지말고 씩씩해지렴..
보란듯이말야..
글고 늙는거 인정하며 살자.
내가 며칠전에 걸어오다 옴팡지게 넘어져 오른쪽 팔뒤꿈치 양쪽 무릎팍 다 까졌다고 했자나..
아픈것도 그렇치만 맥없이 넘어진게 너무 한심하고 서글퍼서 양산속에서 울면서 왔단다.
지금도 팔뒤꿈치는 가끔 따갑고 가렵긴 하지만 앞으로 더 땅바닥을 보게 되드라 ㅋ
우리 모두 고져 조심 또 조심하자..
그러게 말이야
오이농사 몇십년에 또 한가지 배운다.
덕분에 몸은 좀 쉬어 가겠는데
가끔씩 울컥 하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네.
넘어진 이야기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대낮에 그렇게 넘어졌다면 정말 속상하고 힘들었겠다.
나도 요즘 부쩍 저지레를 치는게 늘어나니
그것도 늙느라 그런가보다 인정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
많이 다치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아보자
젊어서 엄마나 어머님이 밥만 드시면 몇시간씩 누워 계시는걸 보고
어떻게 저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을수가 있지 ? 했는데
ㅋㅋ,,
공감 가는 글에 머물다 갑니다.
지니 누님!
늘 건강 하세요....
정말 낮에 안 누웠었거든요.
사람이 어떻게 벌건 대낮에 몇시간씩 누워 있나 정말 이상했었어요.
올해는 시작부터 오이농사가 일이 단단히 꼬였네요 ,,
그래려니 하고 지내야 속이 편하죠 억지로 안되는게 세상살이 인가 봅니다.
힘내세요 ^^
그럼요.
농사짓다보면 잘 되는 해도 있고 덜 되는 해도 있고 그런거죠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