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 중식 테이크아웃 전문점 '판다익스프레스', 시카고 명물 '가렛팝콘' 한국 진출 초읽기
맛집 사진 SNS에 공유하는 문화, 외식산업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 확장 막힌 덕분
“1층에 팝콘 매장을 내고 싶으시다고요? 팝콘은 영화관에서 파셔야죠.”
면바지에 허름한 셔츠를 입은 갈색머리의 외국인이 가방에서 깡통 두 개를 꺼냈다. 책상 위에 놓인 깡통 뚜껑을 따자 달콤한 캬라멜향과 고소한 버터 향이 삽시간에 퍼졌다. 외국인의 제안에 코웃음을 쳤던 식음료·유통기획(MD) 담당 직원들은 캔 속의 팝콘을 집으려고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외국인은 계약 조건을 설명했다. “지상 1층 여성 의류 매장 바로 옆 자리를 주세요.” 캔 속의 팝콘을 모두 비운 담당자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에 사인했다. 미국 시카고 명물인 ‘가렛팝콘(garrette popcorn)’이 오는 2016년 개장하는 제2롯데월드 롯데월드몰에 입점 계약을 맺게 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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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렛팝콘 매장 전경/가렛팝콘 홈페이지
맥도날드 햄버거, 캔터키후라이드치킨(KFC), 버거킹 등 1세대 미국 패스트푸드를 뛰어넘는 2세대 미국 ‘맛집(F&B·Food & Beverage)브랜드’들이 밀려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분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스쿨푸드는 미국식 중화요리 패스트푸드 체인인 판다익스프레스(panda express)를 들여올 계획이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중국
음식을 포장해 갖고 가도록 하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현재 미 38개 주와 푸에르토리코에 전체 1264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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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다익스프레스의 대표적은 메뉴인 오렌지치킨/판다익스프레스 홈페이지
미국 시카고의 명물인 ‘가렛팝콘(garrett’s popcorn)’은 신세계백화점의 벤더 파트너인 수라원과 손잡고 우리나라에 진출한다. 가렛팝콘 첫 매장은 오는 2016년 개장을 앞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입점할 계획이다. 가렛팝콘은 북미지역을 비롯해 영국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등 세계 10여개국에 진출한 브랜드다.
미국의 웰빙 햄버거업체인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홍보 목적으로 매장을 잠시 여는 것)를 매년 열어 시장 진출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중화요리 레스토랑인 PF챙(PF Chang)도 우리나라에 매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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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텍사스주 앨런시에 있는‘인앤아웃 버거’지점에서 종업원들이 햄버거 세트를 준비하고 있다.‘ 인앤아웃 버거’는 단 4종류의 제품군으로 구성된 단출한 메뉴로 업계 평균보다 최대 2배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Corbis 토픽이미지
미국 치즈케이크 전문점인 ‘치즈케익팩토리 베이커리’는 지난해 11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식품관인 고메이494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후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에 정식입점했다. 멕시코식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타코벨’(TACO BELL)은 지난 2010년 한국 시장에 재진출한 후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싱가포르의 외식 업체의 국내 진출도 크게 늘었다. 올해 2월 서울에 1호점을 낸 싱가포르의 차(tea) 브랜드인 TWG에 이어 싱가포르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어돌스(udders)의 우리나라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싱가포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자국 식당들이 한국에 진출하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싱가포르투자청(GIC)을 통해 해외 진출을 원하는 자국의 유명 음식점 사장에게 한국인 파트너를 소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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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아이스크림 브랜드 어돌스(udders)의 대표 메뉴인 위스키 아이스크림/어돌스 홈페이지
업계 관계자는 “딘타이펑, 브래드톡 등 2010년 진출한 싱가포르 식음료 체인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고, 뒤이어 개점한 크리스탈제이드 등 홍콩식 식당이 한국 지점 매출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외식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로 ‘외식산업의 팽창’을 꼽는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외식산업 자체가 커졌고,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기존의 패스트푸드에 식상해 있다는 것이다. 해외 브랜드가 아닌 독특한 컨셉의 ‘맛집’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외식업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대기업의 외식브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현재 대기업 및 중견기업 계열 음식점은 수도권·광역시의 경우 기차역·지하철역·고속버스터미널 등 교통시설 주변 반경 100m 이내, 비수도권의 경우 반경 200m 이내에서만 새 매장을 낼 수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박현아 이사는 “최근 유통업계에서 해외 외식(F&B) 브랜드 영입 경쟁이 뜨겁다”면서 “해외 여행이나 유학, 미국 드라마 등을 통해 해외 브랜드에 친숙한 젊은 직장인이 주요 타켓”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소비자들 사이에는 새로운 음식점에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과시하는 풍토가 생겼다”면서 “국내 외식산업 환경의 변화와 맛집을 찾는 소비자 행태가 결합하면서 해외 브랜드가 진출하기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