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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작은 왕비와 함께 정원을 돌아다녔는데, 왕비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까치가 멱을 감는 연못을 바라보자 라이작이 이상하게 생각해서 물어보았다.
"왕비님? 어디 편찮으세요?"
"아니, 네 덕분에 건강하단다. 갑자기 왜 그러니?"
"그게요, 왕비님이 허공을 멍하니 보고 계시는 게, 뭔가 걱정하시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
왕비는 그녀-천녀-의 질문을 듣고 어찌해야 하나 싶었지만, 자신과 가족들을 건강하게 해준 것도 있고, 천녀님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가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설탕이 다 떨어졌단다"
"설탕이요? 제가 궁에 들어올 때 바쳤던 게 다 떨어졌나요?"
그녀의 말에 왕비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라이작이 설탕을 한 가마를 바치고 나서 왕비는 설탕을 아끼고 아끼면서 먹었는데, 궁에 진상되기 시작한 호박이라는 걸 구운 다음 설탕에 찍어 먹어보니 참으로 맛있었던지라, 설탕 바른 호박을 가족이나 궁인들하고 여러번 나눠 먹다 보니 어느 새 그 많던 설탕을 다 먹어 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설탕이 다 떨어졌으니, 그게 참 아쉽구나 싶어서 한숨이 나왔단다"
"그럼 제가 남쪽 바다 가서 다시 얻어 올게요! "
"에헤이, 내가 설탕 맛 다시 즐기자고 너를 남쪽으로 보내 수고하게 만들 수 없지 않겠느냐"
왕비는 라이작이 여러가지 지식을 아려준다고 경연을 열었을 때 왕비도 참여한 적이 있었다. 중국보다 남쪽에 있는 바다의 섬에 라이작이 설탕을 만들어내는 식물을 심어 키웠다고 했는데, 그 섬이 있는 바다가 조선을 덮치는 태풍이 만들어지는 바다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 위험한 곳에 네가 갔다오게 만들고 싶지 않구나"
"저는 괜찮은데. 아! 좋은 생각이 났어요!"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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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파리(玻璃. 유리)를 만들어 그걸로 집을 지었다 그 말이냐?"
"네. 온실이라는 건데, 이걸 통해 사탕수수나 남쪽 더운 지방의 과일들도 만들 수 있습니다. 왕비님을 위해 만들었어요!"
왕은 라이작이 만든 건물을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작의 재주가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유리를 만들 수 있는 건 둘째 치고, 그 유리로 집을 만들어 처음 보는 농작물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건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온실의 3면은 벽돌로 만든 벽으로 경사지게 둘러쌓여 있었는데, 한쪽 면은 경사진 유리지붕을 철제 골조가 지지해 주고 있었다. 라이작이 말하기를 벽돌벽 안에는 압축시킨 짚단과 왕겨를 섞어 채웠고, 온실 안의 지하를 깊이 파내어 그 안에 작물을 길렀다고 했다.
"호오, 이것은 참으로..."
왕은 온실의 유리벽을 살펴보고, 그것을 손등으로 가볍게 두드려 보았다. 겉은 안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벽을 세울 정도로 단단했다. 온실 안쪽에는 설탕을 만드는 사탕수수라는 식물과 처음 보는 열매가 달려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전부 다 라이작이 한 것 같았다.
"하나 드셔보세요. 토마토라는 거랍니다"
왕은 라이작이 건네준, 단단하고 빨간 과일을 보았다. 그리고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먹어보니, 풀내음과 함께 새콤하면서 살짝 단 맛이 느껴졌다. 처음 느끼는 맛이었다. 왕은 처음 느끼는 맛이 마음에 들어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왕이 먹은 토마토를 포함해서 라이작이 기른 작물들은 까치가 미래의 종자를 가져와서 기른 것이기 때문이었다.
"입에 맞으신가요?"
"으음, 껍질이 질기긴 하다만 속은 맛있구나"
"그렇죠? 까치가 그러는데, 끓는 물에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여기에 양파와 마늘을 추가해 몽땅 갈아서 끓이면 맛있는 양념으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양파? 양파는 또 무엇이냐?"
"아, 그것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자, 온실로 들어오세요!"
라이작이 그러면서 온실의 이중문을 열자, 토마토를 다시 베어먹은 왕은 온실과 토마토를 번갈아 쳐다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온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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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천녀님께서 만든 온실을 보았겠지?"
그리고 그날 밤, 왕과 대신들은 불이 다 꺼진 방에서 등불 하나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된 화제는 라이작이 만든 온실과 그걸 만든 라이작의 재능이었다.
"네,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파리로 된 벽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안에서 처음 보는 과일과 채소들은 참으로 진기한 맛과 용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양파라는 거, 천녀님께서 기름에 튀겨주셨는데 참 맛있었습니다!"
"안주로 딱 좋겠습니다 그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지금 중요한 건 천녀님의 능력 이야기 아닙니까?"
그러면서 다들 천녀님이 해주셨던 요리 이야기를 하자, 성삼문이 이야기의 화제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떠들석대던 이들도 조용해졌고, 성삼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천녀님께서 만드신 온실을 조선 팔도에 만들어 보급하여 작물들을 더 많이 만드는 게 어떻가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녀님에게 우리가 파리를 만드는 방법부터, 종자를 심고 기르는 법, 그리고 그 종자를 개량하는 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올해 크게 풍년이 든 덕에 일이 많아서 큰일입니다"
"풍년이 일어난 게 천녀님 덕분이긴 하지만 그 덕에 겸직이 늘어나니 죽을 맛입니다"
그러면서 대신들이 앓는 소리를 내자, 가만히 듣고 있던 수양대군이 손을 들었다.
"꼭 우리가 다 배워야 합니까? 다른 이들 시켜서 배우게 하고 그들이 연구를 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럼, 따로 기술자들을 모아 천녀님이 가르치게 하자는 것입니까?"
"바로 그겁니다! 여기, 천녀님 따라 온실 지으러 조선 팔도 돌아다닐 사람 있습니까?"
그러자 모두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특히 한 번 고생해본 정인지가 더욱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따로 땅 한 곳을 정해서 거기에 6조 거리같은, 천녀님에게 기술을 배우고 연구하는 곳을 만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농사 말고 의술이나 건축기술 같은 것들도 개발하는 겁니다"
그러자 대신들은 한양 지도를 구해와서 펼치더니, 어디에 장소를 정할까, 누구를 데려와서 관리를 하게 할까 하며, 자기 대신 천녀님과 일할 사람들을 키우고 싶은 생각에 열심히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목멱산(남산) 아래에 장소를 잡아 산업단지를 짓기로 하고, 이로운 기술을(利) 크게 키운다 하여(太) 이태원(利太院)이라 하고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으니,
실로 조선의 큰 복이라 할 수 있었으니, 지켜보던 왕은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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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 남쪽에 자리잡은 이태원에는 제일 먼저 궁궐도감이 설치되어 건축 전반을 맡기 시작했다.
궁궐도감은 도제조와 부책임자인 제조, 그 외에 도청, 낭청, 감역관 등과 공사 작업을 수행하는 장인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라이작은 궁궐도감을 도우면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곤경에 빠져 있었다.
"실례합니다, 제조 나으리"
"그래, 불렀느냐 라이작?"
여러 길이의 자를 둘러보던 라이작이 황희를 부르자, 황희는 왕이 하사한(정확히는 라이작에게 선물받은) 약수 덕분에 젊어진 몸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며 그녀 앞에 섰다. 그러자 라이작은 책상에 놓여진 여러 길이의 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축성을 위해 재는 건 여기 있는 자들 중 어떤 자인가요?"
"허허, 그걸 물어보려고 부른 거였구나. 그 자는 포백척을 재는 자란다. 옷감의 길이를 알기 위해 필요한 자이지"
"그럼 이거는요?"
"그래, 그건 축성이나 건물 지름을 잴 때 사용하는 주척이란다"
"그럼 제가 들고 있던 이거는요?"
"아, 그건 영조척이란다"
"이걸 다 외워야 하는 건가요? 지금 제가 들어도 헷갈리는데요?"
그럴 만 했다. 용도에 따라 자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옷감의 길이를 재는 포백척은 약 44.66 센티미터고, 주척은 약 20.6 센티미터였다. 그리고 영조척은 30.8 센티미터였는데, 라이작이 보기에는 다 외우기 어려운 이름과 길이였다.
"그냥 다 하나로 통합하면 안 될까요?"
"네? 하나로 통합한다고? 그럼, 기준은 무엇으로 잡으려고?"
라이작의 말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황희는 내심 그녀가 무슨 말을 할까 기대했다. 천녀님이 아는 게 많으니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할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잡는 겁니다!"
"빛의 속도요?"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건 황희 입장에서도 뜻밖의 말이었다.
"네. 빛이 1초에 299,792,458 거리를 가니까, 거기에 나누기 1을 해서 1/299,792,458 거리를 환산한 것을 새로운 1척으로 삼고, 그 1척의 1/100을 기준으로 반척을 삼는 게 어떨까 생각됩니다"
"에, 그것이, 무슨..."
천녀님의 입에서 듣도 보도 못한 말이 나오자 황희는 입이 버벅거리기 시작했고, 라이작의 어깨에 앉은 까치는 그런 황희의 얼굴을 보는 걸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 멀리서 우당탕탕하면서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과연! 자네는 천문과 산학에도 능한 것인가?"
"아, 네! 배운 게 있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라이작이라고 하옵니다"
"아, 나는 이천이라고 불러주게. 북방에서 일을 하면서 자네 소식을 들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구려! 듣던 대로 아는 게 아주 많아!"
그러면서 이천이 고개를 숙이자 라이작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고, 까치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 이가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한편 황희는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걸 이천이 알아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황희는 이럴 때 장영실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자네의 지식을 이용해 새로운 척도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중국에서 일어난 그 일 이후로 줄곧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요? 그러면 축성을 하는 것도 분명 수월해질 것 같아요!"
라이작은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통일된 척도를 만들고 싶다는 이천의 생각은 마음에 들었다. 자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니 세금을 매기거나 옷감을 거래할 때 문제가 많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저도 둘을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대감?"
"와! 감사합니다!"
한편, 황희는 저 둘의 대화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수를 쓰기로 했다. 황희가 라이작 뒤쪽의 인파를 향해 손짓을 하자, 그녀를 미행하던 호위무사들이 그의 앞에 달려왔다.
"장영실을 천녀님에게 대령하도록 하라"
그러자 호위무사들은 쏜살같이 달려갔고, 황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라이작에게 말했다.
"참새야? 마침 내가 산학과 천문을 아는 이를 알아서 모셔오라고 했단다. 필히 도움이 될 터이니 나는 궁궐도감의 일을 맡으러 가보마"
"네,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대감! 저기, 참새라고 불러도 되나? 참새야, 혹시 궁에 있는 혼천의를 봤느냐?"
"네. 정말 잘 만드셨더라고요. 그리고 아까 이야기하신 척도 이야기 말인데요..."
황희는 라이작과 이천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자, 그들 틈에서 빠져나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조심스레 물러나기 시작했다. 장영실을 산 채로 잡아오라고 했으니 그는 저 둘 사이에 끼어들어 비명을 지를 지도 모르지만,
'내가 지금 하는 일도 많아서 바쁜데, 일을 더 늘릴 수는 없지'
이럴 때는 다른 이에게 떠넘기자고 생각한 황희였다.
'그럼 이만, 황희는 시원하게 물러나도록 하지'
얼마 안 가서 상황 파악을 못 하는 장영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황희는 제 알 바 아니란듯이 우아하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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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써보네요.
중국은 마법소녀의 선의(지름 200미터 금덩이)를 받아 ☆모양으로 망했으니 중국에게 받은 도량형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다음 내용은 지나친 풍년으로 인해 수확할 인력이 부족하니까 도적들을 사면해주고 농사에 동원하거나, 남는 잉여 농산물을 외부 세력에게 나눠주면서 교역을 하는 전개는 어떨까 생각됩니다.
여진족에게 식량을 푸짐하게 나눠주고 가축이나 말을 교환한다거나, 왜인들에게 식량을 나눠줘서 기근을 돕고 왜구 피해를 줄인다던가 식으로 말이죠. 세종 시기에 일본에 기근이 들었다는 말을 들어서요.
그런 식으로 잉여 농산물이 많아지면 조선에서 좀 더 빠른 화폐 경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다음 내용은 새로운 농법을 보급하기 위해 인쇄술과 제지업을 성장시켜서 만화를 조선에 보급해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라이작이 까치의 말을 듣고 동화나 소설을 퍼트린다던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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