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매일 시험을 치며 살아가는 직업이다. 출제자는 환자다. 하루에도 수십 번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 중에는 기출 문제로 좀 쉬운 것도 있지만, 까다로운 것들도 있다. 이 문제 출제자는 중년 남성 환자다.
환자: “원장님, 보름 전 쯤 축구하다 넘어진 뒤부터 고관절 쪽이 아프고 걸을 때는 더 아파요.”
의사: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하셨어요?”
환자: “한 일주일쯤 됐나···”
의사: “누워서 다리를 들 수 있으신가요?”
환자: “들 수는 있는데 좀 아파요.”
이쯤 되면 이 문제는 꽤나 까다로운 편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진료실 침대에 눕게 한 뒤에 다리를 들어보게 하는 등 정답을 찾으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써본다. 문제가 어려울 때 제3자의 도움을 받을 기회, 즉 ‘찬스’도 쓸 수 있다. 첫번째 찬스는 X선 검사다. 문진(問診), 시진(視診), 촉진(觸診) 등을 하고, X선 촬영 등을 해보면 대개 답이 보인다.
그런데 문진 상으로는 고관절 이상으로 판단됐는데, X선 사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당혹스럽다. 환자는 분명히 아프다는데 검사 상 이상이 없으면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인 상황이 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통증’을 호소한다. 엉덩이 부위 통증도 흔한 편인데, 진료 경험이 제법 있는 척추관절 의사들도 그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엉덩이 부위 통증은 고관절 이상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척추 등 다른 곳의 이상 때문일 수도 있다. 통증을 일으키는 수십~수백 가지 원인 중에서 정확하게 한두 개를 딱 잡아내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첫 찬스에서 정답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못 찾으면 의사들은 초조해질 수 있다. 이 때 간혹 환자들의 표정에서 미묘한 것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잘 고친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원장이 실력이 없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의사가 아픈 원인도 못찾냐’고 대놓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사실 신참 의사 때는 이런 상황을 자주 겪는다. 의대 6년에 인턴 레지던트까지 십수년 간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고 자부하는데도 막상 개원해서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진단부터 벽에 막힐 때가 적지 않다. 증상은 분명히 있는데 원인을 모르니 환자는 아프고, 의사는 답답하다.
환자: “원장님, 보름 전 쯤 축구하다 넘어진 뒤부터 고관절 쪽이 아프고 걸을 때는 더 아파요.”
의사: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하셨어요?”
환자: “한 일주일쯤 됐나···”
의사: “누워서 다리를 들 수 있으신가요?”
환자: “들 수는 있는데 좀 아파요.”
이쯤 되면 이 문제는 꽤나 까다로운 편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진료실 침대에 눕게 한 뒤에 다리를 들어보게 하는 등 정답을 찾으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써본다. 문제가 어려울 때 제3자의 도움을 받을 기회, 즉 ‘찬스’도 쓸 수 있다. 첫번째 찬스는 X선 검사다. 문진(問診), 시진(視診), 촉진(觸診) 등을 하고, X선 촬영 등을 해보면 대개 답이 보인다.
그런데 문진 상으로는 고관절 이상으로 판단됐는데, X선 사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당혹스럽다. 환자는 분명히 아프다는데 검사 상 이상이 없으면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인 상황이 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통증’을 호소한다. 엉덩이 부위 통증도 흔한 편인데, 진료 경험이 제법 있는 척추관절 의사들도 그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엉덩이 부위 통증은 고관절 이상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척추 등 다른 곳의 이상 때문일 수도 있다. 통증을 일으키는 수십~수백 가지 원인 중에서 정확하게 한두 개를 딱 잡아내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첫 찬스에서 정답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못 찾으면 의사들은 초조해질 수 있다. 이 때 간혹 환자들의 표정에서 미묘한 것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잘 고친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원장이 실력이 없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의사가 아픈 원인도 못찾냐’고 대놓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사실 신참 의사 때는 이런 상황을 자주 겪는다. 의대 6년에 인턴 레지던트까지 십수년 간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고 자부하는데도 막상 개원해서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진단부터 벽에 막힐 때가 적지 않다. 증상은 분명히 있는데 원인을 모르니 환자는 아프고, 의사는 답답하다.
사람의 몸은 기계와 달라서 의학교과서에 나온 대로 똑같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증상은 비슷해도 그 원인은 천차만별이라고 봐야 한다. 신(神)이 생명을 창조할 때 엄청나게 어려운 설계도면을 사용했기 때문에 의학이 발달해도 그 비밀을 다 풀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2개의 전문의를 딴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작용했다.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전문의가 질환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를 때가 제법 있다.
예를 들어 엉덩이 통증 환자를 보자. 일반적으로 정형외과 의사들은 문진 외에 X선, CT 등의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그런데 영상의학 검사에서 원인이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다른 방법을 쓴다. 대표적인 것이 ‘근전도 검사’다. 이 검사를 하면 CT, MRI 등 영상의학 검사로는 나타나지 않았던 근육, 신경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통증의 원인이 뼈나 관절이 아닌 신경이나 근육의 이상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근전도 검사는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주로 한다.
CT든 MRI든 근전도 검사든 병의 원인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들일 뿐, 최종 진단의 주체는 의사다. 매일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수십 번의 시험을 치는 셈이다. 진단은 의사의 기본 중 기본이다. 이것이 돼야 그 이후의 치료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영상의학이나 진단검사 등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말이나 표정에서 정보를 잘 잡아내는 능력도 필수다. 이런 것은 의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다.
유능한 의사가 되는 길은 멀고 험하다. 의학지식 뿐 아니라, 인생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수도 해봐야 하고,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한다. 질병은 물론 사람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좋은 의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