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루리웹 (http://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30566808)
이건 괴담은 아닌듯 해서 잘못된 경로라면 이동할게요..
제가 다섯살 때 쯤의 이야기에요.
그때의 기억은 엄마 말대로 우리집 뒷 마당에 누렇고 털이 부실거리는 큰 똥개 한마리가 매어져 있었고
정확하게 집 구조도 기억이 나는데 그 개가 어떻게 된건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누가 그때의 기억만 지워버린 것 처럼.
우리집은 아이스크림 대리점을 했어요
집이 못 살아서 였는지 그 가게에 딸린 안채에서 생활했어요.
구조가 좀 특이했는데 가게 앞은 큰 대로변이였고 안채에 뒷쪽으로 나무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을 열면 재래식 주방겸 연탄 떼는 곳이 있었고 주방문을 또 열면 가정집 안마당이 있었어요.
2층 주인집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는 곳에 개집이 있었고
그 집 맞은편이자 우리집 주방문 옆쪽으로는 또 가정집이 두 채 있었고요.
그 집들은 슈퍼와 기억나지 않은 가게 하나 우리집 처럼 안채로 이어진 집들이였는데
그곳에 있는 언니들이랑 어울려놀던 기억이 나요.
엄마 말로는 그맘 때의 전 말도 잘 하고 사고도 많이 치는 아이였는데 그 개를 엄청 예뻐했었데요.
큰개인데도 무서워 하지도 않고 등위에 올라가서 타고 다니고
그 개가 자주 똥을 먹었는데 그 똥을 못 먹게 제가 맨손으로;; 치워버리고 그랬다더라구요.
그 개는 제 기억으론 우리집 개인줄 알았는데 주인집 개였대요.
그 시절의 견생들이 거의 그랬듯이 산책 한번 못하고 짧은 쇠줄에 매여져 짬밥만 먹고 크던 아이였는데
그마저도 주인집이 잘 안줘서 비쩍 말라있었데요
엄마가 그집에 이사가서는 자주 밥을 챙겨줬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한텐 곁도 안주는 개가
저한테는 해꼬지도 안하고 잘 놀아줬다더라구요.
저는 뭘 먹어도 저 한 입 누렁이 한 입 이러면서 나눠먹었고 그게 종종 엄마를 식겁하게 했던 일들이라고 해요.
그러던 중 엄마가 옆집에 있는 아저씨와 얘기를 하는데
그 아저씨는 철학관? 인지 무당인지 뭐 그랬다는데 기억나지 않는 가게가 아마 그 아저씨 안채였던 거 같아요.
그 아저씨가 엄마를 보고 개를 한번 보더니
"하찮은 미물도 은혜를 알고 보은을 하겠구나"
뭐 그렇게 이야기 했다네요.
엄마는 뭔소린가 싶어 물어봤는데 그 아저씨는
" 애 혼자 두지 마소"
이 한마디 하곤 담배 한대 피고 집으로 들어갔대요.
그 후로 얼마가 지났는데. 엄마는 구루마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서 콘에다 퍼주는 걸 공원같은데 종종 나가서 팔고 그랬는데
그날은 제가 아파서였는지 데리고 못나갔고 아버지는 거래처에 나가야 했다네요.
그땐 휴대폰도 뭣도 없던 시절이니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오토바이 타고 엄마를 집으로 오라고 하려고
저를 잠시 놔두고 갔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난리가 난거죠.
집에 오니 저는 자다 깨서 울고 있고 주방문이 활짝 열려서는 주방은 쑥대밭이고
스뎅그릇 이며 숟가락이며 안마당으로 나뒹굴고 순경들이 와서는 옆집이랑 집주인하고 얘기하고 있었더라네요.
이게 뭔일이냐며 난리가 나서 자초지종을 묻는데 경찰 발 밑에 누렁이가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죽어있더라고요.
엄마는 깜짝 놀라서 얘는 또 왜이러냐 하니 슈퍼집 아줌마가 누구엄마 왜 이제 왔냐며 큰일 날 뻔 했다고 운을 뗐대요.
도둑이 안마당으로 연결된 샛길로 들어왔는데
우리집은 안마당 쪽은 문단속을 잘 안해놔서 털기가 좋았는지 들어가려는데 누렁이가 계속 짖었대요.
다들 바쁘기도 하고 주인집도 개가 자주 짖으니 별 신경 안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알고보니 그게 도둑이 들어왔다고 짖은거였나 보더라고 얘기를 하는데
한참 있다가 박살나는 소리와 개짖는 소리가 멈춤과 동시에 개 비명소리가 나서 나와보니
왠 남자가 개를 칼로 찔렀는지 개는 죽어있고 남자도 피투성인 상태로 쓰러져 있었대요.
슈퍼집 아줌마가 건너편 대로변에 있는 파출소에 가서 난리가 났다고 신고하고
경찰 둘이 같이 왔는데 남자는 피를 너무 흘려서 도망도 못 가고 누워 있었다고 하네요
그 사람은 잡혀가고 경찰 한 분이 남아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고
상황을 보니 누렁이 목엔 엄청 두꺼운 쇠줄이 있었는데 그게 다 끊어져 있고
목에도 쓸린 상처가 있는 거 보니 끊으려 애쓴거 같다고 하면서 개가 아줌마 애 살렸네 하며 허허 하더라네요.
도둑이 저한테 해라도 입힐까 싶어서 힘들게 목줄을 끊고 나와서 도둑한테 덤벼서 싸우다가
머리랑 목 배 쪽에 칼을 맞고 죽은 거 같다면서 착하고 짠하다고 꼭 좋은데 묻어주라고 했대요.
엄마는 그얘기 듣고 안도감과 죽은 개 한테 고마워서 펑펑 우는데
집주인이 매정하게도 이미 죽은개 탕이나 끓여야겠다고 해서 엄마가 울다말고 정색하면서
개값 줄테니 그러지말라고 싸워서는 누렁이 포대에 담아서 뒷산 높은 곳에 묻어주고 왔다고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인지 원래도 동물을 좋아했지만 이야기 들은 후론 개한테 더 정이 많이 가요.
그래서 안락사 권유 당하던 아픈개 약먹고 죽을뻔한 애도 성심성의껏 치료해서
제 손에서 예쁘게 잘 크다 가고 그랬어요.
미안하게도 누렁이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어서 그게 좀 슬프긴 한데..
녀석이 나 울지 말라고 나쁜 기억 안나게 해주는건지 예쁜 기억만 남기고 갔네요.
그곳에서는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첫댓글 하,,,,,,누렁이,,,,,마음아프다 ㅠㅠ
아 이건 너무 슬프다..
아이고 누렁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고맙고 미안하다... 댕댕이별에서는 산책이랑 노즈워크랑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면서 뛰어놀고 있었으면...ㅠㅠㅠㅠ
누렁아 ㅠㅠㅠㅠ무지개다리 너머에선 행복해야해ㅠㅠㅠ
눈물남 ㅠㅠㅠ 누렁이 좋은데서 행복해 ㅠㅠㅠ
넘슬퍼ㅠㅠ
누렁이ㅜㅜㅜㅜㅜㅜ
누렁이 너무 마음 아프다ㅠㅠㅠㅠㅠ 집주인 존나 너무하네 그렇게 죽은 갠데 목구멍으로 넘기고 싶엇을까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ㅠㅠㅠ강아지ㅠㅠㅠㅠ
하늘에서는 쇠줄에 묶여있지말고 뛰어놀았으면 ㅠㅠㅠㅠㅠㅠ
너무슬퍼ㅠㅠ누렁아
아이구 ㅠㅠㅠㅠㅠㅠ행복해야해...
누렁이 ㅠㅠ
죽은개 탕으로 끓여먹자는 주인새끼 존나 인간맞냐 개씹쓰레기네 강아지 너무 불쌍함 주인한테 밥도 제대로 못얻어먹고 짠해ㅜ 글고 그 철학관 아저씨는 어캐 알았을까 너무 신기하다ㅜㅜ
ㅠㅠ 아이고 누렁아... 누렁이가 곁을 계속 지켜줄것 같다 정말 그 조그마한 것에도 얼마나 고마웠으면..
ㅠㅠㅠㅠ눈물나
어차피 죽은 개 탕이나 끓인다니.... 싸이코패슨가 씨발 애 살린 개를 누가 먹어 지랄이야진짜 ㅠ
누렁아ㅠㅠㅠㅠㅠㅠㅠ좋은곳에 평생있어라
아 눈물나 ㅜㅜㅜㅜㅠㅜㅜㅜㅜㅠㅜㅠㅠ누렁아 행복해야돼ㅜㅜㅜ
ㅠㅠㅠ나비랑 누렁이 ㅠㅠㅠㅠ
아ㅜㅜㅜㅜ눈물나ㅜㅜㅜㅜ아ㅠㅠㅠㅠ
누렁아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