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다. 진정한 삶이 없다면 상상
속으로나마 살 수도 있다. 전혀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으니가...”
그래서 재미로 취미 삼아 그냥 가끔 써 봅니다. ”-7월 여름 주말 오후 한가한 내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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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춤이라는 취미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벌써‘코로나 19’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멈춘 지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태다. 아무리 춤을 좋아한들 계속 마스크
착용하고 춤을 춰야만 한다면 나는 미련 없이 댄스를 접고 호젓한 숲길이나 혼자 사색하며 산책하련다.
올해 1월 말경에 있었던 얘기다. 그날 그녀와 나는 콜라텍에서 마지막으로 3시간 정도 놀았다.
뭔 이유인지 그때쯤 그녀와의 만남도 소원해지면서 이젠 둘 사이의 댄스파트너 관계를 끝내자고 합의
하고는 헤어졌다. 결국은 춤을 매개로 만난 지 6개월도 채 안 되어 서로 큰 불만없이 결별했다.
그동안 우리 둘은 흔히 주위의 남녀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연인관계도 아니었고 그동안 거의 춤을 통
해서만 서로 교류를 해왔던 거라 그런지 뭐 큰 부담없이 좋게 갈라섰던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왜냐면 그녀도 나도 춤을 추는 한 어디서든 또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어느 때 만나든 보다 자연스러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게는 이미 그전에 가끔 만나서 춤추고 커피도 한잔하는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은 서울에 없다. 지방으로 이사 갔기 때문이었다. 남녀관계란 둘이 떨어져 사는 거리
와는 반비례하기 마련이다.
이젠 나이도 제법 들었고, 세상에 대해서 크게 호기심도 없고, 젊을 때와는 다르게 이성에 대해서도 별
간절함이 없는 데도 춤을 추다 보면 주위에 가까이하게 되는 여자들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잠시지만
친밀하게도 되고 또 멀어지고 이것도 요즘 나의 인간관계의 하나다.
좌우간 그녀가 먼저 선약을 핑계로 가버린 후 나는 그곳 콜라텍의 식당에서 갈증도 가실 겸 병맥주 한
개를 시켜놓고는 혼자 마시고 있었다. 근데 바로 건너편 옆 테이블에는 방금 춤을 추고 들어와서 그런지
땀에 좀 젖은 듯이 보이는 두 여자가 맥주 2병과 가벼운 스낵안주로 목을 추기고 있었다.
“혼자 오셨나요? 혹시 차가지고 오셨나요?”두 여자 중 하나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네? 아니요. 그런데 왜요?” 나는 얼결 결에 대답했다. 차는 내가 사는 집에 두고 왔다. 요사이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차는 거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 시내에서 움직이는 교통편은 거의 다 공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날 갔었던 무도장은 내 집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걸어왔다.
“저 사람한테 뭘 물은 거야?”함께 있던 또 다른 여자가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옆의 친구에게 말했다.
“아 차 가지고 왔느냐고 물었어...”바로 옆의 여자가 대답했다.
두 여자는 분명 서로 잘 아는 동년배의 친구 사이인 듯했다. 둘 다 나이는 50세 중후반 정도였다.
아니 그보다 몇 살 더 위일 수도 있다. 솔직히 한 여자의 인상은 호감이 가는 듯한 모습이고 또 다른
여자는 좀 냉정한 표정이 어쩐지 모든 게 좀 호락호락하지 않은 까칠한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여자 둘 다 약간 몸매는 통통한 편이다. 그렇다고 크게 흠잡을 수 있는 외모는 아니었다.
다만 아랫배가 조금 볼록하게 나와 있는 게 나도 모르게 눈길이 그곳으로 따라갔다.
그 탓인지는 모르지만 나이는 조금 더 들어 보였다.
"저 여자들의 아랫배 속에도 세월의 무정함과 인간으로서의 욕구불만이 쌓여 있겠지..." 하는 쓸데없는
치졸하고 천박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차를 안 가지고 오셨다 하셨지요" 함께 온 또 다른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 친구분한테 말했는데요. 저는 본래 춤추러 이런 곳에 올 때는 차 안 가지고 옵니다.”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는 바로 덧붙였다.
"만일 꼭 차가 필요하면 바로 집에 가서 가져올 수는 있어요. 우리 집은 여기 근방이거든요."
사실 그랬다. 상대편의 그녀들은 추가로 맥주 2병을 더 시켰다. 춤은 더 이상 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좀 전에 시킨 맥주를 다 비우지 않고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내가 마시던 잔을 비우면 어쩐지 내게
한잔을 권할 것만 같았다. 나는 내 잔을 다 비웠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춤 더 안 추시나요?”처음에 말을 걸어왔던 여자가 물었다.
“예, 오늘은 실컷 놀았읍니다. 한 참 놀았더니 발바닥마저 아프네요.”나는 대답했다.
“우리도 다 놀았어요. 춤 추신지는 오래 되었나요?”그 여자가 말했다.
“아 뭐 춤춘 지는 좀 됐지만 그리 잘 추지는 못하고요. 적당히 놀 정도입니다.”나는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도 강습을 받고 계시나요?”그리고는 첫번째 여자가 계속해서 또 물었다.
“아 요새 좀 스텝이 가끔 엉켜서 뭐‘시야기’라 할가, 그런 레슨을 가끔 받고 있는 중 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저 분 요새 강습을 받고 있데..." 첫 여자가 옆의 여자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어디서 받고 있으시나요?”첫 여자가 나에게 또 물었다.
“요 근처요” 내가 대답했다.
“어쩐지 아까 홀에서 춤추는 모습 언뜻 보니까 스텝도 정확하고 자세도 좋으시더라고요.” 다른 여자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듯한 말을 했다.
“요샌 주로 뭘 배우시나요?” 이번에는 첫 여자가 질문을 했다.
“주로 사교춤이지만 가끔 자이브와 왈츠도 함께 레슨을 받고 있지요.”나는 응답을 하며 내 잔에 남아
있던 맥주를 비웠다. 그러자 내 빈 잔을 흘낏 보던 처음 여자가
“한잔 받으실래요.”하고는 내 컵에 맥주를 가득히 따라 주었다.
나는 맥주를 들이 끼면서 머릿속으로 오늘 쓴 돈을 생각해 보았다. 입장료와 옷 보관료 3천원에 맥주 1병
3천원...도합 6천원을 지출했다. 이번 달도 내 예산 범위 내에서 쓰려면 지출을 엄격히 통제해야 했다.
당분간은 더 절약해야 할 형편이다. 근데 알다시피 아껴 쓰는 것도 유분수지 기본적으로 쓸건 쓰며 살아
가야 한다.
나는 맥주를 조금씩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셨다. 홀 안에서는 지루박 음악이 끝나고 블루스 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조금 전 헤어지며 먼저 가버린 그녀가 나와 춤출 때마다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던
'대전 부르스’가 흘러 나왔다. 나는 식당 안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계는 정확히 오후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이젠 슬슬 끝나가는 시간이라 한둘씩 식당 안으로 들어와서는
주류든 식사든 주문을 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모두 어딘지 모르는 각자의 목적지로 돌아갈 것이다.
“사실은 우리도 지금 라틴댄스 레슨을 같이 받고 있어요. 일주일에 평일 날 2번씩 주간 강습을 받고
있지요”처음 여자가 다시 말을 걸어 왔다.
"이리로 오셔서 합석을 하시지요. 뭐 떨어져서 큰 소리로 얘기할 필요 없잔아요.”
또 다른 여자가 말했다. 나는 못이기는 척 내 맥주잔을 집어 들고 건너편 그녀들의 테이블로 옮겨 앉았다.
“훨씬 좋네요. 어차피 모두 춤을 즐기는 사람들인데요. 부담없이 얘기나 나누지요.”
처음 여자가 제의했다.
“댄스 레슨은 어디서 하시나요?”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아 우리들은 강북 쪽에 사는 데요. 혹시 '김 XX' 라는 선생님 이름 들어보셨나요? 춤을 제법 추시는
분들은 다 아실텐데요. 그 샘 단체 강습반에서 배우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댁은 얼굴 모습이 그 샘하고도
많이 닮았네요." 첫 여자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녀들은 서로 마주 보며 얼굴 표정으로 뭔가 공감의 시그널 을 눈길로 보내며 서로 미소를 주고 받았다.
나는 좀 의아하게 그녀들의 표정을 살폈다.
“신경쓰시지 마세요. 우리들끼리 만의 통하는 표현이니..."
그러고 나서 식당의 여자에게 추가로 맥주 2병을 더 시켰다.
“여기 술값은 걱정 마세요. 우리가 계산할 거니까요” 첫 여자가 말했다.
“얘 숙희 야 이 분한테 오늘 밤 우리가 어딜 가려고 하는지 말할까?”
숙희 라는 여자는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없자 맞은편 첫 번째 여자는 맥주를 다시 마시면서 좌석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오늘 우리가 차만 가지고 왔다면 그 선생이 주관하는 일산쪽의 학원 오픈기념 파티겸 특별강습을 무료로
참석할 수 있는 데...”그러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 덧붙였다.
“아 참 오늘 저녁 7시 일산 무료 댄스파티에 우리와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제법 춤 잘 추는 사람들도
많이 올 거고 경품도 많이 준다 했어요. 우린 둘 다 오늘 밤 오랜만에 자유스런 날이거든요. 저 친구가
오늘 차를 가져오기로 했었는 데 공교롭게도 어제 가벼운 접촉사고로 차를 정비소에 맡겼어요”
나는 특별한 반응없이 잔에 반쯤 남아있던 맥주를 다 마셨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집에서 밥 한 공기로 적당히 허기를 때운 후 3시간 이상 춤을 춘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맥주
몇 잔과 땅콩 부스러기 몇 개 먹은 게 전부였다.
솔직히 얼른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계속 그녀들과 별 의미없는 잡담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애당초 없었다.
“맥주 한 병만 더 주세요.”첫 번째 여자가 맥주를 또다시 주문했고 내 컵에 한잔을 더 따라 주었다.
다시 따라준 맥주를 더 들이키니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집이 요 근처라 하셨지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댁의 그 차로 그 무료파티에 함께 가시지요?”첫 여자가
다시 권유했다. “그럴 가요” 결국 나는 할 수 없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사실 지금 집에 들어가
봤자 뭐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과 나는 차를 가지로 내가 사는 동네로 향했다.(계속)
첫댓글 윈드님을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할 듯 싶어요.
취미로 글을 쓴다 하셨는데
전업 작가님의 글 같아요.
가볍게 읽기 좋고 즐거워요.
다음편으로 따라갑니다~~~
ㅎ. 주말 잘 보내셨나요.
글을 쓰니가 작가라고 부르셔도 별 상관은 없겠지요.
‘딜레탕트’라는 말이 있지요.
음악,그림,문예 등 예술활동을 직업적으로 하지 않고
단순히 취미로 즐기며 하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댄스도 예술로 보신다면 나미님도 딜레탕트 이십니다.
윈드친구님!
잘
계시지요?!
많이
뵙고 싶습니다
건강!
유의 하시구요~
감사합니다 ^*^
ㅎ. 네...덕분에 잘 지내고 잇어요.
댄방 다시 개원하는 날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