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청소년에 의한 흉악 범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자신의 친어머니를 독극물을 사용한 인체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이전의 사건들과는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녀(16)는 인체실험의 경과를 인터넷 블로그에 일기형식으로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31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고교 1학년인 한 소녀가 체포됐다. 독극물인 탈륨을 사용하여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려 한 살인미수 혐의였다. 경찰의 조사에 소녀는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화학지식을 자랑하는 등 잡담에만 응할 뿐, 사건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소녀가 어머니가 마시는 음료에 몰래 탈륨을 탄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나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소녀는 “얌전하고 성실한 우등생”이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유명한 고교에 진학해 과학에서 특히 뛰어난 재능을 보여, 주위 사람들은 소녀가 장차 화학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지 과학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 사실은 소녀가 블로그에 올린 일기를 봐도 알 수 있다.
이 일기는 남성의 이름으로 쓴 것으로, 올해 6월 말에 시작된다. 일기의 첫 부분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나 친구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7월에 접어들면서 약물이나 동물 학대에 관한 내용이 나오기 시작한다.
“예전에 산 멀미약을 정상복용량의 8배나 마셨다. 뭔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느낌.”(7월6일)
“점심 때 쇼핑을 하러 걸어가고 있는데 길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의 시체가 있었다. 머리가 깨져 안에서 뇌가 흘러나와 있었다.”(7월18일)
“지금까지 여러 가지 동물을 살육해 왔다. 그걸 가지고 노는 것은 즐거웠지만 동시에 아주 피곤했다. 왜냐하면 시체의 처리에만 몇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8월6일)
언론에 따르면 체포 당시 소녀의 방에는 실험관과 비커 등과 함께 화학식이 써 있는 약품병 등이 책장 위에 줄지어 있었다. 그밖에도 도마뱀이나 까마귀, 개구리, 고양이 머리 등이 포르말린 병에 담겨 있었는데, 이 표본들은 그녀가 직접 해부하고 방부 처리한 것이다. 소녀는 자신이 표본으로 만든 동물이 부패하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내용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8월 하순에는 그녀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탈륨을 손에 넣은 것과 어머니의 상태가 악화되어 가는 것을 관찰한 내용이 중심이 된다. 만일 일기에 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소녀는 자신이 탈륨에 중독된 것을 알고 스스로 해독제까지 조제할 수 있을 정도로 화학에 대한 지식이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어제부터 어머니의 상태가 나쁘다. 전신에 발진이 일어나고, 특히 얼굴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8월19일)
“배가 아프다. 원인은 알고 있다. 어제 실수로 탈륨 수용액에 손가락을 담궜다. 바로 손을 씻었지만 손끝이 하얗게 표백됐다. 자고 일어나도 상태가 나쁘고, 손과 발이 붓기 시작해서 해독제를 만들었다.”(8월26일)
“오늘도 어머니의 상태는 나쁘다. 2~3일 전부터 다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드디어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됐다. 2층에 있는 내 방에도 올라오지 못한다.”(9월12일)
소녀의 어머니가 결국 10월2일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소녀는 병원에 가서 어머니의 사진을 찍으며 상태를 관찰했다.
“할머니에 따르면 어머니는 환각을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벌레나 문 옆의 하얀 그림자 때문에 고생이라고. 혈압은 150 전후로 내려갔지만 아직 멀었다.”(10월4일)
“특별한 이상 없음.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장남(오빠)에게 눈빛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름이 끼친다고….”(10월12일)
소녀의 오빠는 이전부터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 소녀가 동물을 상대로 독살 실험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녀를 의심한 가족은 가능한 그녀와 어머니가 단 둘이 있지 않도록 조심했다. 하지만 소녀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머니의 컵을 씻는다고 가지고 나와서 컵 안에 탈륨을 묻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피해자인 어머니는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의 방에는 세 명을 독살하여 유명해진 영국의 살인마 그레이엄 영의 사진과 나치 집회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소녀는 중학교 때 존경하는 사람으로 그레이엄 영을 들고 있다. 또한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그레이엄 영의 <독살일기> 존경하는 사람의 전기, 그는 14세에 사람을 죽였다”고 썼다.
그레이엄 영은 1964년 14세의 나이로 의붓어머니를 비롯하여 아버지, 여동생, 동급생을 탈륨을 이용해 독살한 살인마이다. 그가 의붓어머니를 독살한 원인은 증오가 아니었다.
탈륨을 이용한 인체실험이 목적이었다. 의붓어머니를 택한 것은 단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관찰하기 쉽다는 이유였다. 소녀의 범행수법 역시 그레이엄 영과 흡사하여 모방범죄로도 보인다.
이 사건은 당초 소녀의 방에서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과 독살일기가 발견되면서 자백은 시간문제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 소녀는 “어머니가 탈륨 중독인 것은 알고 있지만, 어머니가 혼자서 멋대로 탈륨을 마신 것”이라고 자신의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한 정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아이 같은 말투로 이야기하는 등 마치 다중인격자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는 것. 이에 대해 경찰에서는 “과연 책임능력이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까지 나오고 있다.
모여 벌래같은년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