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가 키를 잘못 눌러 글이 카페에 올라가버려 다시 계속해서 씁니다. )
처음에는 순하고 어질던 미얀마 선원들이 수가 많아지고 경력이 늘어나자 교만해지기 시작했다.
미얀마는 1885년부터 1948년 1월까지 영국 식민지였다. 그래서 미얀마 선원들은 대체로 영어를 좀 하는 편이었다.
발음도 <Sihp yard>를 시이야- <Vietnam>을 비엔나아- <Bottle>을 바를- 하는 식이었다. 미얀마 선원들은 대부분
불교 신도로 방안에는 파고다(Pagoda 절, 또는 탑) 사진을 걸어 놓았고 개중에는 모슬램도 있었다. 이 모슬램이
항상 말썽꾼이었다. 음식 투정, 예배 투정, 등 불만이 많고 또 성품도 과격했다.
세계적으로 해상오염 규제가 심해지면서 폐유 처리 문제가 크게 대두되자 동남아, 인도 등지에서 폐유 수집상이 생겨
폐유를 돈을 주고 수거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 등의 항구에 입항하면 폐유 수집상들이 많이 찾아왔다.
폐유 1톤에 적게는 20달러, 많게는 60달러까지 지불했다. 그리고 항만청장이 서명한 공식적인 증명서 (Disposal certificate)
까지 발급했다. 기관부 선원들은 성가시게 폐유를 소각하지 않아도 되고, 모았두었다가 팔면 조금이라도 나누어 돈을 받을 수
있으니 누구나 폐유 업자에게 팔기를 원했다. 선장이나 갑판부원들은 내 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일이 아니니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P 호는 도쿄, 오사카, 상하이, 방콕, 호지밍을 정기로 다니는 컨테이너선이었다. 선주는 일본인, 용선주는 K-line 이었다.
선장, 기관장은 한국인 나머지는 모두 미얀마 선원들이었다. 선장은 H 고 출신이고 기관장은 경북 사대 영문과를 나와 고교
교사를 하다 그만두고 전수과를 나온 사람이었다. 나이도 선장보다 열 살 가까이 많았다.
선장은 방콕에 애인이 있었는데 다섯 살 짜리 아들까지 있었다. 그 애인이 선식(Sihp chandler)업을 했다.
P 호는 방콕에 입항하면 그 애인 선식한테서 주부식을 구입했다.
기관장은 호지밍에 입항하면 폐유를 업자에게 양육했다. 그도 그럴것이 양육업자가 호지밍 항 해양경찰 간부였고, 왕별
세 개를 단 제복을 입고 입항 수속을 하러 와서 폐유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을 하고는 양육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었다.
그러면서 기관장을 데리고 나가서 식사대접을 했다. 선장은 그게 못마땅했고 기관장은 선장 애인한테 주부식 구입하는 게
못마땅했다. 그러니 선장과 기관장의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방콕에 입항해서 기관실 정비를 하던 기관장이 주기 터보차저에 큰 결함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밤중에 긴급 보고서를
만들어 선장 방문을 노크했다. 선장 방에는 선식업을 하는 애인이 와 있어 문을 잠그고 있었다. 기관장의 노크 소리에
선장은 내다보지도 " 문 앞에 걸어놓고 가소. 내일 아침에 보내줄 텐께" 했다. 기관장이 급한 내용이라서 지금 당장
보내야 된다고 했지만 선장은 끝내 내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원색적인 욕설이 오고가다 결국 두 사람이 통로에서 치고받고
싸우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선장 기관장, 두 사람 다 강제하선하게 되었다. 선장은 작은 마누라(애인)가 있는 방콕항에
정기로 입항하는 배를 타야 하는데 기관장 때문에 쫓겨 내리니 제일 억울했다.
선장이 강제하선 당한 후 K-Line 운항부에 투서가 한 장 날아들었다. < P 호에서 연료유 참전탱크에서 필요없이
드래인을 많이 배출해 기름을 호지밍 항에서 설러지와 함께 팔아 먹으니 조사를 해 보시오!> 하는 내용이었다. 이 투서로
K-Line은 물론이고 일본 선주, 그리고 선,기장을 내보낸 한국 송출회사가 왈칵 뒤집혀졌다. 투서 발송지는 호지밍이었고
작성자는 익명이었다. 이 투서로 강제하선 당한 기관장은 물론이고 전임 기관장까지 진술서를 써야 했다.
결론적으로 이 투서는 하선 당한 H고 출신 선장의 사주를 받은 미얀마 3등항해사가 작성하여 호지밍에서 발송한 것이었다.
그리고 기관부 오일러 한 명이 선장 스파이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 투서로 인해 P호는 호지밍항에서 뿐만 아니라 어느 항구에서도 폐유 양륙이 일정 금지 되었다. 전량 소각을 해야 했다.
기관부 선원들의 불평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왜 소각기가 타버렸는가?>
소각기가 타버린 사건은 그 후에 일어났다. 폐유 양륙 금지 조치로인한 앙심인지, 실수인지는 불분명하다. 소각기는 폐유
뿐만이니라 기름 닦은걸레 등 일반 쓰레기도 소각하고 기록부에 기록한다. 그런데 소각기가 몽땅 타버린 원인은 기름걸레를
한꺼번에 소각기 안에 너무 많이 넣었기 때문이었다. 폐유만 소각할 때는 배기 온도가 설정치보다 높으면 경보가 울리며
자동으로 불이 꺼진다. 그런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은 기름걸레는 불이 붙어 과열이 되어도 끌 수가 없었다.
결국 소각로가 벌겋게 달아올라 전지, 전자 등 부속 장치가 몽땅 다 타버렸다. 이 사고로 H 대학 출신인 후임 기관장은 스스로
하선하고 말았다. 감시, 감독을 철저히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남 마담, 아름답지 못한, 대한민국 해기사들의 불미스러운 이야기를 광고한 것 같아 미안해요. 본의는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