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두루 잘 쓰고 상도 여기저기 많이 받아서, 잘 쓰는 작가로 소문난 작가의 청소년소설(총 181쪽)을 읽다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잘 쓰지 않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는 것에 대해...
과연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일일이 주석을 달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하루종일 심란했네요.
주위의 문장과 어우러져서 독자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낱말을 쓰는 것은 저도 찬성입니다만,
유추가 가능하지 않아 반드시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면,
과연 그게 좋은 낱말 선택일까 하는 고민....
제가 너무 무식한가요?
진한 글씨는 아리송해서 잘 모르는 말(또는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을 적어보았어요.
맨 아래에는 다음 어학사전에서 찾은 뜻을 넣어보았어요.
아름다운 우리 말, 이 김에 함께 공부해봐요^^
1. 승주는 아리잠직하고 공손했는데 외숙모가 없는 날엔 종종 우리를 불렀다.
2. 그 그림자는 새로 전학 온 학교 담임이었다가 새 짝꿍이었다가 꽃자리 좁은 반장으로 바뀌었다.
3. 나에게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의 이 뽀얀 아이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Out of one's league 였다.
4. 일요일 아침, 갓밝이였다.
5. "괜찮아. 괘다리적어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야."
6. 친숙한 솔수펑이 냄새까지 담겨왔다.
7. 그와 동시에 나를 벽 쪽으로 무작하게 밀쳤다.
8. 괜스레 어깃장을 놓으며 엄부럭을 부렸다.
9. 마음을 보깬 덕분인지 깨끗했다.
10. 작달비가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고, 창문에 흙이 튀었다. -> 이건 짐작이 가네요.
11. 진동걸음으로 현관을 나서던 엄마는 꾹꾹 힘겹게 계단을 오르며 사라졌다. -> 이건 짐작과는 반대의 뜻이었네요. 진동은 거의 느낌이 없잖아요?
12. 사느래져서 튀어나갔다.
13. 거기에 비해 큰외삼촌은 헌걸스러웠다.
14. 승주 빗을 썼다는 이유로 포달지게 밀쳐지던 그날이.
15. 아금박찬 뒷모습에 서글픔이 밀려왔다.
16, 그 순간은 외숙모의 냉갈령도 상관없었다.
17. 은결든 건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 엄마가 지긋이 웃는데 소쩍새 소리가 들려왔다.
18. 응그린 얼굴이 매서웠다.
19. 비록 불서럽고, 아팠지만 그래도 고향인 것이다. -> 이것도 짐작이 감
20. 도심에 있는 학교를 가려면 풀잡맹이 길을 20여 분 걸어 나가야 했다.
21. 시골 신작로 방울나무 줄지어 선 가르마길 끝에 다다라야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22. 시골에서도 우리, 뱀뱀이 있게 자랄 수 있다고요.
23. 조포하게 쾅, 쾅! 버스를 쳤다.
24. 조금도 꿀리지 않고 찌러기같이 눈을 부라렸다.
25. 큰외삼촌은 우리를 을러매더니 턱으로 내려가라는 시늉을 했다.
26. 그 푸등푸등 살이 오는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또바기 눈을 맞췄다.
27. 마구 물어박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이 악물고 참아냈다.
28. 모다깃매처럼 닥친 아버지 죽음과 큰외삼촌의 배신이 바로 지옥이었다.
29. 밉등을 피우는 둘째 대신 할머니가 귀신이 되겠다고 자청했다.
30. 왕배덕배하던 큰외삼촌이 모질게 우리를 훑어볼 때였다.
31. 무겁게 내려앉았던 우리 집에 싸목싸목 웃음이 깃들었다.
32. 괴괴하도록 잔자누룩하던 우리 집은 입을 다물었다.
33. 나는 아리송해하며 허겁떨이를 했다.
34. 가게 문은 능두고 천천히 여셔도 되고요.
35. 정원으로 나서니 영주가 할기시 쳐다봤다.
36. 창을 닫아도 아부재기 비명이 연이어 들려왔다.
37.구나방 같은 영주, 아니 나를 보며 얼마나 놀라고 있을까?
38. 조금 열린 2층 현관 안쪽에서 큰외삼촌이 손을 홰홰 젓는 숙지근한 모습이 보였다.
39. 간밤에 쏟아지던 장대비도 제 풀에 꺾였는지 조자누룩해지고, 싱그러운 바람이 훅 안겨 왔다.
(사전에서 찾은 뜻) - 찾다 말았어요. 나중에 찾아 올릴게요.
1. 키가 작고 얌전하며 어린 티가 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
2. 사전에 안 나옴
3. 수준을 벗어나는, 과분한
4. 날이 막 밝을 무렵
5. 멋없고 거칠다 / 무뚝뚝하고 퉁명스럽다
6. 솔숲이 있는 곳
7. 무지하고 우악스럽다
8. 어린아이처럼 매우 철없이 부리는 엄살이나 심술
9.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되어 답답하고 거북하다 / 일이 뜻대로 잘되지 아니하여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10. 굵직하고 거세게 좍좍 쏟아지는 비
11. 몹시 급하여 허둥거리며 걷는 걸음
첫댓글 와 처음보는 말들이에요
이런 말들은 어디 갔었을까요?
예쁜 우리말이긴 한데 책 읽을 땐 도움이 될까하는....
우리말이 참 싱싱하네요.
배우고 싶긴 합니다.
그런 사명감을 가진 작가 같네요.
예, 대단한 작가죠. 근데 너무 많은 우리말 때문에 책 읽는데 자꾸만 주춤주춤하게 된다는...
뭐든 자연스러운게 좋다고 생각해요.
작가 본인도 잘 모르는 낱말을 일부러 찾아가며 과하게 사용하여 인위적인 느낌이 들고
독자의 읽기 흐름을 방해한다면 요철처럼 불편할 것 같아요.
작가는 물론 낱말의 뜻을 다 알고 썼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독자라는 거죠.
저도 이렇게 모르는데 어린 독자들은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