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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국사회인야구연합회 원문보기 글쓴이: 야구연합
1.투수
그라운드는 평등하다.축구장도 농구장도 배구장도 모든 경기장의 높낮이는 평등하다.선수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룰로서 경기를 풀어나간다.최전방을 누비는 센터포워드나 최후방을 지키는 골키퍼는 모두 한 명의 선수로서 같은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모든 구기 스포츠에서 유일하게 '불평등한' 위치를 가진 곳이 있다.그것은 바로 '마운드'이며 그래서 그 마운드의 주인인 투수는 특별하다.
야구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일단 투수가 공을 던져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총칼로 협박한다해도 야구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야구는 수비자가 공격자들을 오히려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이며,그 임무를 맡은 것이 바로 투수이다.흔히들 투수력을 막는다는 의미의 '방패'로 비유하곤 하지만,엄밀히 말하면 그 표현은 틀린것 같다.투수는 방패보다는 좀더 적극적인 의미의 수비를 상징한다.'공격적인 수비'란 말은 일견 모순처럼 들리지만 투수의 '공격적인 투구'는 분명히 세상에 존재하는 말이다.
그래서 그라운드에서 수비하는 9명의 위치 중 투수는 그만큼 특별하다.
2.포수
야구는 장비의 스포츠다.축구가 단지 공 하나만을 가지고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경기인 것과 달리,야구는 시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런 장비들을 가장 많이 갖춰야 되는 포지션은 포수다.이유는 딱 하나다.포수는 다른 수비자들과 달리 공이 던져지는 방향 쪽 을 향하기 때문이다.이를테면 아군이 주는 위험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포수는 힘들다.
모 판타지 소설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등을 보여주는 사람' 이다"
이 이야기를 야구에 그대로 대입시킨다면,모든 야수는 각각 단 한 사람이라도 아군의 등을 보면서 수비를 한다.내야수들은 모두 투수의 등을 보면서 경기를 하고,외야수들은 투수와 모든 내야수들의 등을 보면서 경기를 한다.타자가 친 타구는 이론적으로 가장 앞선에 있는 투수의 수비공간을 뜷고,그 다음 내야수의 수비공간을 뜷고 외야수의 수비공간을 향해 날아간다.몇 겹이나 되는 그 영역의 단계속에서 야수들은 각각 자신의 앞선에 선 수비수들을 믿을 수 있다.홈런은 그들 모두가 타자에게 졌음을 알리는 아치를 그리며 날아간다.
하지만 포수는 어느 누구의 등도 볼 수 없다.하지만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감독,코치,나머지 선수들은 유일하게 포수의 등을 바라볼 수 있다.그 순간 경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그들은 포수의 경기운영에 모든 것을 건다.그 쭈그려 앉은 형태의 그림자가 든든해보이면 보일수록 아군이 승리를 확신하는 마음도 짙어진다.
하지만 포수는 이들 누구의 등도 볼 수 없다.우선은 자기 자신을 먼저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래서 포수는 외롭다.
3.유격수
내야에는 투수를 포함해서 모두 6명의 선수가 수비를 맡지만,그 내야수비의 중심이 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유격수일 것이다.
유격수는 영어로 'shortstop'이라고 부른다.어째서 shortstop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897년 미국 마이너리그의 리그 챔피언십 경기 때 일이다.당시는 유격수가 없는 대신 외야수가 4명이었다.
마침 결승에 진출한 구단의 외야수 중 한 명이 발가벗고 거리를 무단활보한 혐의로 구속이 되는 바람에, 이 구단 감독은 할 수 없이 동네 고등학교 선수인 헨리 스탑(Henrystop)이란 젊은이를 대신 기용하게 되었다.
키가 165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소년은 결승 경기에서 '파격적으로' 외야가 아닌 2루수와 3루수 사이에서 수비를 했는데 눈부신 활약을 했다고 한다.
깊은 인상을 받은 상대팀 감독이 기자들에게 "스탑은 키는 작지만 훌륭한 선수다"(He's a short stop,but a good one) 이라고 말했고,그 뒤부터 유격수를 '쇼스탑'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처럼 유격수는 태생 자체가 수비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작아도 빠르고 날렵한 선수들이 맡는 포지션이라는 생각에 원래 유격수란 포지션은 거구이거나 힘있는 선수들과는 거리가 멀었다.현대야구에 있어서 메이져리그에서 대형 유격수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관념은 깨지고 있지만,어쨌든 유격수는 '그 팀에서 가장 수비를 잘 보는 선수'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아무리 공격형이라고 해도 유격수에게 바라는 수비력의 마지노선은 다른 포지션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유격수의 위치적인 특징은 무엇일까?그것은 2루와 3루 사이에 선다는 것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타자는 왼손타자에 비해 오른손 타자들이 많고,밀어치는데 익숙한 선수보다 당겨치는데 익숙한 선수들이 많다.그래서 야구에 있어 타자들의 타구방향의 빈도를 볼 때 2루와 3루 사이를 향하는 타구가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말하자면 전쟁에서 가장 총알이 빗발치는 치열한 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을 막아내는 임무를 수행하는 자가 바로 유격수이다.그렇기에 유격수는 대담해야 한다.총알같은 강습타구를 날리든 어중간한 텍사스 플라이를 치든 어떠한 타구에 대해서도 책임감있게 포구를 해야한다.유격수의 전사는 곧 팀의 패배와 직결된다.
4.1루수
1루수는 포수를 제외하고 상대팀 타자들을 경기 중에 가장 많이 만나는 위치이다.야구를 전쟁과 비유하자면 1루는 홈이라는 진영을 획득하기위해 나아가야 하는 첫번째 고지이다.그 고지를 지키는 수문장이 1루수이며,야구의 시스템 상 주자가 단지 1루에 머물러 있을때는 점수가 나기가 쉽지 않다.
'도루'라는 행위가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위치이므로 1루수는 주자가 있을 때 투수와 포수와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해진다.그것은 마치 죄수를 지키는 간수의 역할과도 같은 것이다.
"이상없나?"
"이상없습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아앗!"
"......놓쳤냐."
야구의 모든 수비포지션을 통틀어서 1루수는 사실 가장 수비부담이 적은 곳이다.다른 어떤 것 보다도 단지 던져주는 공을 '잘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실질적으로 투-포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포지션 중 가장 공을 많이 받아야 하는 포지션이지만,사실 야구에 있어서 '공을 받는다'라는 행위는 잘하고 못하고의 차원이 아닌 그냥 '기본'에 불과하다.결국 1루수에게 요구되는 수비수준이란 정확히 '기본'인 것이다.이것도 하기 힘들면 그냥 지명타자로 가시던가...
하지만 '기본'이라는 것은 결국 그게 안되면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3루수가 타구를 알을 까도 대부분의 경우 단타로 마무리된다.하지만 1루수가 알을 까는 경우 많은 횟수로 2루타 이상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그것은 다름아닌 '기본적인 수비'에 있어서 좌익수와 우익수가 가지는 대처상태 자체가 틀리기 때문이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야구에서 타자의 타구방향은 우측보다는 좌측으로 많이 향한다.그렇기에 강습타구 자체도 1루쪽보다는 3루쪽으로 자주 나온다.1루는 아웃이 최초로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1루수는 타구와 송구 양자 모두를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다른 수비수들은 어떤 한 야수가 볼을 포구하고 송구했을때 1차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은 수비백업 정도에 그친다.하지만 1루수는 많은 경우 그 볼을 받아내야지만 자신의 임무가 끝난다.심판의 세이프-아웃 콜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수가 없는 포지션이 바로 1루수다.수비가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집중력이 가장 요구되는 자리인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1루수는 거구가 많다.1루수가 몸집이 크면 여러가지로 수비할 때 다른 수비수들이 받는 이득이 많다.우선 몸이 크다는 소리는 대부분의 경우 팔다리도 따라서 길다는 말이므로 남들보다 한발이라도 앞에서 볼을 받을 수 있고,체구가 크면 1루수를 향해 던지는 수비수들이 타겟을 잡기가 용이하다.또한 키가 크면 위나 양 옆으로 빠지는 송구를 잡기에도 유리하다.어차피 베이스에 발을 붙이고 볼을 받아야 하는 1루수인지라 순발력 같은건 크게 의미가 없다.
또한 수비에서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공격에서의 부담은 반대급부로 무척 커진다.야구의 포지션에서 센터라인의 경우 수비력이,코너라인의 경우 공격력이 먼저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이것이 야구에서의 공수 밸런스인 것이다.어느 한쪽으로만 확 쏠려서는 정상적인 경기가 될 수 없다.그래서 잘 못치는 1루수는 수비못하는 유격수만큼이나 욕을 먹는다.이런 것도 존재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고 봐야 할 것이다.
5.2루수
2루수는 공격-수비 모두에 있어서 참 애매한 위치다.유격수보다 수비 부담은 적지만 그렇다고 수비력이 중시되지 않는 자리는 아니다.사실 센터라인의 경우 공격보다 수비를 중시하는 이유 자체가,홈베이스를 기점으로 센터쪽 방향이 코너쪽에 비해 길기 때문에,그만큼 수비를 해야하는 범위도 넓기 때문이다.2루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뛰어난 수비력을 지닌 3루수는 유격수의 수비부담을 상당부분 줄여준다.하지만 뛰어난 수비력의 1루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그렇기에 2루수는 많은 경우 유격수에 비해 더 넓은 수비영역을 맡아야 한다.다만 유격수보다 포구했을 때 타자주자를 잡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만이 조금 덜할 뿐이다.
2루수는 유격수에 비해 화려하지 않다.오히려 철저하게 기본기에 충실함이 요구되는 자리이다.강한 송구력이 크게 필요없고,날렵한 다이빙캐치 상황도 유격수보다 기회가 적다.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필요한 자리이며 눈에 띄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2루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각 팀의 2루수들은 대표적인 악바리들이 많다.세련된 수비력보다는 촌스러워도 확실한 포구와 송구가 필요한 자리인 것이다.그라운드 위의 모든 선수들은 다 주인공이지만,2루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조연'에 가까운 위치가 아닐까.
6.3루수
3루를 이른바 '핫 코너'라고 한다.그만큼 강습타구가 자주 나온다는 말이다.3루수는 유격수보다 더 전진해서 수비해야하며,그만큼 유격수보다 짧은 시간동안 타구판단을 해야한다.
또한 3루수는 모든 수비포지션을 통틀어 번트 타구에 대한 처리를 가장 많이 하는 위치이다.번트는 투구->타격으로 이어지는 야구의 흐름을 한순간 정지시켰다가 다시 테이프를 돌리는 행위다.그 찰라의 순간 이후 타자주자와 내야수들간의 전쟁이 시작된다.먼저 도달하는 쪽이 승리하는 것이다.번트를 대는 타자는 공격대상을 투수냐 3루수냐 1루수냐를 결정해야 하지만,먼저 1루에 닿을 확률을 생각하면 가장 좌측에 있는 3루쪽을 공략하는게 일반적이다.번트싸움은 야구 경기에서 벌어지는 미니 게임과 같은 것이며,이러한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얻은 결과는 승부에 의외의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포커로 치자면 히든까지 받아들고 대박의 패를 노리는 것이 아닌,착실한 원 페어 혹은 투 페어로 조기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어쨌든 번트는 장타를 포기하는 것이니까.
여기서 3루수는 결정을 해야한다.타구는 라인을 벗어날 것인가,벗어나지 않는다면 포구했을때 과감히 승부를 해볼 것인가의 양자택일이 남는다.번트처리는 공격 쪽에서 송구에러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확률의 상황이고,3루수는 이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따른 처리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3루수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빠르고 정확한 송구다.유격수에게 첫번째로 중시되는 수비의 덕목이 수비범위라면 3루수에 있어서는 송구능력이다.내야에서 1루를 향해 가장 먼 거리의 송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어깨가 약하다면 3루수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센터라인 수비수들이 포구 자체가 더 중요하다면 3루수는 송구가 더욱 중시된다.그렇기때문에 1루수와 마찬가지로 3루수 역시도 거구의 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이쪽도 어찌보면 스피드보다는 파워가 더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공수겸장의 만능선수가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 3루수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7.좌익수
외야에는 수비에 있어서 각각 하나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장점은 내야수들에 비해 더 오래 타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므로 실수할 확률이 적고,그만큼 안정적인 포수를 가능하게 한다.
단점이라는 그렇기때문에 한 번의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외야는 펜스에 닿기까지 끝없는 필드이다.내야수가 자신의 앞공간 만을 주로 책임지는데 비해 외야수는 자신의 뒷공간까지도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그라운드를 누비는 횟수는 내야수보다 적을 지 몰라도 달려야 하는 그 거리는 내야수와는 비교를 불허한다.
좌익수는 일반적으로 외야의 세 포지션 중 가장 수비력이 중시되지 않는 위치다.이유는 무엇일까?야구에 있어서 루상에 주자가 있을때의 위험도는 1루에서 3루쪽으로 갈 수록 높아진다.주자가 홈에 들어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그만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외야수는 기본적으로 출루를 막는다는 목적보다는 주자를 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데 그 역할의 촛점이 맞춰져 있다.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역시 가장 위험도가 높은 3루에는 주자가 도달하지 못하도록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발휘되어야 하고,그것을 가장 쉽게 해낼 수 있는 위치가 바로 3루와 가장 가까운 좌익수인 것이다.
좌-중-우 세 외야수의 수비영역을 살펴보아도,일반적으로 중견수는 좌측보다는 우측으로 약간 쏠려서 수비하는 것이 정석이다.이유는 간단하다.장타가 터졌을때 좌측 타구보다는 우측 타구가 3루타를 맞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그래서 의외로 좌익수는 커버해야 할 공간이 넓다.다만 좌익수에게는 유격수와 3루수라는 내야의 최고 수비요원들이 든든한 1차 저지를 해준다.그러한 도움이 커지면 커질 수록 좌익수가 가지는 부담도 덜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좌익수가 모든 수비 포지션을 통틀어서 가장 슬픈 위치라고 생각한다.이유는 간단하다.좌익수는 상대방이 친 홈런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확률이 높은 수비수이기 때문이다.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펜스쪽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타구는 담장위로 서서히 사라져가고,타자는 득의양양하게 팔을 치켜들며 천천히 그라운드를 돈다.홈런이 나온 순간 이후 카메라는 홈런맞은 투수와 홈런 친 타자를 동시에 비추지만,홈런볼을 잡으려 쟁탈전을 펼치는 외야 관중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입맛 씁쓸하게 쳐다보는 좌익수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단지 그게 슬프다.
8.중견수
내야수비의 선봉장이 유격수라면 외야수비의 선봉장은 중견수이다.중견수는 모든 야수를 통틀어 가장 넓은 수비영역을 커버해야하며,그만큼 빠른 발과 빠른 타구판단은 필수적이다.
9명의 수비수 중 평균적으로 수비력이 가장 떨어지는 선수는 당연히 투수다.투수는 그야말로 '투구'에 최적화된 야수이기 때문이다.그리고 투수의 뒷쪽 왼편엔 2루수가 있고 뒷쪽 오른편엔 유격수가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쉽게 말해 정 중앙의 수비수는 중견수를 제외하면 투수밖에 없다는 말이다.투수에게 뛰어난 수비력을 요구하는 것은 포수에게 서른 개 이상의 도루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처럼 무리한 일이다.투수에게 있어서 수비란 것은 물론 투구가 끝난 이후의 일차적인 임무이긴 하지만,그것이 다른 야수들처럼 강하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잘하면 좋겠지만 못한다고 욕먹을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투수에는 뛰어난 투구 자체가 이미 훌륭한 수비능력이니까.
이 이야기는 중견수는 수비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다른 야수들의 도움을 거의 받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야구를 포수쪽에서 외야를 향해 보면 투수 방향의 가운데는 뻥 뜷려있다.이건 주자가 어디에 나가있든 마찬가지다.이유를 따져보자면 우선 정 중앙쪽으로 타구가 날라가는 가능성 자체가 적다는 것이 1차적이고,1-2루간,2-3루간이 각각 3명의 수비수가 책임지는 것에 비해 정중앙쪽은 투수까지 포함해서 '어쨌든' 4명의 수비수가 책임되는 방향이므로 확률에 따른 수비영역의 분담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중견수의 수비범위는 어쩔 수 없이 넓어지게 된다.더구나 중견수는 좌중간,우중간으로 빠지는 모든 타구에 대해 좌익수,우익수와 함께 책임을 지고 움직여야 한다.좌익수쪽으로 날아간 공을 우익수가 백업하진 않는다.우익수 방향도 마찬가지다.하지만 중견수는 이들 모두에 대한 백업을 항상 들어가야 한다.그래서 중견수는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된다.더구나 대부분의 야구장은 센터방향의 길이가 가장 깊다.이래저래 중견수가 경기중에 밟는 잔디의 양은 최고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에 대한 보상일지는 몰라도 중견수에게는 작은 특권(?)이 주어지기도 한다.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중견수는 세 명의 외야수 중 '가장 수비 잘하는 선수'라는 소리를 듣고,실제로 가장 잘하는 선수가 맡는 경우가 많다.그리고 중견수는 좌익수와 우익수 모두의 수비백업을 받을 수 있는 위치이므로,때로는 슬라이딩이나 다이빙 캐치같은 과감하고 화려한 수비 동작에 대한 부담이 좌익수나 우익수보다는 덜하기도 하다.이런 걸로 위로가 될지는 의문이지만.하지만 외야수 중 수비로서 가장 큰 박수갈채를 받을 가능성은 중견수가 높지 않을까.
9.우익수
당신의 팀에 한 선수가 있다.
일단 이 선수는 내야수를 맡기엔 수비력이 좀 부족하다.순발력과 짧은 거리에서의 타구판단이 부족하다.그리고 발도 그다지 빠르지는 않다.대신에 강속구 투수를 연상시킬만큼 강력한 어깨를 지니고 있다.
이렇다면 10에 7,8명은 다 우익수를 시키지 않을까.그만큼 우익수라는 위치에서 어깨의 중요성은 필수다.3루수와는 정 반대의 이유로 강력한 어깨가 필요한 것이다.
3루에 주자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은 이미 밝힌 바가 있다.주자가 1루에 있고 타석의 타자는 안타를 쳤다.이 경우 확률적으로 우익수쪽으로 공이 빠졌을 때 1루주자는 3루까지 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단적으로 말해 우익수 위치는 3루에서 직선거리로 가장 멀리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익수가 엄청난 강견이라면?뛰다가 3루에서 죽을 가능성도 다분하고,경우에 따라서는 뛸 생각도 못하는 때가 대부분일 것이다.뛰어난 어깨의 우익수는 주자의 한 베이스 출루 이상을 막아내는 효과가 있다.2개의 안타로 쉽게 득점할 일을 3개의 안타를 치고도 득점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익수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선수들이 자주 가는 포지션이 되었다.말하자면 외야의 투수 같은 것이다.마운드위의 투수가 공격적인 피칭으로 타자를 잡아낸다면,우익수는 공격적인 송구로 주자를 잡아 낸다.수비에 있어서 적극적임이 가장 필요한 위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빨랫줄같은 송구로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는 우익수를 볼때 강속구로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투수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나 뿐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