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산 숲길의 엉겅퀴
김 난 석
직산의 위례산 숲길을 걸었다.
일연의 <삼국유사>에 의하면
초기 백제의 수도가 하남 위례성이란 기록도 있고
그 위례가 지금의 직산이란 기록도 있으나
고고학적으론 아직 확증된 게 없다.
다수설로 서울의 풍납토성을 수도지라 비정하고 있을 뿐이다.
천안지방에선 위례산을 초기 백제의 수도지로 믿고
십여 년 전부턴 이곳에서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에 대한 제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가는 곳이 그런 곳이란 정도 모른 채
승용차 뒷좌석에 느긋이 앉아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숲 내음에나 듬뿍 취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금성사와 직산성당 뜰을 지나
‘성거 천주교 순교성지’에 다다르게 되자
성거 쪽으로 호수가 내려다 뵈는 소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사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순교흔적을 둘러보았다.
동행자는 먹거리 나물을 열심히 뜯어 모으는 중에
나는 핏빛 물 든 듯한 길가의 자주 빛 엉겅퀴 꽃 한 송이
카메라에 담을 뿐이었다.
엉겅퀴나 며느리미씨개를 보면 어쩐지 꺼칠한 모습이
마치 손사래 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눈은 다가갈망정 손은 선뜻 가까이하지 않는데
그것도 잎줄기와 꽃 외에 의연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엄연한 생명임에는 한 점 다름없으니
손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그걸
내칠 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물며 인종마다 시대마다 사람마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꾸미고 즐기며
사는 방식이 제각각 다를 수 있음은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럼에도 전통적 생활양식과 다르게 살아간다는 이유로
이 땅에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1791년 신해사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주신자들을 잡아 감옥에 가둔 사건이 그것이었다.
이를 시초로 1801년 신유사옥으로 번져
이곳 위례산 속에 숨어든 천주신자들까지도
줄 무덤의 시체로 만든 현장 중 하나가
바로 이 ‘성거천주교순교성지’ 라 한다.
허나, 그건 사실 권력다툼의 일환으로 빚어진
참극이 아니었던가.
조선 후기 남인과 노론과의 권력다툼이나
벽파와 시파와의 권력다툼 와중에
왕권을 등에 업은 세력이 반대세력을
자기들과 믿음이나 풍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손에 피를 묻히며 참혹하게 내쳤으니
그리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연전의 어느 불교종단 불화도 사실은 정권이 바뀜에 따라
실세를 등에 업은 승려들이
종권(宗權)을 바꿔 거머쥠에 따라 생긴
갈등의 한 갈래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 않았던가.
더 나아가 그런 것들이 예나 지금이나
밥그릇 앞에서 벌이는
이전투구에 다름 아니란 생각도 해보게 되지만
밥그릇 싸움이든 권력 쟁패든 이념 간의 갈등이든
생명은 해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위례산 숲길의 엉겅퀴,
마치 이곳의 슬픈 사연을 묻지도 말라는 듯
손사례 치는 것만 같았지만
이른 봄엔 이곳에서 풍성한 들꽃전시회도 연다니
내년 봄엔 때맞춰 다시 와봐야겠다.
이번엔 영문도 모르고 위례성 숲길을 걸었지만
다음엔 소서노를 어떻게 모시는지 참관하면서
향민들의 염원도 들어봐야겠다.
2020. 7.
Thistle on the Wirye Mountain Forest Road
I read 해뜰님의 Writing well.
I replied.
첫댓글 A thistle is the floral emblem of Scotland. 위키피디아에 이렇게 나오네요. ㅎ
억센 바이킹과 무슨연관성이 있을까요?
@석촌 그건 석촌님이 알려주셔야죠. ㅎ
That's outside of my expertise.
@시호 Me too. ㅎ
석촌 선배님, 자연이 만들어 주는 아름다움이네요.
It is the beauty of nature..
읽다 보니 위례산 숲길이 그냥 산책길이 아니라
역사와 엉겅퀴의 콜라보 무대 같습니다.
가시 잔뜩인데도 기어코 피어나는 엉겅퀴를 보니,
그 시절 믿음을 지키던 분들의 단단함이 겹쳐집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