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기(Souvenirs Entomologiques)’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Jean Henri Fabre, 1823∼1915)가 어느 날 ‘이종 격투기 대회’를 개최했다. 곤충계에도 탁월한 사냥꾼이 많은데, 이들의 특기는 일격 필살. 그야말로 ‘한 방’으로 끝낸다. 그런데 어디를 어떻게 하길래 그러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회를 직접 열어 ‘직관’하기로 했던 것이다.
뒤영벌(Bombus agrorum; Bombus Latreille, 1802)
멕시코붉은다리거미(Mexican redknee tarantula, 학명: Brachypelma smithi F.O. P-Cambridge, 1897)
큰어리호박벌(Xylocopa appendiculata, 학명: circumvolans Smith, 1873)
몇 번의 예선전을 치른 끝에 본선 1차전에 진출한 ‘선수’는 뒤영벌(Bombus Latreille, 1802)과 거미. 뒤영벌은 무서운 침을 갖고 있고, 거미는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다. 호적수를 알아본 듯 두 녀석이 탐색전으로 일관하자 답답한 파브르가 뒤영벌을 거미 구멍으로 슬쩍 밀어넣었을 때 기다리던 장면이 벌어졌다. 맹렬한 싸움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승부가 났다. 거미의 KO승이었다. 다른 뒤영벌도 마찬가지였는데 독보다 급소를 물린 게 결정타였다.
거미를 사냥하는 대모벌(玳瑁-, Cyphononyx dorsalis (Lepeletier, 1845).
산왕거미(학명: Araneus ventricosus (L. Koch, 1878))
흑색과부거미(Latrodectus mactans)
늑대거미류(wolf spider, 학명: Lycosidae Sundevall, 1833)
이 거미는 방울뱀의 독의 15배나 된다고 하며 교미후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 해서 과부거미라 한다. 서식지는 북아메리카이고 습한데를 좋아해서 집안에 들어오기 쉽고 물려면 2시간 내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성인남성도 죽을 수 있다. 수컷거미나 새끼거미는 별해가 없고 오직 암컷거미만 독이 있다.
그 덕분에 2차전에 진출한 거미의 다음 상대는 덩치가 더 큰어리호박벌(Xylocopa appendiculata circumvolans Smith, 1873). 거미는 이 상대 역시 신경마디가 있는 곳을 일격해 한 방에 쓰러뜨렸다. 하지만 승리의 대가도 컸다. 공격 과정에서 침에 찔려 24시간 후 운명을 달리했다.
아쉬웠지만 흥미를 느낀 파브르는 다른 선수로 경기를 이어갔다. 3차전 출전자는 왕거미(Orb-weaver spiders, 학명 Araneidae Clerck, 1757)와 벌들 중 가장 싸움에 능한 대모벌(玳瑁-, Cyphononyx dorsalis (Lepeletier, 1845). 두 선수는 야생의 강자답게 신중한 탐색과 맹렬한 공격을 주고받은 끝에 승부를 결정지었는데, 이번 승자는 대모벌이었다. 단독 생활을 하는 이 벌은 평소에도 뛰어난 승률을 자랑하는데, 그래서인지 이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공격보다 먼저 거미를 구멍에서 나오게끔 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거미의 영역에서는 거미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상대가 나왔다 싶으면 번개처럼 달려들어 상황을 끝내 버렸다. 이들의 비결 역시 급소 일격. 가슴팍 정중앙을 지나는 신경조직을 눈 깜짝할 사이에 끊어버렸다.
놀라운 건, 이들이 사냥감을 죽이지 않고 기절만 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태로 알을 낳은 곳에 넣어두면 알에서 나온 새끼들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일용할 양식’이 되는 까닭이다. 이러려면 급소를 너무 깊거나 얕지 않게 톡 찔러야 하는데 이걸 귀신같이 해내고 있었다. 그것도 한 번에! 수많은 곤충을 본 파브르조차 감탄할 만큼 말이다.
다양한 생명체들의 생존 전략을 오랜 시간 탐구하다 보니, 강자의 필수 조건인 듯한 것들을 만나곤 한다. 급소 공략도 그중 하나인데 이유가 있다. 힘만으로는 진짜 강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들여야 하는 비용이 너무 높다. 이에 비해 급소 공략은 경제적이다. 완전히 다른 종이나 생태계인데도 대부분의 강자들이 이 능력을 기본기처럼 갖추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나도 무언가를 할 때,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 어디가 급소인가? 여기인가? 급소를 아는 게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아서다.
브라질 원더링 스파이더 거미(브라질 떠돌이 거미)
시드니 퍼널웹 스파이더 거미(Sydney funnel web spider)
부산항에서 발견된 불개미(학명: Formica yessensis Forel, 1901)
장 앙리 파브르(Jean-Henri Fabre, 1823-1915) 프랑스 생물학자/
파브르 곤충기(Souvenirs entomologiques)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의 곤충연구서
장 앙리 파브르(Jean Henri Fabre, 1823∼1915)는 프랑스의 교수이자 시인, 생물학자이다. 《파브르 곤충기(Souvenirs entomologiques)》의 저자로 유명하다.
파브르는 곤충학자로 남프랑스 생레옹의 시골 농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생활 때문에 4살 때 말라발(Malaval)의 조부모 댁에서 자랐으며, 호기심이 많던 파브르는 그곳에서 벌레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또 곤충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살피기를 즐겼다. 7살 무렵 생 레옹으로 돌아온 파브르는 아버지가 사 주신 동물 전집과 책으로 단어를 익히기도 했다. 그는 시골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의 일을 도왔으며, 학비를 면제받는 대신 학교의 합창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파브르는 철도공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처음 받은 돈으로 벌레와 꽃, 그리고 새들을 노래한 시집을 사서 열심히 읽었다. 그는 곤충을 키우기도 했으나, 가난에 허덕였던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야단을 치기도 했다. 그는 가난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일해야 했으나 노력하여 고학으로 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는 대수학과 기하학, 화학,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에 큰 관심이 있었으며, 1849년 중학교의 화학 교사가 되었고 1852년 고등학교의 물리 교사가 되었다. 생활은 늘 가난하였지만, 그 후 그는 논문 〈자연과학의 역사〉를 발표하여 파리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는 노동자들과 교육의 기회가 적은 이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해 주었으며, 실용적인 강의만을 추구하는 시 교육부에 항의하기도 하였다.
1854년 겨울 그는 레옹 뒤푸르의 노래기벌에 관한 연구 내용을 보고 곤충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동시대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 교육부 장관이었던 존 스튜어트 밀, 생물학자 에스프리 르키앙, 툴루즈의 교수 알프레드 모켕탕동, 생물학자 찰스 다윈과 교류하기도 했으며 1886년 프랑스 제2제국 초대 황제 나폴레옹 3세(Napoléon III)로부터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 훈장을 받았다.
쇠똥구리(소똥구리:Dung beetle, 학명: Gymnopleurus mopsus)
파브르는 꼭두서니에서 염료의 주원료인 알리자린을 뽑아내는 방법을 알아내어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는 벌, 쇠똥구리, 송장벌레, 나비 등 다양한 곤충들과 식물, 버섯 등을 연구했으며 은퇴한 뒤 56세 때부터 여러 가지 곤충의 생태를 재미있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묘사한 곤충기를 쓰기 시작하여, 84세 때 10권을 완성하였다. 그는 자신의 글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살아있는 너희들을 연구한다. 나는 학자와 철학자를 위해 글을 쓰지만 우선적으로 젊은이들을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이들에게 자연과학에 대한 사랑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라고 말하며, 곤충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사실적인 연구에 대한 타당성, 그리고 자연과학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사랑을 남겼다. 무려 30년에 걸친 이 대작으로 인해 그는 세계적인 학자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파브르의 제자들은 그 때에도 가난했던 파브르의 생활을 보고 '파브르의 날' 을 만들어 주었다. 비록 파브르를 응원하러 온 이들은 대부분 문인이었으며 학자들은 진지한 학문을 문학 작품과 뒤섞어놓았다고 비난했지만, 파브르는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를 이어갔다.
동생으로 프레데릭 파브르가 있으며, 둘은 평생 동안 편지로 자신의 생활과 연구 내용을 주고받았다. 파브르가 과학과 문학에 관심이 많던 반면, 프레데릭 파브르는 사업과 행정에 관심이 많았다. 아내는 마리 세자린 빌라르와 마리 조세핀 도들이다.
그는 노년기에 '왕풍뎅이 시인(lou felibre di tavan)'이라는 이름으로 잡지에 시를 내기도 했다. 그 시의 내용은 자신이 관찰한 곤충의 생활과 자신의 생활, 자연의 아름다움 등이다. 파브르는 여생을 프랑스 남부의 알마스 지역에서 곤충을 연구하며 지냈는데, 파브르가 지낸 집은 현재 박물관으로 만들어져 있다.
● 장 앙리 파브르의 명언 및 어록
- 아름다움은 자연의 기본 법칙 중 하나입니다.
- 관찰력은 모든 과학적 발견의 근원이다.
- 이해를 넘어서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저마다의 곤충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 사람은 항상 뭔가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관찰은 끊임없이 교육받아야 하는 눈의 일이다.
-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놀라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하루하루를 관찰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다.
- 끊임없는 연구와 관찰이란, 모든 과학의 기본적인 요소이다.
◦ 진리는 우리의 앞에 놓여 있지만,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참을성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출처: 동아일보 2023년 09월 07일(목) 「서광원의 자연과 삶(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 , Daum, 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9월21일 목요일
가을비가 내려 쌀쌀해진 날씨입니다.
이제 풍성한 수확의 계절,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주는 가을향기 가득한 산과 계곡들, 조석으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함께 노오란 은행잎과
진홍색의 단풍잎들이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가을 햇살 같은 즐거움과 풍성한 행복이 가득한 만산홍엽 가을이 오길 바래봅니다.